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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 최승우
  • 승인 2022.07.0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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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지음 | 김영사 | 284쪽

별과 바람에서 꽃과 언어까지,
우주, 지구, 생명, 인간을 설명하는 하나의 통합된 관점을 만난다

우주, 지구, 생명, 의식을 아우르는 통합 과학의 도전. ‘대중의 과학화’를 모토로 과학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박문호 박사가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박자세)’에서 14년간 이어온 ‘137억 년 우주의 진화’와 ‘특별한 뇌과학’ 강의의 핵심을 엮어 빅뱅부터 인간의 가상 세계까지 이어지는 빅히스토리를 정리했다. 어려운 과학 지식을 에둘러 가지 않으면서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지구와 생명의 탄생,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 인간 의식의 출현에 이르는 자연 현상의 유장한 역사를 전자, 광자, 양성자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빅뱅에서 인간의 가상 세계의 출현까지, 한 권으로 읽는 138억 년 우주의 역사

“별빛을 구성하는 광자가 전자에 흡수되고 양성자를 세포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이 바로 생명 현상이다. 전자, 양성자, 광자는 자연을 구성하는 입자다. 자연은 전자, 양성자, 광자 상호작용의 무한한 중첩 현상일 뿐이다. 중력을 제외한 자연의 모든 현상은 전자, 양성자, 광자의 다양한 상호작용이다. 이 책은 바로 전자, 양성자, 광자의 작용으로 우주, 지구, 생명, 의식을 설명하려고 한다.” (7쪽)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우주의 모든 자연 현상은 전자, 양성자, 광자의 상호작용으로 수렴한다. 빅뱅 후 양자 확률의 거품 같은 시간을 통과한 후 우주가 급팽한 것도, 이후 별이 탄생하고, 은하가 형성되고, 행성이 만들어지는 것도 모두 이와 같다.

46억 년 전 성간 거대분자구름의 중력 수축으로 태양이 만들어지고, 거대한 미행성들이 충돌하면서 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했다. 지구가 생성되고 1억 년 내에 지구는 대기, 대양, 지각, 맨틀, 핵으로 분화되었다. 이후 지구는 대류 운동을 통해 대륙이 형성되었다가 해체되는 판 구조 운동을 이어갔다. 고생대에는 판게아를 향한 초대륙의 생성 과정이, 중생대와 신생대에는 판게아가 분열해 현재의 대륙 형태를 갖추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20억 년 전 1차 산소혁명으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1퍼센트로 증가하자 표층의 산화 과정을 거쳐 대략 3000종류의 새로운 광물이 출현했다.

생명은 약 40억 년 전 출현했지만 이때는 산소 호흡을 하지 않는 원핵세포만 존재했다. 원핵세포는 전자를 획득하고 전자를 방출하는 산화-환원 호흡으로 에너지를 만들었다. 20억 년 전 1차 산소혁명으로 산소 분자가 많아지면서 산소 호흡 박테리아가 출현하고, 박테리아가 숙주 세포 속에 공생하면서 미토콘드리아로 진화했다. 미토콘드리아의 세포 내 공생에 더해 핵막을 갖춘 숙주 세포는 진핵세포가 된다.

식물의 광합성은 엽록소가 광자를 흡수하면서 엽록소에서 전자가 방출되는 산화 과정이고, 동물의 호흡은 산소 분자가 물 분자로 환원되는 반응이다. 결국 호흡과 광합성은 산소 분자와 물 분자의 진행 방향만 다를 뿐 모두 전자 움직임에 동반된 양성자 이동이 만드는 산화와 환원 작용이다.

약 7억 년 전 신원생대에 이르자 2차 산소혁명이 일어나 다세포 생명이 출현했다. 이 2차 산소혁명으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20퍼센트로 높아지면서 5억 4000만 년 전에 고생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생명 진화의 두 번째 추진력이 되어 지구는 생명체로 가득한 행성이 되었다.

인간의 선조는 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 35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직립 보행을 했고, 250만 년 전의 호모 하빌리스는 도구를 사용했다. 호모 에렉투스에서 진화한 호모 에르가스테르는 약 120만 년 전에 불을 사용해 음식물을 익혀 먹으면서 소화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였다. 단백질 섭취는 대뇌 신피질을 두 배로 증가시켰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6만 년 전 북쪽으로 이주했고, 4만 5000년 전 유럽으로, 약 4만 년 전 동아시아로 이주하여 시베리아까지 도달했다.

