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동국대 이사회의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와 관련, 교수·학술단체는 “그 배후에는 또 다시 자본권력, ‘재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며 “독재 권력이나 비리 사학이 아니라 자본권력이 직접 교권을 유린하고 학문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초유의 일”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강정구교수사건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자유로운 취업권 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상공회의소 김상렬 부회장 해임과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교수·학술단체가 직접 나서 ‘재계’를 상대로 규탄 기자회견을 비롯해 항의 방문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강 교수 직위해제 사태는 지난 해 10월 4일 대한상공회의소 김상렬 부회장이 강 교수를 몰아내기 위한 ‘재계차원의 대책마련’을 공언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했다”면서 “이제는 자본 권력의 마수가 대학공동체에 까지 서슴없이 뻗쳐 학문과 사상의 자유마저 압살하려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희연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성공회대)는 “김 부회장의 발언은 경제단체의 월권이자 반칙”이라며 “과거 독재정권의 잔재의식을 토대로 일어난 일로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조 공동대표는 또 “최근 ‘X-파일’사건에서도 보듯이 삼성은 기업경영뿐 아니라 왜 국가경영을 하려고 하는지, 대한상공회의소가 자기 역할에 매진하지 않고, 왜 대학과 학문·사상의 자유에 개입하는지 의문”이라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성찰적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 교수는 최근 동국대 이사회의 직위해제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 제기했다. 강 교수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학자로서 양심에 따라 견해를 표명했을 뿐인데 본인의 해명기회를 박탈한 채 학생들과 수업할 권리를 빼앗긴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법원의 유ㆍ무죄 판단이 내려지기 전 검찰의 기소 사실만으로 교수를 직위해제할 수 있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58조는 악법이며 이를 근거로 한 이사회 결정은 취소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공판을 열어 동국대 및 강 교수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