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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문자·메신저' 주고 받았다, 400명에게
일일이 '문자·메신저' 주고 받았다, 400명에게
  • 한미라
  • 승인 2022.06.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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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⑦ 한미라 중앙대 교수
한미라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교수

2020년 1학기, 거의 모든 교수자와 학생들은 ‘전면 비대면 수업’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직면했다. 필자 역시 “어쩌지?”라는 혼잣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수업이란 교수자와 학습자가 소통하며 만드는 장이라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과의 라포(rapport) 형성을 중시했기에, 비대면 수업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강의실 수업에서도 학생들과 친근감을 형성하며 소통하는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데 몇 주의 시간이 필요한데, 모니터로 진행되는 비대면 수업에서 소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존의 재택강의에서는 이메일이나 e-class 시스템의 게시판을 활용했으나, 학생 개개인과 친밀감을 형성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결국,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를 사용키로 했다. 첫 수업에서 학생들 모두에게 ‘이 수업에서 무엇을 배울 것으로 기대하는가?’ 또는 ‘교수에게 하고 싶은 말’ 등, 무엇이라도 좋으니 온라인 메신저나 문자메시지로 보내도록 의무화하였다.

필자가 주로 맡는 교양과목은 1-2학년생들이 주로 수강한다. 그러므로 교수자와 직접 의사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기에 몹시 어려워한다. 수업시간 중 질의응답이 수월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평가’와 ‘경쟁’이 내면화된 현재의 한국 대학생들은 친밀감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사리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을 터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문자에 일일이 답장하면서 직접 만나지 못하는 거리감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차츰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 당일 수업에서 느꼈던 점, 수업에서 배웠던 장소를 지나가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보내주었다. 그 덕에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는 대면 수업 이상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며 수업 목표와 방식을 가다듬는 기회가 되었다. 

두 번째 고민은 ‘대면 수업에 근접한 교수 방법’을 고안하는 문제였다. 대면 수업은 주당 50분씩 2차시나 3차시로 진행된다. 그러나 실제 강의에서는 정리정돈과 출석체크 등의 요인 때문에 시간표에 딱 맞춰 진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강의를 미리 녹화하는 방식이나 ZOOM 수업 방식이라면 이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이용해 역사와 관련된 영상매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단순히 영상 클립을 보여 주는데 그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빌려 ‘조선 시대의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학생들로 하여금 미리 질문을 받아 그에 답하는 시간을 진행했다. 또는 영상자료에 포함된 오류 등을 검증하고, 그에 따른 의문 사항을 메신저로 보내도록 지도하였다. 

특히 한국사 수업의 경우, 대다수의 학생들은 중고교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역사 지식의 암기가 한국사 교육의 전부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 교양 교육에서 문-사-철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이유는 지식의 배양에 국한되지 않고, 전공교육에서 필수적인 ‘사유능력의 증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깨닫게 하는 데 위의 두 가지 방법은 예상외로 큰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다음으로, 일방적 전달에 그치는 온라인 교육업체의 ‘인강(인터넷 강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했다. 일방적 진행 방식은 교수 방법상으로 기교를 발휘한다 하더라도 ‘인강’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매주 수업이 끝날 때마다, 수업 내용에 관한 간단한 퀴즈 같은 ‘미션’을 부여해 답을 메신저로 보내도록 하고, 일일이 피드백을 해주었다. 매주 반복되는 ‘미션’이 귀찮았을 텐데도, 차츰 미션과 피드백은 상호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한 학기 400여 명 가까운 학생을 담당하면서, 일일이 보내오는 수많은 메시지에 답장하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았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모쪼록 다음 학기부터는 ‘모니터’가 아닌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마음껏 호흡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미라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교수

중앙대에서 역사학(향촌 사회사)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사’, ‘한국의전통문화유산’, ‘조선시대생활사’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5년 연속 강의평가 우수 전임교원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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