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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는 교육부에, 사립대는 지방정부에
국립대는 교육부에, 사립대는 지방정부에
  • 안상준
  • 승인 2022.07.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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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안상준 논설위원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지방대학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국정과제 85의 표어다. “지역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지자체, 지역대학, 지역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방향은 제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교육부 기자단이 총장들에게 물었다.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권한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위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찬성 50.56%, 반대 49.44%로 팽팽했다. 지방대학 총장의 반대 응답률(59.65%)이 수도권 대학 총장의 반대 응답률(28.57%)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국공립대 총장의 82.35%가 반대하여 사립대 총장의 반대 응답률(42.86%)을 압도한다. ‘지방대학 시대’가 지방대학 특히 국립대 총장의 반대에 봉착한 형국이다. 

지방대학 총장들의 우려는 무엇일까? 주요한 반대 원인은 ‘대학정책에 대한 지자체 전문성 부족’과 ‘지방 토호세력과 대학이 결탁할 우려’였다. 이는 결국 지방이 안고 있는 한계가 지방대학 시대를 여는 걸림돌로 다시 작용하는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 정치인의 반응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해당 정책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았고,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한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도가 대학에 지원할 재정이 별로 없는데, 무슨 근거로 어떻게 행·재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겠습니까?” 역시 정치가답게 핵심을 찌르며 반문했다. 여기서 관건은 재정이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놓으면서 재정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은 한꺼번에 몰락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방정부와 지방 사립대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9월 초, 경북도지사는 도내 사립대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별도 예산(600억 원)을 만들어 올해 대학평가에서 탈락한 지역 7개 대학에 장학금과 캠퍼스 혁신 사업비 등을 우선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에 밀린 지방대학 전체 경쟁력 확보에도 예산을 투입할 방침을 밝혔다. 결국, 평가를 통해 대학 정원을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목표는 무산된 셈이다. 

교육부는 중립적인 견지에서 정책을 펴지만, 지역대학이 사라지면 해당 도시가 입을 폐해를 실감하는 지방정부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런 관점을 연장하면, 향후 지방 사립대의 관리는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방 토호세력과 대학이 결탁할 우려’에 대한 대책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시행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상생의 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반면에, 국립대에 대한 지방정부의 행·재정적 권한 행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불합리하고 어렵다. 현행법 개정 없이 지방정부가 국립대에 재정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 엄청난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국립대 교원과 일부 직원은 국가직 공무원이어서 신분 변동에 따른 불안과 저항이 예상된다. 또한, 국가적인 학문정책에서 국립대의 역할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향후 지방정부는 지역의 산업인력 공급에 주안점을 둘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럴 경우,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기초과학 분야는 도태될 우려가 크다. 이 점에서 우리는 국·사립대 간 역할을 분담하여, 국립대에 기초학문과 보호학문 분야 및 대규모 예산 투입이 요구되는 분야를 육성하는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 기회에 국가는 국·사립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대학교육체제를 재구조화하는 거시적인 전환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체제의 대전환을 위하여 사립대에 대한 행·재정 권한은 지방정부에 넘기는 대신, 국립대는 교육부 관리 아래 두는 대학 관리체계의 이원화를 제안한다. 

안상준 논설위원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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