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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캠브릿지는 왜 한국학을 개별 학문으로 교육하지 않을까
옥스퍼드·캠브릿지는 왜 한국학을 개별 학문으로 교육하지 않을까
  • 현수진
  • 승인 2022.07.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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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난 한국학② 영국의 한국학 교육·연구기관 현황(2) 

‘K컬처’의 전 세계적인 위상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학술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 영국 내 한국학 교육·연구 기관이 20년 새 3곳에서 9곳가량으로 늘어난 것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교수신문 7월 11일자

그렇지만 서구학계에서 한국학은 오랫동안 일본학이나 중국학의 일부로 교육·연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학이 독립적인 학문으로서 존재해 온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

지난 기사에서는 영국 내에서 한국학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관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으로 분석한 바 있다. ① 한국학 학위 과정을 학사, 석사, 박사 모든 단계에서 제공하는 곳(소아즈 런던대, 센트럴 랑카셔대) ② 한국학 학위 과정을 석사, 박사 단계에서 제공하는 곳(옥스퍼드대, 캠브릿지대, 에딘버러대) ③ 한국학 학위 과정을 학사 단계에서 제공하는 곳(셰필드대) ④ 한국학 학위 과정은 없으나 한국학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곳(더램대, 리즈대, 뉴캐슬대) 등. 지난 기사에서는 한국학 학위 과정을 모든 학위 단계에서 제공하는 대학 2곳을 알아보았다. 이번 기사는 지난 기사에 이어서 한국학 교육을 일부 학위 과정에서 제공하는 곳을 알아보고 그 동향을 분석해 보려고 한다.

전통 명문대학들, 동아시아전공 속 한국학 교육

두 번째 유형(②)에 속하는 옥스퍼드대와 캠브릿지대는 영국의 양대 사학이자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두 대학은 한국학을 독립적인 분과 학문으로 편제하지 않았다. 옥스퍼드대의 경우 1546년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것에서 기원한 동양학부(Faculty of Oriental Studies)에 중국학이나 일본학과 관련된 학위 과정이 있다. 학사 단계에서는 중국어나 일본어의 제2전공으로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다. 대학원에서는 파트타임 석사(MSt)로 한국학을 전공할 수 있고, 박사 전 단계인 엠필(Mphil)의 전통 동아시아(Traditional East Asia) 전공의 일부로 한국학을 연구할 수 있다. 박사의 경우 개별 분과 학문 대신 동양학(Oriental Studies)의 이름으로 학위를 수여하며 한국학도 이에 포함된다.

캠브릿지대는 아시아 및 중동 학부(Faculty of Asian and Middle Eastern Studies)에서 한국학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한다. 학사 단계에서는 옥스퍼드대와 마찬가지로 일본어의 선택 과목으로서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 역사나 정치학, 국제관계학은 동아시아학(East Asian Studies) 학사나 일본학 엠필(Mphil) 과정에서 전공할 수 있다.

캠브리지대 킹스칼리지 전경  사진=위키미디어

다만 옥스퍼드대와 달리 박사 과정에 한국학이 개설되어 있다. 옥스퍼드나 캠브릿지와 같은 전통 명문 대학에서 한국학을 하나의 개별 학문으로 연구하거나 교육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는 한국이 서구세계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부속적 존재로서 위치 지워졌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이 독립 국가로서 인식되는 현재까지도 한국학이 독립 분과 학문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로는 대학 측의 재정 문제나(‘영국에서의 동아시아 한국학의 연구동향’, 김영) 국가 단위의 역사를 지양하는 초국가적 역사 서술 트렌드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딘버러대, 최근 한국학 활발하게 교육

최근 한국학을 활발하게 교육하고 있는 대학으로는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에딘버러대가 있다. 에딘버러대는 별도의 한국학 학사 과정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문학·언어와 문화학부(School of Literatures, Languages and Cultures)의 아시아학과에서 한국학 전공으로 석사(MSc, MSc by Research)와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에딘버러대는 한국의 정치학, 국제관계학, 정치경제학, 사회경제학 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한국학 스코틀랜드 센터를 운영하며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기금으로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 유형(③)으로, 잉글랜드 북부에 위치한 셰필드대처럼 학사 단계에서 한국학을 교육하는 곳도 있다. 셰필드대는 1979년부터 동아시아학부(School of East Asian Studies)에 한국학과를 개설하였는데, 주로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둔다. 특히 학사 과정에서 ‘한국학’과 ‘한국학과 일본어’ 두 가지 형태의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마지막 유형(④)으로 한국학 학위 과정은 없지만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들을 살펴보자. 더램대는 1974년 한국 음악 강좌를 시작으로 한국학을 오랫동안 교육해 온 기관 중 하나이지만, 정규 학위 과정에는 중국학과 일본학만 있으며 외국어 연구 센터에서 한국어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뉴캐슬대와 리즈대는 학사 과정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교육하며 그 교육 과정의 일부로 기초 한국어 과목을 개설하였다.

한국 정치·역사·문화 교육하는 대학 늘어나

종래 유럽의 한국학 관련 대학들은 주로 어학을 가르치는 데 집중했다. 옥스퍼드대와 캠브릿지대의 동양학 관련 학과도 본래 어학 연구와 교육에 상당한 강조점을 두었고, 현재도 더램대와 뉴캐슬대, 리즈대처럼 한국어 교육에만 초점을 둔 곳이 많다. 

최근에는 남북관계에 집중하는 센트럴 랑카셔대나 정치학·국제관계학에 집중하는 에딘버러대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 역사, 문화 등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외에서 한국학 교육·연구의 깊이를 더하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학이 제도적으로 일본학이나 중국학의 부속 학문으로 편제되거나 한국어 교육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에딘버러대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기금을 통해 한국학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국내외 한국학의 깊이를 더하고 상호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정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현수진 객원기자
소아즈 런던대 방문학자로 있다.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고려시대 관인상의 형성과 변화?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에서 고려시기 유학 정치사상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신진 역사연구자 모임인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의 미디어팀 팀장을 맡았고 팟캐스트 <역사공작단> 제작에 참여했다. 『달콤 살벌한 한·중 관계사』(서해문집, 2020)와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서해문집, 2021)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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