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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사람이 없다
정치에 사람이 없다
  • 신희선
  • 승인 2022.06.13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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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했던 지방선거도 끝났다. 대선 이후 84일 만에 치러진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선거참패로 내홍을 겪고 있다. 낮은 투표율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과 불신을 드러냈다. 한국 정치에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내각 구성과 비서관 인선에서 드러났듯이 과거의 인물들이 대거 입성했다.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를 표방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사실은 시민의 일반 상식과 거리가 있다. 자신에 대한 이중 잣대와 반칙을 일삼은 부적절한 행태, 무엇이 문제인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의 모습에 회의가 깊어진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를 펼칠 것인가? 

희망을 주는 정치인을 찾기가 어렵다. 플라톤 식의 철인정치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지금 한국 정치에는 인물이 없다. 무투표 당선으로 지방의회에 입성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후보가 정치인이 되어 우리 삶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당 정치가 사람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각종 연고로 형성된 엘리트 카르텔이 ‘공공연하게 혹은 은밀하게’ 유한계급의 대물림을 진행하고 있다.

C. 라이트 밀스는『파워 엘리트』라는 책에서 “돈과 권력과 명성이 소수의 사람들에게로 집중”되는 미국 현실을 비판했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군부와 정치, 경제 영역의 엘리트 구조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순을 분석하였다. 이들 파워 엘리트에게 모든 자원이 쏠리면서 미국사회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가치를 지녔던 종교와 교육, 가족의 의미는 퇴색하고 일반 국민들은 이들에게 조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1956년에 발간된 책이 한국 실상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있다. 

정치에 사람이 없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여러 계층을 포용하는 정치구조여야 하는데 초록은 동색이다. 주류 계급의 이익만을 위한 정치가 펼쳐질까 우려한다. 국민 통합을 천명했지만 결과는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노출시켰다. 서울대, 미국 유학, 강남, 검찰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 상류층이 국민들의 고단한 처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전체 국민을 위해 성심껏 일할 수 있을 것인가.

부동산 편법 투자로 부를 축적하고 이를 세습하는 계층이 각종 알바를 하며 생존투쟁을 하는 청년들의 삶을 제대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이 이해관계와 특권의식으로 움직이는 한국의 파워 엘리트들이 과연 국민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언론이 나쁜 정치에 일조하고 있다. 권력은 사실상 언론으로부터 나온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 비판적인 언론을 통해 권력의 이면과 사회의 참모습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언론은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치 권력이 듣기 싫어하는 것을 전달해주는 것이 언론의 첫 번째 소명이다. 국내외 현안과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기보다 권언유착에서 이제는 검언유착으로 이어지는 언론 지형에서 펜의 힘을 찾기 어렵다.

파워 엘리트의 특권과 반칙에는 눈을 감고 대통령이 먹은 음식과 영부인의 패션 센스를 칭송하며 언론의 핵심 사명을 잊고 있다. 권력에 길들여진 보수 언론과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정치혐오도 극악하게 이용하는 극우 유튜브 채널의 소음과 공해가 우려스럽다. 쓴 소리를 하는 언론이 있어야 정치인이 건강한 사회가 된다.

국민의 선택은 끝났고 선출된 정치인의 시간이다. 미완의 개혁이 낳은 한계를 보고 있다. 철학과 지혜를 갖춘 정치인의 부재는 인물을 키우는데 소홀했던 정치문화에 기인한다. 어떠한 정치 이력도 없이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대통령이 되는 지금의 한국 상황은 ‘정치가 더럽다’고, ‘뽑을 사람이 없다’고 정치를 외면한 결과일 수 있다.

정치 신인을 키우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신망을 얻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는 인물들이 정치 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불판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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