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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이민전략을 통해 본 한인 사회 형성과 그 미래
말레이시아 이민전략을 통해 본 한인 사회 형성과 그 미래
  • 최승우
  • 승인 2022.07.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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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준 지음 | 눌민 | 304쪽

새로운 삶을 계획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택한 사람들
은퇴이민, 조기유학,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이민정책과 교육정책,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한인 사회를 분석한『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 6 말레이시아: 이민전략을 통해 본 한인 사회 형성과 그 미래』는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의 여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말레이시아가 한국인들의 새로운 조기유학 대상지로 부상하게 된 주요 원인과 은퇴이민을 위한 MM2H 프로그램이 말레이시아 한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영구 거주자가 아닌 일시 체류자 신분으로 말레이시아 한인들이 현지 사회에 어떤 삶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저자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자료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말레이시아로의 은퇴이민과 조기유학을 택한 한인들의 삶을 생생하고 보여주고 있어,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고자 하는 부모들과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포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말레이시아 지역전문가로 말레이시아의 농촌과 항구도시, 섬과 바다, 해양문화, 말레이 무슬림의 정체성과 도시문화 등을 꾸준히 연구해온 홍석준 교수가 쓴 이번 저서는 말레이시아 한인과 한인 사회의 커다란 흐름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말레이시아 한인과 한인 사회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넘어, 동남아시아의 한인과 한인 사회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비교연구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원주의 사회 말레이시아에서 한인들의 삶
말레이시아는 복합적인 인종과 문화 구조를 지닌 다문화주의 사회이다. 말레이인, 화인, 인도계 종족 외에도 수십 개의 소수 종족공동체로 이루어져 있고, 최소 여섯 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종교 역시 국교인 이슬람뿐만 아니라 불교, 유교, 도교, 그리고 힌두교와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인종정책 등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이민자들에게는 오히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요건이 되었다. 문화적 다양성과 종족적 복합성을 지닌 다양한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소위 ‘다문화 사회’이며,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오랫동안 보유해온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인 은퇴이주자들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이나 거부감, 또는 경계심이 거의 없는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슬로건은 ‘진정한 아시아!Truly Asia!’이다. 말레이시아가 ‘진정한 아시아’라는 말은, 말레이시아가 ‘아시아의 축소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문화적 다양성과 민족적 복합성으로 아시아 문화의 진수가 말레이시아에 집약되어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정부에서 직접 외국인 은퇴이주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MM2H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이며, 치안이 잘 정비되어있어 은퇴이주를 원하는 많은 사람에게 각광 받고 있다. 또한 드라마, 영화, K-pop 등의 한류 열풍은 동남아에서의 한인들의 위상은 물론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적극 활용한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의 확대는 말레이시아-한국 간 교두보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조기유학과 은퇴이주의 이상과 현실
말레이시아는 50대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은퇴이민 대상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호도에 비해 관련 정보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 6 말레이시아: 이민전략을 통해 본 한인 사회 형성과 그 미래』는 말레이시아 이민정책의 특징과 의미, 그리고 그 실태를 자세히 고찰하고 있다.

MM2H 프로그램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외국의 은퇴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10년 장기 체류비자와 거주공간과 차량을 구입할 때 받는 세금 면제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 지배로 영연방 국가와의 인적 교류를 통해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여러 민족으로 구성되어 살아가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영어가 완벽하진 않더라도 싼 비용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다는 점,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를 습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제학교들이 서구권 학교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조기유학을 원하는 학생과 부모들이 말레이시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MM2H는 본래 은퇴이주자들을 위한 정책이었지만, 은퇴이주보다는 조기유학을 위한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온 목적 중 하나는 애들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라서, 애들 뒷바라지할 그거 없으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죠. 말레이시아가 좋은 이유는 영어 배우는 데 좋지요. 엉터리 영어라도 미국에서 통하나 봐요. 영어권이라서. 그리고 또 애들이 참 좋아해요. 여기는 공휴일이 참 많아요. 쉽게 말해서 타이트하지 않고 널널한 편이에요. 그래서 애들이 참 좋아해요. 학업 스트레스가 한국하고는 너무 다릅니다. 이게 장점이 되는 게 아니에요? 한국은 너무 빡빡한 편이에요. 여기선 대학교 들어가기가 쉽죠.”

1990년대 중후반부터 말레이시아는 새로운 조기유학 대상지로 한국 어머니들에게 선호 국가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크게 각광 받는 나라 중 하나이다. 말레이시아는 ‘보다 나은 교육여건을 지닌 나라’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과 같은 나라로 조기유학을 떠났던 사람들이 조기유학 대상 국가를 말레이시아로 변경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가 조기유학 대상지로 선호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우선 미국이나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에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영국과 호주의 유명 대학들이 현지에 분교 캠퍼스를 만들고 있고,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및 뉴질랜드의 대학들은 말레이시아 교육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트위닝 프로그램twinning program이라 불리는 편입 제도 및 외국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그 대학의 학위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교육체계의 이러한 특징은 말레이시아가 한국인들의 새로운 조기유학 대상지로 부상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렇듯 유리한 교육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많은 부모들이 은퇴이민을 선택하여 장기 거주하면서 자녀를 국제학교에 입학시키는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

1990년대 초반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해나가고 있는 말레이시아 한인 사회는 다른 국가의 한인 사회보다 더 유동적이고 변화의 폭이 넓은 복합적인 특징을 지닌 사회다. 특히 암팡 지역에는 아이들을 위한 국제학교들이 많고, 생활하기 편리해 자연스럽게 한인타운이 형성되었으며, 2010년을 기점으로 한인들의 몽키아라 지역으로의 이주가 본격화되었다. 이렇듯 한인 사회가 팽창되면서 자영업 형태와 업종도 다양하게 확대되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 내에서 고령화, 은퇴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은퇴이주가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볼 때, 말레이시아로의 은퇴이주 연구의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를 펴내며
동남아시아는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방문하는 해외 방문지 1위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남아 한인 이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없다 보니 한인 단체는 물론 기관에서조차 축적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행인 것은 동남아로의 한인 이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초기 이주자들이 생존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동남아 한인 사회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진흥사업단)을 통해 해외한인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총 8명의 학자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등 총 9개국을 직접 방문하여 동남아 한인 이주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연구하였고, 이에 동남아의 국가별 한인 사회를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동남아 한인 연구 총서”는 필리핀을 시작으로 지난 3년간 진행해온 한인 사회 연구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한국과 동남아의 사회, 경제, 문화적 상호 발전과 상호 의존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동남아 한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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