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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머니즘 교육
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머니즘 교육
  • 이중원
  • 승인 2022.07.18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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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중원 논설위원 /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이중원 논설위원

‘불쾌한 골짜기’이론이 있다. 일본의 로봇 공학자인 모리 마사히로가 한 주장으로, 로봇이 인간을 닮아갈수록 인간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불쾌감으로 바뀐 다음, 로봇이 인간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에 다다르면 다시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이 이야기는 최근 우리의 생활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가상 인간이 인간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진화·발전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이해되기도 한다. 딥러닝 기술과 신체 기술의 발달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고 있고,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이 또 하나의 현실로 자리 잡으면서 나의 가상체인 아바타 또는 완전히 새로운 가상 인간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이 등장한 가상 인간의 경우 이미 ‘불쾌한 골짜기’를 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모델 활동을 하고 자체브랜드까지 출시한 미국의 릴 미켈라, 생명보험 회사의 광고에 출연한 우리나라의 로지, 대형 가구 매장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이마 등등, 많은 가상 인간들이 가수로 모델로 홍보대사로 인간과 다름없이 동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미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가상 인간은 인간의 일을 단순히 대신해 주는 수준을 넘어, 실제 인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대등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등, 하나의 인격체로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이다.

메타버스에 등장하는 아바타의 경우 비록 실제 인간의 이미지를 닮질 않아 불쾌감을 자아낼 순 있겠지만, 실제 인간의 정체성이 그대로 투사된 만큼 그에 준하는 인격성을 지닌 존재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아바타가 활동하는 메타버스에서는 실제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에 필요한 윤리적·법적·사회적 규범들과 제도 장치들이 동일하게 요청된다.

가령 최근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등에서 성추행 등 각종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현실 세계에서와 동일한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는 면에서 윤리적인 혹은 법적인 혹은 사회적인 규제가 불가피하다. 

그런 연유로 최근 정부에서는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을 통해 아바타의 인격권을 인정하는 연구와 함께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였고, 법조계에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 범죄와 형사법적 규제’ 연구가 활발하다. 한편 인공지능 산업계와 연관이 있는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에서는 ‘디지털휴먼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큰 문제는 이러한 법적·윤리적 장치의 마련만으로는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메타버스 이용자의 절대다수는 10대다. 우리나라의 대표격인 제페토의 경우 2021년 1월 기준으로 7~12세인 이용자가 50.4%, 13~18세인 이용자는 20.6%였고, 제페토보다 이용자가 훨씬 많은 외국의 로블록스도 7~12세 이용자가 49.4%, 13~18세 이용자가 12.9%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이들 10대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윤리와 법적인 제재나 처벌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와 동등하게 가상 세계에서도 적용되어야 하는 인성과 휴머니즘에 대한 교육이다. 아바타를 더 이상 게임의 아이템과 같은 도구가 아닌 한 사람의 정체성이 그대로 연결되어 투사된 인격체로 보고, 실제 인간처럼 아바타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도록 10대의 연령층에 맞는 다양한 디지털 휴머니즘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들 10대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메타버스가 활성화된 미래 사회의 핵심 주역이기에 지금의 교육은 미래지향적이기도 하다. 법적·사회적 규제 장치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인간을 중시하는 휴머니즘과 이에 토대가 되는 인문 정신,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중원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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