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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術書만으로는 힘들어요”
“學術書만으로는 힘들어요”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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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 2006년 학술출판사들의 정책변화

올해 학술출판사 여러 곳이 정체성의 변화를 시도하며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급작스런 움직임은 아니지만, 오로지 학술서만 내던 곳들이 하나둘씩 ‘외도’를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중 역사비평사의 조짐이 만만치 않다. ‘역비’는 그동안 계간 역사비평 발행과 더불어 역사관련 학술서를 출판하면서 확실히 뿌리내린 곳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인문학 전반과 대중서로 그 품을 넓힐 예정. 학술서와 대중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푸른역사처럼 “역비도 대중을 충분히 아우르면서 나갈 수 있다”라고 김수영 편집장은 말한다. 역비가 역사분야에서 대중베스트셀러를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뿐만 아니라, 철학 등 인문 쪽 전반으로 확대해간다는 것은 ‘역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출판사로서는 커다란 변화인데, 앞으로 새로운 출판 브랜드를 개발하면서 이런 부분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학술출판으로만 버티기 어려운 현실적 고민에서 비롯되었을 텐데, 국문학 전문 출판사로 알려진 소명출판 역시 2006년부터는 역량의 일정부분을 다른 곳으로 돌릴 생각이다. 박성모 사장은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라면서 변화를 예고한다. 일단 학술서 출판은 ‘명품’기획으로 발을 돌렸다. 즉 이제껏 박사논문 원고들을 소화하면서 양적으로 학술출판의 상당부분을 감당해왔다면, 이제는 고급명품의 원고를 엄선해서 출간하는 대신, 여력의 상당부분을 교양서 쪽으로 투자할 계획.

일찍이 대중출판 쪽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여 왔던 몇몇 대학출판부 가운데, 성균관대출판부가 새로운 브랜드 네임을 고민하는 등 변화를 모색중이다. 대학출판부라는 타이틀 때문에 생긴 접근성의 약점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화여대출판부는 고급교양서를 냄으로써 교양독자를 포섭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학술서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읽어낼 만한 독자를 찾아내겠다는 것인데, 어떤 포맷으로 고급대중들을 끌어안을지 기대된다. 한편, 경북대출판부는 “좀더 부드러운 책으로 독자를 찾아가고 싶어도 대부분 필자들이 교수들이고, 이들의 글쓰기 방식이 자발적으로는 변화되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묘안을 짜낸 것이 상금을 내걸고 원고를 모집하는 것. 아직 논의단계이지만, 흥미를 끌만한 교양서 모집을 위해 1천만원 상당의 상금(원고료)을 준비해놓고 있다.

학술출판사들이 이러한 정책변화를 통해 발길을 넓혀 대중들에게 고급교양과 학술담론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대중영합적으로 변화, 변질의 과정을 겪는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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