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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토론, 우리한테 배우세요” BRIC의 소리마당
“인터넷 토론, 우리한테 배우세요” BRIC의 소리마당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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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3단계 집중관리...네티즌의 '정화운동'으로 확산

‘임수경’, ‘백남준’ 관련 기사에 뒤따른 악의성 댓글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한국의 인터넷 토론 문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되는 요즘, BRIC 소리마당 게시판의 토론문화는 주목할 만한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소리마당 게시판은 지난 해 말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하였다. 몇몇 네티즌들의 글을 통해 순식간에 황우석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 진실 찾기의 진원지로 거듭났고, 이제는 ‘한국 과학계의 샛별’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시판 관리 3단계 조치’

소리마당의 게시판에서는 여타 인터넷 게시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악성 댓글을 찾기 힘들다. 나름의 게시판 관리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게시판 관리 3단계 조치’가 그것.

▲ '게시판 관리 3단계 조치' © BRIC

 

▲ 악성 댓글에 대한 관리 조치  © BRIC

이번에 시범적으로 운영된 ‘최고 과학자상’ 집중토론방의 경우도 외부 운영진을 선발하여 5가지의 역할을 설정했다. 이 역시 기본적인 원칙은 ‘게시판 관리 3단계 조치’와 맥을 같이 한다.

▲ 집중토론방 외부운영진 조건/역할 © BRIC

이강수 게시판 운영자는 “논란의 중심에 서다보니까 너무 많은 관심이 쏠렸다. 자칫하면 싸움터로 변할 것 같아 로그인 회원제로 바꿨다”면서 “사전 교육 및 경고를 주었음에도 비방성 글, 욕이 들어간 글, 추측성 글, 단순 펌글은 수정 및 삭제 조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한, 운영자는 “‘당신의 글이 삭제되었습니다’, ‘당신의 글이 수정되었습니다’라는 멘트를 남기고 네티즌들에게 양해를 구한다”라고 설명했다. “한창 논란의 중심에 있을 땐 11명의 연구원이 24시간 내내 교대하면서 게시판을 지켰지만, 지금은 많은 네티즌들이 토론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보통 24시~새벽 1시까지만 관리한다”라고 전했다.

소리마당 HOT List

게다가, 게시판 관리자는 이전까지 등록된 게시글 가운데 엄선된 글들을 모아 토론 참여자들에게 적절히 소개해주면서 토론의 방향을 정리해주고 있다. 토론에 뒤늦게 참여한 사람들을 독려하여 토론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다.

▲ BioJob 소리마당 Hot list © BRIC

네티즌들의 내부 ‘정화운동’

하지만, 인터넷 토론 문화의 질적 수준이 이와 같은 적절한 관리 체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BRIC이 제공하는 유용한 정보 덕택에 많은 연구자들이 홈페이지에 몰려들고, 시의적절하게 의제를 제공해주는 네티즌들이 있기 때문에 토론이 가능한 ‘마당’이 펼쳐지는 것이다.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높은 네티켓도 원활한 토론에 도움을 준다. 조금이라도 악의성이 보이는 댓글이 생기면, 네티즌들 사이에서 ‘정화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 BRIC

이런 점에서 더욱 관심있게 볼 것은 철저한 게시판 관리 원칙이 아니라, 그 원칙을 체화한 참여자들의 내부적 자정작용이다. 이것이 BRIC식 토론의 장점이다.

‘바람직한 인터넷 토론문화’에 대한 성찰이 제기되는 요즘이다. 이는 삭제, 강제탈퇴 등 제도적 관리만을 통해 형성되지 않는다. 합리적이고 확고한 토론 규칙과 사이버 논객들의 수준 높은 네티켓이 함께 그리는 승수효과 속에서 진정한 인터넷 토론문화가 구축될 것이다. 적어도 BRIC의 인터넷 토론은 그 점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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