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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는 스펀지로 전기 출력 높여
물먹는 스펀지로 전기 출력 높여
  • 방완재
  • 승인 2022.06.16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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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과 최동휘 교수 연구팀,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 한계 극복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펀지로 전기 출력 50배 높여
연구 결과, 세계적 학술지 표지 논문 게재
왼쪽부터 기계공학과 장순민 학생, 최동휘 교수
왼쪽부터 기계공학과 장순민 학생, 최동휘 교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펀지로 전기적 신호를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실험을 통해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물방울(액적)이 휴지로 스며들 때 전기 신호가 증폭되는 현상을 우연히 관찰하며 시작됐다. 물방울이 다공성 구조체에 흡수될 때 액체 유동 현상에 일어나는데 이때 전하가 더 빠르고 많이 움직일 환경이 마련돼 전기 신호 출력이 높아졌다. 경희대학교(총장 한균태) 기계공학과 최동휘 교수 연구팀이 대만 National Tsing Hua University Zong-Hong Lin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다훈 교수와 수행한 연구 결과는 물리·화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Nano Energy(IF 17.881, JCR 4.64%)> 표지 논문으로 6월 16일 게재됐다. (논문 제목 : ‘Charge Transfer Accelerating Strategy for Improving Sensitivity of Droplet based Triboelectric Sensors via Heterogeneous Wettability’)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기계공학과 장순민 학생(박사과정)은 학부 연구생 시절부터 ‘물방울 기반 정전기’를 연구했다. 최동휘 교수는 “지도교수로서 학부 연구생부터 연구의 연속성을 갖춰 좋은 성과를 내 더욱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연구 주제인 ‘물방울 기반 정전기’는 기후 위기로 주목받는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은 일상에서 버려지는 에너지원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이다. 정전기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높은 전압을 지녀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의 주요 소재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정전기는 고체끼리 접촉할 때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액체와 고체의 접촉으로도 정전기가 발생한다. 하지만 액체와 고체 접촉으로 발생하는 정전기는 고체 간 접촉에 비해 정전기의 양이 적다.

정전기 양이 적다는 한계에도 빗방울이나 파도와 같이 주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고, 손쉽게 수확할 수 있어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 연구는 활발하다. 최동휘 교수 연구팀은 스펀지를 활용해 액체-고체 사이에서 생성되는 정전기의 양이 적다는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응용 방안까지 제시했다. 최동휘 교수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펀지로 기존의 낮은 전기적 신호를 50배 정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장순민 학생은 “기존 연구에서는 전하의 생산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전하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 전류를 증폭시켰다”고 덧붙였다. 기존에는 소자의 표면을 개질해 전하의 양을 늘리는 연구가 많았는데, 최동휘 교수 연구팀은 전하의 움직임에 집중해 해결책을 제시했다.

최동휘 교수 연구팀의 성과가 실린 Nano Energy의 표지
최동휘 교수 연구팀의 성과가 실린 <Nano Energy>의 표지

이번 연구는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의 실용성을 높였다. 연구에 활용한 스펀지는 약 1만 회 이상 작동해도 신호를 안정적으로 출력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자가 발전 센서 모듈도 개발했다. 최동휘 교수는 “센서는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의 핵심 응용 방안 중 하나”라며 “개발한 센서 모듈은 스펀지로 증폭된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떨어지는 물방울에 함유된 전해질의 농도나 빗방울의 산성도를 감지하고, 그 결과를 무선으로 송신해 핸드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장순민 학생도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의 다양한 활용성을 제시한 것을 넘어 연구실 밖의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 감회가 새롭다”는 소감을 밝혔다.

응용 방안을 위한 프로그래밍은 연구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소자 연구는 익숙했지만, 프로그래밍은 처음이었던 탓이다. 장순민 학생은 “프로그래밍을 처음 공부하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개발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했는데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 실용화의 실마리를 얻은 최동휘 교수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동휘 교수는 “다공성 구조체로 낮은 전기적 신호를 높였지만, 다공성 구조체 없이도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의 출력이 높아져야 한다. 전기 신호 출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면 에너지 하베스터로서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순민 학생은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의 출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차후에는 센서 플랫폼 형태를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 신호를 사용할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동휘 교수 연구팀은 물방울 기반 정전 소자 외에도 진동, 바람, 신체 움직임, 맥박과 같은 작은 수준의 역학 에너지를 모아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 많은 역량을 갖고 있다. 최동휘 교수는 “전기적 신호로 활용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에너지가 무수히 많다. 미세 에너지를 포집해 쓸모있는 곳에 써보고 싶은 바람”이라며 연구실의 모토를 밝혔다. 이어 “연구하는 과정이 기약 없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부딪히면 생각보다 별것 아닐 수 있다”며 “연구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고 도전해보길 바란다”며 후속 연구 세대를 위한 조언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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