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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단 한 번인 20대 초반을 꼭 즐기세요”
“살면서 단 한 번인 20대 초반을 꼭 즐기세요”
  • 이하늘
  • 승인 2022.07.19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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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선배가 말하는 ‘대학생활’

대학 졸업을 앞둔 선배에게 듣는 대학생활 노하우. 수험생들이 궁금해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옆에서 묻고 답하는 것처럼 친절하게 이야기 나눈다. 이하늘 씨(중앙대 심리학과 4학년)는 일상의 궁금한 점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는 뉴스레터 <사이사이>를 발행하고 있다. 
   

△ 안녕하세요? 하늘님의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18학번 이하늘입니다. 벌써 제가 대학교에 입학한 지 4년이 지나,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네요. 고3 친구들은 이제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지원할지 고민하고 밤을 새워가며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을 때죠? 무더위에 공부하느라 지친 여러분께 저의 이야기가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글로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 내가 원하는 학과 VS 대학 네임밸류, 둘 중 뭐가 더 중요할까요? 
“입시 원서를 넣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네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것을 우선시하고 있나요? 저의 선택은 내가 원하는 학과였어요. 그래서 수시 원서 4장을 모두 심리학과 혹은 사회과학계열로 적었죠. 지금보다 대학생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꿈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해 볼 기회가 많아요. 남학생들은 군대에서 수능을 다시 공부하는 경우도 정말 많고요. 입시 원서를 넣기 전에 본인이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요?

"저의 선택은 내가 원하는 학과였어요." 사진=이하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대학원, 창업 등 선택지가 많은 세상이에요. 그래서 취업과 직결되지 않아도, 대학 생활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마음이 가는 학과를 선택하길 추천해요. 물론 대학을 우선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어떤 대학교를 가는지에 따라 내가 살아갈 환경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그리고 대학교에는 ‘전과’라고 해서, 전공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제도가 있죠. 아, 하고 싶다고 모두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웃음) 보통 성적순이기 때문에 학점이 높아야 하고, 전과를 한 뒤 적응하는 게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죠. 

아직도 인문계열에서 경영학과가 제일 인기가 많나요? 저의 주변에는 인원을 많이 선발하고 취업하기 유리해 보인다는 이유로 경영학과에 입학한 친구들이 꽤 많았는데요. 결국 학과와 관련 없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고요. 저는 원하는 심리학과에 입학했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세상에 없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강제로 하는 공부보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더 할 맛이 나지 않나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힘든 시간도 즐겁게 느껴지고 행복하더라고요. 저의 프로젝트는 ‘심리학과는 MBTI를 믿을까?’,’남녀 사이에 친구가 존재할까?’처럼 일상적 궁금증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는 뉴스레터인데, 관심 있다면 ‘사이사이 뉴스레터(인스타그램 @psypsyletter)’에서 우리 또 만나요.”

△ 요즘 대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하던데 정말인가요?
“아, 취업이요?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3,4학년부터 취업 준비를 한다는 게 암묵적이었어요. 그런데 비대면으로 대학 생활을 한 후배들은 1학년 때부터 자격증 공부를 하더라고요. 요새 대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 4학년인 줄 알았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학과 행사도 다 참여하고 열심히 놀았어요.

흥미로워 보이는 활동이 있으면 참여했지만, 취업을 생각하진 않았죠. 덕분에 대학에서 처음 받은 학점이 4.5 만점에 3.3이었어요.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니까 전혀 아니었던 기억이 나요. (웃음) 다행히 다음 학기부터 놀면서 틈틈이 공부도 했죠.

그래서 4학년이 된 지금까지 4점대 상승 곡선을 유지하고 있어요. 전체 학기 평균 학점을 볼 때마다 ‘1-1학기 때 열심히 할걸’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저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놀 거예요.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할 일만 남는데, 1학년부터 낭만 없이 보내는 게 아쉽거든요.

그리고 고학년이 되면, 사람을 만나기가 더 힘들어져요. 시간도 없고, 본인과 맞는 사람들과 더 만나게 되거든요. 물론 1학년 때부터 조금씩 취업 준비를 하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저라면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나의 적성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입사 1년 만에 퇴사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살면서 단 한 번인 20대 초반을 꼭 즐기세요.”

