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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 사회학자의 算學獨功
[호모루덴스] 사회학자의 算學獨功
  • 김정아 기자
  • 승인 2000.11.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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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수학서 번역한 차종천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과)

고3 아들의 수능이 한달여 남았던 4년 전 가을, 차종천 교수는 졸업 후 처음으로 고등학교 수학책을 펼쳐봤다. 수학이 문제인 아들을 위해서, 차 교수는 1주일 공부해서 1시간 가르쳤고, 아들의 점수를 10점 올려놨다. 이제 행복한 영문학도가 된 아들은 수학을 잊었겠지만, 정작 아버지는 한국 수학교육의 장래를 걱정하게 되었다. “정석을 경전시하며 대대로 홍성대를 섬기는 수학교육은 우리나라 사상적 전족 중 하나”라는 그의 말이 학부형의 하소연 이상의 울림을 갖는 것은, 그가 제도권 수학교육의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때문.

“제도권 수학교육은 사상적 전족”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고대중국의 수학서 ‘구장산술/주비산경’(범양사)의 번역작업으로 드러난다. 수천년전의 이들 수학서적은 고등학교 수준이다. 수학교과에 동양적 풀이법을 도입하여 고대인들의 자유롭고 실용적인 수학관을 접해보면, 수학에 대한 유연한 시각과 수학적 추상화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고대수학에 대한 관심이 학부형의 위기감만으로 촉발된 것은 아니다. 많은 유학생이 그렇듯, 동양문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유학중에 절감한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동양문명의 실현되지 못한 잠재력을 믿는 그는 대학도서관 중국도서실에 빼곡이 꽂혀 있는 장서에 부담과 정감을 동시에 느꼈던 일을 기억한다.


‘구장산술’의 번역서가 나오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차 교수가 고전문학을 즐긴다는 점. 그는 ‘중국산학을 공부하며 한문을 배운 아마추어’라고 말하지만, 한문학 고전들을 원서로 읽으며 비평하는 그의 한문실력은 금방 드러난다. 번역과 문제풀이와 솔루션 프로그램 개발과 그래픽 제작 등이 포함된 초역기간이 학기 중 2개월이었다니, 취미라 한다면 무시무시한 취미라 안 할 수 없겠다.


번역의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그는 “한문을 안다고 수학책을 번역할 수 없다. 내가 번역서의 문제를 모두 풀었다는 사실이 내게 번역할 자격을 부여한다”고 스스로를 변호하지만, 그의 번역서가 단순한 번역을 넘어 나름의 해법을 제공하는 치밀하고도 창조적인 저작으로 수학계의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의 신중함은 차라리 학제의 타성으로 느껴진다. 그는 최첨단 수학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수천년전 수학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했는데, 고대수학에 대한 이런 식의 접근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작업으로 평가되며, 실제로 본문에는 그가 세계 최초로 해답을 제공한 문제도 들어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 및 활용은 그가 전공인 사회학에서 꾸준히 사용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특히 워너 코트의 ‘현대사회통계학’ 번역은 번역과 함께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솔루션을 첨부한 획기적인 저서였다.

“세계 최초로 푼 문제도 있다”

그는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학을 정리할 계획도 갖고 있다. 동양수학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이를테면, 일본은 임진왜란 때 약탈해간 ‘산학계몽’을 기초로 세계최초로 선형대수(matrix algebra)를 개발했다. ‘과학동아’에 연재할 수학칼럼도 이런 연구의 연장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그는 이 연구를 신뢰성 있는 사회통계학 D-베이스 구축을 위한 ‘노가다’ 사회조사 틈틈히 진행되는 ‘놀이’라고 말한다. <김정아 기자 anonio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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