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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국내 기초의학의 현황 및 발전방향
[제언] 국내 기초의학의 현황 및 발전방향
  • 김용선 한림대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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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1 09:34:56
김용선/한림대·의학

의학기술의 발달은 튼튼한 기초의학을 토대로 한다. 기초의학의 발전이 없는 상태에서 선진국에서 개발된 각종 첨단 진단 및 치료기술을 도입하기만 한다면 선진 의료기술에 종속되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초의학 분야의 중요성에 비해 정부기관의 정책결정과 연구 개발비 투자부문에서 기초의학은 점점 소외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의과대학 졸업생 중 기초의학 전공 지원자도 감소하는 추세로써 이는 국내 기초의학의 발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선 기초의학의 현실을 돌아보자. 설립된 지 10년 이상된 국내 의과대학의 자료를 기초로 볼 때 대부분의 의과대학들은 8개의 교실(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약리학, 병리학, 예방의학, 기생충학교실 등)을 기본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의과대학의 기초의학 담당전임 교수의 평균수는 32.8명으로, 1개 교실당 평균 4명의 전임교수를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주립대학교 의과대학의 1개 기초의학교실(뉴욕주립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전임교수 수: 37명)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구보조인력의 경우도 평균 0.76%로 전임교원 1인당 연구지원인력이 한명도 채 지원되지 않는 실정이다.

연구비 수혜면에서도 임상 및 기초의 구분없이 의과대학에서 수혜받는 총액을 기준으로 볼 때, 10년 이상된 대학에서 최소 9천3백만원에서 최대 1백68억까지 약 1백80배 차이가 나고, 교수 1인당 연구비 수혜액도 평균 70만원에서 4천4백만원까지 대학에 따라 6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설립된 지 10년 미만의 신설 의과대학은 연구비의 수혜액이 이보다 더 저조한 실정이며, 심지어는 1999년도 한해에 대학 전체 외부연구비 수혜액이 1천8백만원 밖에 안되는 대학도 있다. 미국의 경우도 대학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명문 의과대학의 경우 연간 총 연구비 수혜액이 평균 5억불 정도이며, 이는 국내 의과대학보다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이르는 큰 격차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기초의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첫째, 대학 교실별 특성화가 필요하다. 3명의 전임교원이 하나의 교실 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3명의 전임교원이 각기 다른 학문분야의 전공을 취할 경우 장점도 있겠지만, 국제경쟁력을 겸비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러므로 각 대학마다 특성화를 살려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성화된 기초의학교실에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둘째, 임상의사의 전문의 취득과정과 대학원 과정은 절대 중복해서 수행되어서는 안되며, 특히 임상과목의 대학원 박사학위과정 또한 불필요한 체제라 생각된다. 임상교수들과 기초교수들을 연구분야에 따라 겸직교수로 발령을 내고 임상과 기초의 구분없이 자유롭게 협동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호 협조하여야 하며, 대학원은 기초의학 중심의 전일제 대학원생만이 이 과정을 밟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국민건강을 생각하는 기초의학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초의학의 발전을 이룩하려면 연구비 지원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에서 별도의 기초의학 연구지원체계를 시급히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우리나라의 경우 30년 이상된 의과대학에 소속된 전임교수 중 본교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코 급변하는 기초의학의 발전을 따라갈 수 없으며, 더 나아가서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국내 의과대학들이 취하고 있는 폐쇄성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제기된다. 앞으로는 과감한 개방형태를 취해야 하며, 출신 대학을 불문하고 능력위주의 우수한 인력을 전임교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대학만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의과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섯째, 전국의 41개 의과대학의 기초의학교실은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에서 요구하는 기초의학 교실의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여야 하며, 의과대학내에서도 기초의학 학문의 특성화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연구공간 및 장비 등의 투자가 자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기초의학교실에 기본적인 시설투자 뿐만 아니라 연구인력 및 연구비 지원은 뒷받침하지 못하는 대학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진정으로 기초의학의 발전을 이룩하고자 한다면 국가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연구지원체제가 확립돼야 하며, 국내 의과대학에 근무하는 기초의학자들도 국제경쟁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기초의학 전공 지원자들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해 낙후된 연구환경 속의 기초의학 희망 전공자들에게 의욕을 고조시키고 더 많은 연구지원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자구 노력을 게을리해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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