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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가슴으로, 바닥 친 감정에 반응하기
머리에서 가슴으로, 바닥 친 감정에 반응하기
  • 유무수
  • 승인 2022.07.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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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공감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권수영 지음 | 샘터 | 212쪽

공감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건너는 징검다리
사람이 물건으로 인식되면 모멸감·폭력 불러와

이지연이 부른 노래 「난 아직 사랑을 몰라」에는 “한 번을 만나도 느낌이 중요해”라는 가사가 있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교수(상담코칭학과)는 이 책에서 “감정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냉철한 머리로만 살지 않고 엄연히 뜨거운 가슴을 품고 사는 존재다.

 

조선시대 한석봉의 어머니는 불을 끄고 떡을 썰면서 아들에게 글을 써보라고 했다. 어두운 곳에서 어머니가 떡을 반듯하게 썰 듯이 서예를 잘 할 수 없었던 한석봉은 다시 냉철하고 꿋꿋하게 서예 공부를 하러 떠난다는 이야기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감정을 중요시했다면 이런 방식의 교육을 선택했을까. 어떤 자녀들은 이런 상황에서 버려짐의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진짜 느낀 점을 무시한 채 겉으로만 괜찮은 척하며 사는 세상은 결코 행복한 세상일 수 없다.”

제임스 길리건 하버드대 의과대 교수는 1990년대 중반 미국인들에게 사회적인 폭력을 일으키게 만드는 핵심감정이 내면에 숨겨진 모멸감임을 발견했다. 자신이 인격적인 존재가 아닌 버려진 물건처럼 느껴지고 불안이 깊어지면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외부를 향한 공격적인 감정을 사용하게 된다. 모멸감을 남탓으로 투사하면 분노범죄로 이어진다. 가정·학교·사회폭력은 가슴속에 숨겨놓은 불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대장암 초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마친 50대 중반의 환자에게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찾아왔다. “너는 그래도 초기에 발견해서 다행이야. 상준이 알지? 걔도 대장암이었는데 꽤 진행된 다음에 알아서 지금도 고생 많이 한다고 하더라. 나는 통풍 진단받고, 벌써 2년째 치료 중이잖아. 그 좋아하는 술도 못 먹고, 고기도 못 먹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그래, 대장암은 가장 흔한 암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빨리 회복해라. 이제 우리 가야겠다.”

이 대화에서 친구들은 상대의 감정에 오롯이 주목하지 않았다. 저자는 위와 같은 대화에 결정적으로 빠진 것은 ‘공감’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보는 마음의 프레임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피상적으로 결론 내려버리면 공감의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감정적 문해력’이 낮은 표현은 앙꼬 없는 찐빵을 제공하는 것과 같아서 상대방에게 아무런 긍정적인 효용이 없으며 공허하다. 사실상 쓸데없는 말의 향연이며 소음이다.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기다리는 감정이 있다. 공감은 ‘머리’ 높이에서 ‘가슴’ 높이로 하강할 때 가능해진다. 공감은 상대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중요시하고 바닥에 있는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것이며 감정이 있는 지점 옆에 머무르며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 이전에는 그 감정에 갇혀 고독하게 허우적대며 힘들었다. 바로 그 감정 옆에 와서 머무르며 이해해주는 공감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공감은 새로운 희망으로 건너갈 수 있는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저자에 의하면 공감은 오늘도 내일도 연습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만이 공감을 제대로 익히고 실천할 수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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