△ 내가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면, 재수가 답인가요?
“본인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저는 추천해요. 그런데 정신 건강, 몸 건강, 재력이 뒷받침되는지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해요. 지금 대학 졸업을 앞두고 원하는 학교를 못 갔던 친구들을 만나면 ‘나 그때 재수할 걸 그랬나’하고 이야기해요. 재수를 시도라도 해볼 걸 후회하더라고요. 심리학적으로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해보고 생긴 후회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아요.

그래서 할 마음이 있다면 추천하는 거지, 재수를 찬양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웃음) 게다가 저는 현역으로 대학에 왔고요. 제가 아는 분은 대학교 3학년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뒤늦게 재수를 해서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 경우도 봤습니다.

재수는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힘들어요. 고등학교 3학년과 20살의 수험 생활은 정말 다르거든요. 친구들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대학 생활을 보내는데, 나는 재수학원 책상에서 1년 동안 앉아서 공부만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재수는 정신력 싸움이라는 말도 있죠. 

지금은 대학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대학이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웃음) 오히려 빨리 세상에 나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요. 대학에는 ‘휴학’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내가 필요한 순간에 학교를 쉴 수 있어요. 이때 재수한 친구들은 이미 1년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휴학에 부담을 느끼더라고요. 그리고 ‘편입’이라고 해서 운과 실력이 따라 준다면 다니는 대학에서 더 높은 대학으로 도중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재수만이 정답은 아니죠.”

대학 생활 중 가장 재밌었던 동기들과의 해외여행.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사진이다. 사진=이하늘

△ 대학 생활 중 가장 재밌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 생활 중 가장 재밌었던 일은 동기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일이에요. 2019년 8월에 앞으로는 가기 힘들어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왔죠. 아직도 동기들을 만나면 그때를 종종 떠올려요. 러시아어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 당시 블라디보스토크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라는 이유로 ‘우리도 가자!’해서 갔었죠. 갈 곳이 없어서 새벽 3시에 겨우 열린 음식점에서 먹는 이름 모를 피자가 그렇게 맛있더라고요.(웃음)

대학교는 방학이 꽤 길어요. 기말고사 시험을 보고 난 이후인 6월 말~8월 말 혹은 12월 말~2월 말까지 각각 2개월 정도 되죠. 덕분에 알바를 해서 돈을 모을 수도 있고, 그동안 못 다녀온 여행을 가기도 해요. 여러분도 대학에 오면, 마음이 맞는 동기들과 여행을 가보세요.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의지할 것은 동기들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면, 잊을 수 없는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생긴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학기를 살아가는 힘이 되죠.”

이하늘씨가 대학생활 중에 참여한 대외활동(청소년학술대회 KSCY)의 활동 사진이다. 사진=이하늘

△ 대학에서 제일 많이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대학교에 오면 지금보다 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제가 고등학생 때는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비즈니스 관계’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요. 이게 정말일까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려요.(웃음) 대학교에서 인간관계는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저는 4년간 대학을 다니면서 학과 학생회, SK SUNNY 대학생 자원봉사단, 한국청소년학술대회 KSCY 운영사무국 등 많은 활동을 했어요.

대학교에 오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정말 많아요. 하지만 내가 집에만 앉아 있으면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죠. 재밌어 보이는 활동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즐기세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봐야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거든요. 저는 많은 활동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를 더 해볼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리고 ‘이 사람이랑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 볼까?’하며 고민하는 시기가 와요. 갑자기 새로운 사람들이 나의 반경으로 몰려오니까,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사람과 관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지죠. 특히 타 지역으로 대학을 오게 되면, 초-중-고 시절 친구들과 만나는 게 많이 뜸해져요. 생활 환경이 달라지는 게 가장 크죠. 저는 대학교 3학년 때, 연락이 끊긴 고등학교 친구에게 서운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상대방도 저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죠. 그때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연락해 볼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은 많이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내가 관계를 지속하고 싶으면 분기에 한 번씩이라도 안부 연락을 하거나, 만날 약속을 잡는 게 더 중요하죠.”

이하늘 중앙대 심리학과 4학년
일상을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뉴스레터 <사이사이>를 만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psypsy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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