인간의 뇌는 언어라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었다. 우주가 시공 속의 존재라면 언어는 관계 속의 존재다. 언어의 출현은 상징에 의한 도약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언어는 물리적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자연 속의 또 다른 자연이다. 인간이 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추적하는 지적 존재로 진화한 것은 크게 늘어난 대뇌 신피질 작용으로 기억과 개념이 만들어진 덕분이다.

138억 년 우주의 진화를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기초 물리학은 물론 전자기학부터 유기화학과 무기화학, 지질학, 광물학, 생물학, 진화생물학, 뇌과학까지 과학계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이 담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주의 탄생인 빅뱅에서 시작해 현대 인류의 언어와 가상세계에 이르기까지 138억 년의 모든 역사를 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우주에서 인간의 상징에 이르는 과정을 우주, 지구, 생명, 인간의 네 단계로 설명한다. 이때 별, 지구, 생명, 인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관점은 이 모든 자연현상의 바탕에 전자, 광자, 양성자의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통합적 관점으로 자연현상을 공부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기원을 추적하는 것이다. 우주, 별, 지구, 인간 등 모든 자연현상에는 반드시 기원이 있다. 원자와 전자, 세포, 동물, 포유류, 인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는 모든 생화학적 초기 조건을 공부하면 된다.

둘째, 시공을 사유하는 것이다. 자연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무대 장치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 실체가 아니며 에너지와 물질이 서로 결정하는 동적 관계임을 알아야 한다. 시공과 에너지의 상호관계는 바로 우주 그 자체다.

셋째,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다. 생화학의 핵심은 산화-환원 과정에서 세포 속 분자들의 변화 패턴이다. 분자, 세포, 개체 들이 공간과 시간에서 변화하는 패턴이 바로 진화다. 시간과 공간에서 펼쳐지는 물질과 에너지 패턴의 변화가 바로 자연이다. 신경세포 시냅스에서 벌어지는 원자 배열의 패턴 변화가 우리의 생각이다. 패턴은 원자, 분자, 개체들의 배열 상태다. 자연 속 존재들의 배열 패턴 개수가 바로 엔트로피다. 가장 높은 확률의 패턴으로 가려는 속성이 바로 자연현상이다.

집요한 추적과 통합의 관점으로 공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박문호 박사의 연구와 글에는 하나의 일관된 특징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기초 이론을 완벽하게 습득한 후 그 모든 지식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단순하고 간명한 언어로 정리한다. 그 결과 “자연과학 공부는 별, 바위, 꽃에서 전자, 양성자, 광자의 상호관계를 밝혀내는 과정이다”라는 문학적이면서 과학적인 문장이 나온다. 이는 과학자의 두뇌와 시인의 가슴으로 살아가는 박문호 박사의 삶과도 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연구와 활동은 고행에 가깝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공부 모임을 꾸리고 어려운 전문분야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그렇게 ‘138억 년 우주의 진화’라는 제목으로 14년간 연속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과학을 말랑하게 만들어 소개하는 ‘과학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화’다. 엄밀한 과학을 전파하여 대중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그가 강조하는 공부법은 반복이다. 새로운 학문 분야를 공부한다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며, 새로운 언어에 익숙해지려면 반복이 필요하다. “새로운 용어나 개념은 반복해서 읽고 쓰면 점차 쉬워진다. 기초가 단단해지면 지식에 가속도가 붙는다.” 이 말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면서 학습하면 이해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저자는 뇌과학 분야 저술과 강의를 활발하게 하며 《뇌, 생각의 출현》부터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로 이어지는 뇌과학 3부작을 완결했다. 이후 우주의 장구한 역사를 과학의 눈으로 정리한 빅히스토리 서술에 나서 지난 2019년에 ‘생명’ 편을 정리한 《생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펴냈다.

이제 그 과업의 결산으로 14년간 이어져온 ‘137억 년 우주의 진화’와 ‘특별한 뇌과학’ 강의의 핵심을 엮어 빅뱅부터 인간의 가상 세계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빅히스토리를 정리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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