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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공학 자기효능감’ 높이는 공대환경 조성 절실
여학생 ‘공학 자기효능감’ 높이는 공대환경 조성 절실
  • 황순희
  • 승인 2022.07.1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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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분야 여성인재 육성과 활용을 위한 제안

전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현재.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 우수한 공학인재 육성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된다. 특히 최근 들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인력에 대한 수요급증, 인력부족 문제로 공학 분야 여성인재 육성과 활용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소수이며, 공학 분야 취업률은 남녀 격차가 크다. 즉 공학은 여성의 진로장벽이 높은 분야이다. 공학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분야로 교육과정과 문화가 이른바 ‘chilly climate’(삭막한 분위기)를 제공하여, 여성의 공학 분야 진학 및 취업을 꺼리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외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는 얼마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주최한 전문가 포럼에 초청받아 공학 분야에 여성이 과소대표되는 주된 원인과 시사점에 대해 발제하였다. 다수의 선행 연구들이 여성이 과소대표된 원인을 심리적, 사회적 요인에서 찾는다. 공학 분야에 진학한 여학생은 종종 자신이 공학 분야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곤 한다.

이러한 인식은 자기효능감(자아효능감)과 학업 참여,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정서적 소진을 가중해 결과적으로 삶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더욱이 학업성취가 높은 여학생조차 항상 불안하고 불편감을 경험하며, 이는 졸업 후 공학 전공 지속에 중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여학생의 공학 자기효능감 향상을 위해 반복적인 성공 경험의 기회가 많아지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사진=펙셀

반복적인 ‘성공 경험’ 살리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처럼 여학생은 공학자(엔지니어)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 혹은 자신감을 뜻하는 ‘공학 자기효능감(engineering self-efficacy)’이 남학생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대다수 남성으로 구성되는 공학 분야 특성상, 여성은 소수로 인식돼 무의식적으로 자신감이 결여되기 때문이다.

공학 자기효능감은 공대생의 학업 성취, 공학에 대한 흥미, 공학 전공지속 의향, 학교생활, 진로장벽 등을 예측하는 중요 변인이다. ‘자기효능감’, 사회인지이론을 처음 소개한 심리학계 최대 석학인 알버트 반두라(Alvert Bandura)는 자기효능감의 향상을 위해 반복된 성공과 대리학습 경험, 언어적 설득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를 여학생을 위한 공학교육 분야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공학 분야에 여성 유입을 확대하고 성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대 여학생의 자기 효능감과 심리적 안녕감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과 환경이 변화되어야 하며, 이에 몇 가지 정책제언을 할 수 있다. 

첫째, 여학생의 공학 자기효능감 향상을 위해 반복적인 성공 경험의 기회가 많아지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가령 정규 교과과정에서 교수자는 학습 난이도를 고려하여, 단계적 수행이 가능하도록 과제를 설계, 부여하여 성취와 성공 경험의 기회를 늘려갈 수 있다. 

둘째, 공대 여학생의 전공 만족도, 소속감 등의 향상을 위해 역할모델 제시, 멘토링, 선후배 간 연구·인턴 프로젝트 수행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 성공한 선배 여성 공학인의 사례와 간접경험을 통해 공대 여학생은 대리학습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 또한,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리더십을 경험하여 자기효능감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언어적 설득과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령 정기적인 집단 또는 개별 상담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공대 여학생이 지각, 인식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전문 상담가의 객관적 시각에서 점검할 기회가 되어, 공대 여학생의 태도와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지지도 공학 자기효능감 향상에 중요한 변수이다. 넓은 의미의 사회적 지지는 대인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자원으로, 문제 상황에서 느끼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해준다. 

‘사회적 지지’ 넓히고 대학사업 활성화 필요

우선 사회적 지지를 위해서는 과학기술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공학 분야의 여성을 발굴하고 홍보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 등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지지는 공학 분야 여학생의 대학생활 적응, 학업 성취에 영향을 끼치며, 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현재 신기술산업 인재수요에 대응하여 공학 분야 여성인재 양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합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공계열 여학생이 공학 자기효능감을 향상시켜 이를 높게 인식하며, 전공지속 의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과 교육·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해외의 경우 40여 년 전부터 다양한 교육적 중재와 지원이 제공되어왔고, 한국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여학생의 이공계 유입과 역량강화를 위한 정책,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우수한 여성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생 구성원, 교수, 관련 산업체, 지역적 환경 등 대학별 특성을 고려한 대학 차원의 사업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우수한 여성 엔지니어의 유치와 양성, 역량 강화의 노력은 공대 여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녀 대학생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에 포용적 인식과 시각이 필요하다. 

황순희 홍익대 교수·교양과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루앙대에서 교육학 석사 후 파리 8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 교수학습지원센터(CTL) 부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학계 여성과 공학도를 위한 창의융합 교육,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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