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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반여성적 조직관행' 정부 조직보다 높아
대학의 '반여성적 조직관행' 정부 조직보다 높아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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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회지, '남녀교수 리더십 자기지각 비교' 논문 실려

한국심리학회지 2005년 통권 10호에 ‘대학의 여성 리더: 남녀 교수의 리더십 자기 지각 비교’라는 논문이 실렸다. 논문에는 김혜숙 아주대 교수(심리학) 외 4명의 교수 및 연구자가 참여했다.

‘2003년 여성 백서’에 따르면 2003년 현재 대학의 여교수 비율은 14.9%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시간 강사 중 여성 비율은 42%에 달해 여성 박사들이 대부분 시간 강사로 고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일반 대학 내 행정보직에의 참여율도 여대를 제외하고 사립대 10.6%, 국․공립대 7.1%에 지나지 않아 여교수들이 대학 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대학 사회에서 여성이 배제되고 있는 가운데 논문은 대학 사회 여성 리더라 할 수 있는 여교수 리더십 유형의 특징 및 대학 사회 성차별 문화에 대한 지각, 이러한 요인들이 교수로서의 업무 수행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교수 자기 평가를 통해 검토했다. 

이제까지 여성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과 효율성을 연구한 국내 논문이 많지 않은 가운데, 그간 이루어진 연구는 기업이나 공무원 조직에 있어서의 여성 리더십 연구였고 대학 사회 리더로서 여교수의 리더십 스타일 및 효율성을 연구한 논문은 없었다. 

연구는 서울, 경기, 영·호남 및 충청 지역 각 1개 대학 남녀교수 93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중 남교수는 50명, 여교수는 43명 이다.

논문에 따르면 남녀 교수들이 매긴 대학 사회의 ‘반여성적 조직 관행’ 점수는 3.45로써 정부(3.25)나 NGO(2.99) 등에 비해 높았다. 이는 논문이 밝힌 대로 “후속 세대를 교육시킴으로써 문화를 선도해가는 위치에 있는 대학 사회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차별 행태를 고스란히 답습함으로써 사회의 성 평등 문화와 의식을 주도해나가는 산실이 되기에는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반여성적 조직 관행’은 남성중심 조직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양식으로 '빈번한 야근', '인맥 형성의 중요성', '술자리 등 비공식적 모임의 중요성', '여교수의 보직 제한 및 배제','성희롱에 대한 관용의 문항' 등 6문항에 대해 교수들이 점수를 매김으로써 평가했다. 

연구 결과 중 주목해 볼 점은 조직의 반여성적 관행이 여교수의 리더십 스타일에 끼치는 영향이다. 여교수들은 성차별 정도가 높은 대학에서 남성성이 강하고, 성집단 동일시가 낮을수록 효율적으로 평가받는다고 답했다. 성집단 동일시가 높음은 자신의 성을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에 대해 화가 나거나 자신의 성에 대한 의식, 몰입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 여교수들은 소속 대학의 반여성적 관행이 높고 성차별 정도가 높을수록 여성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남성성이 강해야 효율적으로 평가받는다는 대답과 모순점을 나타낸다. 이런 모순적 결과에 대해 논문 주저자인 김혜숙 교수는 “해석은 여러 가지로 엇갈릴 수 있지만 남성성이 높아야 효율적으로 인정받는다고 평가하면서도 억압적 분위기에 의해 여성적으로 행동하거나 행동의 제약을 받음을 뜻한다”며 “여성들이 성차별 문화가 강한 대학에서 겪는 역할갈등이 크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여성학)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교수라는 직업 자체가 워낙 권위적이고 남성적인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교수들이 ‘남성성이 강할수록 효율적으로 평가받는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여교수들이 단지 효율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타난 게 아닐까”라는 것이다.

김혜숙 논문 주저자의 말대로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지, 또 성차별 문화가 높은 대학에서 여교수의 행동양식, 평가에 미치는 변인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반여성적 대학 문화가 여교수들의 리더십에 미치는 악영향이 보다 실증적으로 증명된다면 효율적 여성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여건 형성의 기초자료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논문이 긍정적 여성 리더상을 확보하려면 반여성적 조직 관행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진이 선택한 문항들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인맥형성이 중요하다’거나 ‘빈번한 야근’이 반여성적 조직 관행의 보기로 들어가는 것은 오히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기거나 여성 활동 영역을 범주화하고 좁힌다는 측면에서 '반여성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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