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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민주주의’ 벗어나기…권력 분립·파당 대립도 견제
‘너무 많은 민주주의’ 벗어나기…권력 분립·파당 대립도 견제
  • 김재호
  • 승인 2022.07.18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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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⑫ 박찬표 목포대 교수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25일 박찬표 목포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과)가 「자유, 공화주의, 다원주의」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13강은 박수형 서울특별시의회 입법조사관의 「자유주의의 변용: 역사와 사회적 맥락」, 제14강은 이근식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경제사상)의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제15강은 손화철 한동대 교수(기술철학)의 「기술 발달과 인간의 자유」, 제16강은 도승연 광운대 교수(정치/사회철학)의 「자유와 근대 감시 체제」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매디슨은 인민의 직접 참여에 수반되는 근본적 문제점(파당 문제)을 지적하면서, 대의 민주정이 직접 민주정의 열등한 대체물이 아니라 보다 우월한 체제임을 역설한다.”  

 

박찬표 목포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과)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주의·다원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이 글에서 필자는, 자유(주의), 공화주의, 다원주의를 각각 개별적 주제로 다루기보다는, 민주주의와 함께 현대 ‘민주정’을 구성하는 일련의 원리와 교리들의 묶음으로 다루고자 한다.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긴 해도 너무 많은 민주주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민주적 가치들은 중요하지만 더 많은 가치들 중 일부일 뿐이고, 다른 좋은 것을 위해서 민주적 의사 결정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고, 또 다른 방식으로도 민주적 가치들을 희생시키고자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는, 민주주의와 결합하여 민주주의 원리에 제약을 부과하는, 그럼으로써 ‘너무 많은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교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리라 할 수 있다.

먼저 공화주의에 의하면, 완전한 인간 존재의 발전은 공적 영역에서 달성될 수 있다. 사적 혹은 파당적 이익이 공공선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면서 공공선에 자신을 헌신할 것이 요구된다. 이것이 시민이 추구해야 할 덕성이다. 공화주의는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위협이 될 수 있다. 덕성을 가진 자들이 왜 사적 일에 빠져 있는 자들을 대표하고 심지어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그 결과 공화주의는 자칫 엘리트주의 혹은 과두제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세 흐름 중에서 유일하게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공화주의처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의 구분을 설정하지만, 공화주의와 달리 인간 존재의 잠재력이 성취될 수 있는 것은 사적 영역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결과하는 사적 자유(시민적 자유)는 일종의 계약이나 동의 혹은 자연법의 결과로 간주된다. 따라서 자유주의는 국가를 포함해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어떤 권리들이 있다는 생각을 핵심으로 한다. 

자유주의가 기본적으로 사적 영역에 위치한 개인에게 방어적 권리를 부여한다면, 공화주의는 공적 영역에 위치한 개인들에게 의무를 부여한다. 민주주의는 데모스에게 결정에 적극 참여할 권리를 부여한다.

권력 분립 이론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 분립은 흔히 권력의 수평적 책임성을 실현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선거라는 수직적 책임성의 메커니즘과 짝을 이루는, 혹은 후자를 보완하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으로 간주된다. 연방 헌법 제정 당시 권력 분립 이론은 연방주의자와 반연방주의자 모두 공화정체의 공리로서 수용하는 원리였다. 비준 논쟁에서 반연방파들은, 대통령의 거부권이나 상원의 인준권 등을 근거로 신헌법이 권력 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엄격한 권력 분립에 기초한 헌법을 촉구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1751~1836)은 권력 분립을 위해서는 정부의 3부 간에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피상적으로 보면, 이러한 대립은 ‘권력 분립’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서로 동의하지만, 단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둘러싼 대립으로 보이기도 한다.

매디슨이 강조하는 ‘견제’의 대상은 무엇인가? 매디슨은 대의 민주주의의 경우, 집행관의 권력은 협소하게 제한되어 있고, 사법권력은 더욱 명확하게 한계가 그어져 있는데, 입법부의 권한은 보다 광범위하고 또 엄밀히 한계 짓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입법부는 은밀하게 다른 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입법부는 모든 곳에서 자신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면서 모슨 권력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입법부의 모험적 야심이야 말로 인민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된다. 매디슨이 주장하는 견제와 균형의 체제는, 순수한 권력 분립과 달리, 각 부에 대해 다른 부의 권한 침해에 맞설 수 있는 견제의 수단을 부여하는 체제이다. 

또한 매디슨은 민주주의의 최대 문제점으로 ‘파당 대립’을 지목한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이익, 자기애, 혹은 정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이러한 한계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서 더욱 심화된다고 경고한다. 파당은 인간 본성에 근거하기에 근절될 수 없으며 단지 영향을 제어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는 어떤 집단도 파당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논리이다. 그것이 다수파일 경우 스스로가 파당적임을 자각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매디슨은 다수 지배가 파당적 다수 지배로 되지 않으려면, 공공선과 개인과 소수 권리의 보호라는 또 다른 원리와 조화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다수결 원리는 집합적 의사 결정의 가장 기본적 규칙이지만(민주주의), 그것은 개인 및 소수 권리 보호와 양립 가능하도록 제한되어야 하며(자유주의), 또한 다수파가 주권적 권력이 되었을 때 그 권력은 당파성을 벗어나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공성의 구현체가 되어야 한다(공화주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공화주의 간의 균형을 지향한 매디슨의 목표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매디슨은 인민의 직접 참여에 수반되는 근본적 문제점(파당 문제)을 지적하면서, 대의 민주정이 직접 민주정의 열등한 대체물이 아니라 보다 우월한 체제임을 역설한다. 대의 민주주의의 간접성이 가져다주는 “정제와 확대”를 대의제의 장점이자 대의제가 추구할 기능적 목표로 제시한다.

매디슨의 정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초로서 ‘다원적 사회’의 중요성을 제시한 부분일 것이다. 매디슨은 민주주의에서 파당적 대립은 기본적으로 시민사회에서 연유함에 주목하고서, 파당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광역의 다원적 사회)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의 기구의 조정 능력 이전에 시민사회의 균열 구조가 파당적 대립의 완화 즉, 체제의 사회 통합 능력을 좌우한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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