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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마타타~'모두 잘 될거야···너희 곁에서 함께 할게
'하쿠나 마타타~'모두 잘 될거야···너희 곁에서 함께 할게
  • 신미경
  • 승인 2022.07.2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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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고민하는 제자들에게

진로에 관한 고민의 첫걸음은 '나에 대해 잘 알아보기'라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남과 비교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요.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 배움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과정이다.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와 함께 고등학교 시작을 함께한 제자들은 중학교 졸업하고, 사상 초유의 온라인 입학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맞춘 교복(동복)이 하복이 되던 시절까지 등교하지 못하고, 온라인 조회·수업·종례를 하며, 새로이 시도되던 다양한 수업의 형태를 경험하며, 2022년 3월 전면등교, 학교 수업 정상화와 함께 고3이 되었습니다. 

한 때는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고 했지만

3월 첫 상담에서 진학, 진로에 대한 막막함이 우리 반 학생들 고민 1순위였습니다. 어느새 키는 어른들을 훌쩍 넘을 만큼 컸지만, 우리 아이들의 마음(생각 주머니)은 아직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갈팡질팡 중인 상태입니다. 지난 2년 동안 하루하루 빠르게 달라지는 방역 지침, 학교수업의 변화 등에 숨 가쁘게맞추어 갔던 아이들은 자기 삶의 앞으로의 나아갈 길(進路(진로))은 커녕 당장 다가오는 수시지원 즉, 進學(진학)에 대한 고민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몸도 마음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진로없는 진학은 공허하다’는 진로진학전문가의 말이 더욱 와닿는 요즘입니다. 10년간 고3 담임을 하면서, 한때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이 아이들에게 더 좋은 진로의 선택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성적을 올려야한다고 다그치고 억지로 뒤에서 밀고 앞에서 잡아당기기만 했었는데,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방향을 잡으면 신기하게도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제자

고3 담임 첫 해 때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반에서 2~3등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는데, ‘뮤지컬학과 ’지원을 고집하길래, 뮤지컬은 나중에 대학에 가서 동아리로 하라며, 무조건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을 강권했습니다. 하지만, 학생은 ‘뮤지컬학과’로 명성이 있는 지방에 있는 예술대학으로의 진학을 강행했습니다. 제자가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저를 찾아와서 ‘선생님, 저 너무 행복해요. 배우고 싶은 뮤지컬에 대한 수업을 듣는데 너무 행복해요. 선생님께서 좋은 대학가라고 하셨는데, 만약에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sky대를 갔더라도 결국은 다시 뮤지컬학과로 갔을 거예요. 제가 행복하니 선생님도 행복하시죠?’라고 했던 말은 제게 그 후로 만날 학생들의 진로, 진학 상담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이가 ‘행복하다’는데 이보다 더 기쁘고 감사한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학생은 예술대학을 즐겁게 행복하게 다니다 졸업하고, 현재 배우 겸 연출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매년 고3 아이들을 만날 때면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잘하는 것을 위한 진학을 할 것인지,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진학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자’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서 산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아이들은 진지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진학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공부가 더 필요한지 스스로 찾아보기도 합니다. 동기가 명확하니 열심의 정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진로로 고민하는 제자들에게’라는 주제로 글을 의뢰받고, 우리 반(3학년 애반)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제과제빵 전문가가 되기 위해 위탁학교를 선택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약사가 되고자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답답해하는 아이들... 다른 아이들은 다 꿈이 있고, 진로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없는지 속상해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지금 꿈이 명확한 아이들은 많지 않아, 당연히 꿈이 정해져야 하는 것도 아니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니, 남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에게 집중해보자’라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의 첫걸음은 ‘나에 대해 잘 알아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알아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혹시나 원하는 방향이 아닌 진학을 했었을지라도 진로에 대한 유연적 방향 전환이 가능합니다. 

끝으로 진로로 고민하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진로)을 준비할 수 있는 배움(진학)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과정이니,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현재를 불안이 아닌 설렘과 함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준비해나가자! 

‘하쿠나마타타~' 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리고, 모두 잘 될 거야’를 외치며  너희곁에서 항상 응원하며 함께 할게! 

신미경 배화여고 교사

성균관대 한문교육과를 졸업했다. 현재 서일대와 배화여대 입학전형 자문교사, 서울시 교육청 국제공동수업(일본, 태국) 운영교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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