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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연대’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 신희선
  • 승인 2022.07.18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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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

‘638만 6천원과 440원’, 연세대 학생 세 명이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학습권이 침해되었다고 배상금으로 청구한 돈과, 노동자들이 시위 현장에서 인상을 요구했던 돈이다. 지난 4월부터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샤워실 설치와 시급 인상“을 외치며 투쟁하고 있다. 현재 그들의 시급은 9천390원이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소음을 내며 시위한 것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그 학생들과 달리,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습니다“는 대자보를 통해 연세대의 다른 많은 학생들이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투명인간처럼 숨김 당하는 여성 노동”, 지난 학기 ‘젠더로 읽는 여성’ 수업에서 숙명여대 청소노동자에 대해 발표했던 학생이 쓴 글이다. 인터뷰를 하고 직접 찍은 휴게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에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다고 하였다. 인터뷰 이전에는 “청소하시는 분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드리는 정도가 다였다.

그런데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셨고,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노동 환경이 얼마나 열악하고 힘든지 알게 되면서 이전처럼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했다. 

수업을 마무리하는 ‘성찰일지’에서도 “사회를 살아가면서 내가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썼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그 학생은 그동안 타인의 삶에 들어가 보지 않았고,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청소 노동자에 대한 발표를 들었던 동료 학생들도 수업 이후에 시위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었다며, 그 분들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이제야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학력과 학벌을 갖지 못한 이들은 사실상 목소리가 없다. 많은 곳에서 그들의 발언권은 지워진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고졸자와 대졸자간 임금격차와 고용조건 등 차별이 큰 나라다. 연세대 세 명의 학생은 ‘그들과 난 가치가 다르다. 우리는 이미 엘리트’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학교와 학원을 뺑뺑이하며 시험공부만 해 왔고,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학습에만 열중했기에 폭염 속에서 대학 건물을 청소하고 지키는 노동자들의 고단함을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들의 미래는 청소노동자들과 다르다는 상대적 우월감으로 ‘학습권’을 언급했던 것은 아닐까? “학생이기에 본인의 공부가 우선이라 생각하십니까. 그 특권의식 자체가 부끄럽습니다”라며,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 구성원을 향해 목소리를 낸 학생의 대자보가 깊게 마음에 남았던 이유다.  

“한국식 시험능력주의는 이데올로기이며, 불평등을 확대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교육을 무너뜨린다.”『시험능력주의』책에서 김동춘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명문대를 다니는 것이 곧 능력이고 그것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질 자격증이 되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엘리트주의를 수반하기에, 삶의 현장 곳곳에서 제기되는 절실한 요구나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좋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들이 청소노동자로 살지는 않을 것을 확신한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학력과 학벌 프리미엄이 평생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대학 교육이, 노동을 천시하는 엘리트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숙명여대는 노동자를 위한 샤워 시설을 설치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숙명여대 명신관 앞 게시판에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대자보가 여름방학인 지금까지도 붙여져 있다. 3장에 걸쳐 쓴 대자보에서 학생들은 학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학교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분들을 위해 힘을 모으고”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지하겠다며 학교는 학내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리고 대자보 하단의 빈 여백에 여러 학생들이 손 글씨로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다. “연대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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