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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와 마주침을 기대하며
‘뉴비’와 마주침을 기대하며
  • 김주영
  • 승인 2022.07.2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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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주영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박사수료

해마다 이 시기쯤 되면 올해 대학원에는 어떤 과목이 열리는가를 살펴보게 된다. 학부부터 박사과정을 수료하기까지 같은 대학에서 그것도 같은 학과에서 지내다보니, 작년 혹은 재작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은 지루한 생활 속에서 나름의 유희활동이 되었다. 개설 과목 못지않게 궁금한 것은 올해 어떤 학생들이 들어오는지에 대한 것이다. 한 곳에서 머무르며 공부해온 연구자에게 생기는 안락함이라는 늪을 극복할 실마리를 새로운 학우들과의 만남 속에서 찾기 때문이다. 학교에 오래 있으면서 많은 관계를 맺어왔고 또 네트워크를 넘나들며 교류해왔지만, 학교와 학문세계에서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라는 의미의 ‘뉴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방식을 경계선 바깥의 시선으로 새롭게 본다는 의미에서도 그렇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통로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과 네트워크가 곧 순환을 만들어낸다. 내가 관심 있게 살피는 온라인 공간들이 지속가능한 교류의 장으로 유지되기 위한 조건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이들, 특히 새로운 대학원생과의 만남은 개인적인 기쁨이자 학문적으로도 다른 세상의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던 사람들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소통의 방식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같은 곳에서 연구하면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각종 사업들과 프로젝트들 속에서 ‘차라리 이대로 정착할까’하는 유혹에서 헤쳐 나올 수 있게.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를 거듭할수록 신입생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의 목격자가 되고 있다. 아직 추가 모집 기한이 남아있지만, 당장 다음 학기 수업을 듣는 자과 대학원 재적생이 1명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한 수의 부족이 가져오는 불안은 이미 과정을 마쳤지만(혹은 더욱 그러하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연결된다. 새로운 이들의 유입 없이 남겨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이곳을 정리하고 각자 알아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면 되는 것일까? 

몇몇 선배들은 자신들의 활동 영역인 지역의 사회단체나 마을조사활동에서 학문적 영감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인류학의 전통적인 표어인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현장으로 향하는 것 이외에도, 서울의 연구공동체 그룹들 혹은 교외의 여러 기업체나 기관들이 제시하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각자의 학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나 또한 몇 번의 인류학회 참석을 통해 얻어진 소중한 인연들과 오랜 기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때로는 타 대학의 잘 운영되는 세미나를 기웃거리면서 그들이 읽고 논의하는 과정들을 슬쩍 훔쳐보곤 한다. 한편으로는 마주했던 사업들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발현을 느끼기도 한다. 몇 년 전 5·18 당시 사망자들의 유족 및 지인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들을 들었던 경험은 가상공간에서의 정체성을 탐구했던 내가 오프라인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고 두 세계의 관계맺음을 고민하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현실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대학안의 한 연구소에서 조교를 하며 네트워크의 확장을 고민하는 것이었다. 경제적 부분들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매년 치루는 큰 학술행사와 학술지 발간업무를 통해 마주하는 글과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네트워크의 확장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편 여전히 주변에 남은 동료들과 함께 고민해본다. 인류학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때문에 같은 곳에 있지만, 서로가 다른 현장을 마주하고 다른 고민을 하는 이곳에서 같이 세미나를 하자고 제안해본다. 연구소에서 함께하는 선생님들의 세미나에도 참석해본다. 동료들이 응해준 것은 어쩌면 해당 세미나의 주제 혹은 내용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학문의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끼리의 연대감이 만들어준 배려심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배려심을 믿어본다. 

한 곳에 오래 남아 지루하고 쓸모없는 연구자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인류학자로서 자립하기 위한 통과의례를 거치기 위해 결국 나 또한 여길 떠나 현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꿈이라는 위조화폐를 지불수단으로 삼는 것이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 ‘뉴비’를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주영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박사수료
전남대에서 계속 인류학을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글을 썼고, 가상공간과 현실공간 사이의 접점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조교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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