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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 어떻게 탄생하고 우상이 되었나
한국 팝, 어떻게 탄생하고 우상이 되었나
  • 김재호
  • 승인 2022.06.1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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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세밀한 탐사, 고고학적 가요 문화연구로 결실
신해철·한경록 인터뷰와 조용필 친필 악보도 담겨

한국 팝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책이 출간돼 화제다.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사회융합자율학부),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한국 팝의 고고학』(을유문화사)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2005년 처음 나왔던 『한국 팝의 고고학 1960』과 『한국 팝의 고고학 1970』은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는 ‘1960: 탄생과 혁명’, ‘1970: 절정과 분화’, ‘1980: 욕망의 장소’, ‘1990: 상상과 우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부제들만 보아도,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가 어떤 내용으로 씌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저자들이 창안한 ‘한국 팝’이란 대중가요 전체가 아니라 ‘팝’이 ‘한국’과 어떻게 조우하고, 갈등하고, 교차하고, 중첩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개정판 후기에 담긴 이 문장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 팝’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즉, 그 당시 노래들은 미국과 긴밀한 연관이 있었지만, 시공간의 측면에서 “팝은 더 이상 아메리카만을 표상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 공동저자들은 이 책을 위해 20여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축적했다. 음원, 기사, 사진 등을 일일이 찾아 세밀한 탐사를 진행한 것이다. 특히 책에는 팝 계열 가요로 1960년대를 연 손석우(1920∼2019) 작곡자·작사가부터 조선 펑크의 산맥인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이자 리더인 한경록까지 수많은 인터뷰가 담겨 있다. 기자가 좋아하는 영원한 마왕 신해철(1968∼2014)의 인터뷰는 스쿨 밴드 각시탈부터 대학가요제, 무한궤도, 영화 음악 및 솔로음반 제작, 넥스트 활동, 노무현 헌정곡 녹음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신해철의 명곡 「재즈 카페」(1991)의 공간과 장르, 제작 비화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울러,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에는 그 시절을 회고할 수 있는 앨범자킷 사진과 광고, 풍경, 공연 장면, 각종 이미지 등이 담겨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1979) 친필 악보는 책에 생동감을 더한다.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1980년대를 다룬 제6장 ‘민중의 노래를 찾는 고뇌하는 지식인’이다. 여기선 김광석과 동물원, 김민기, 안치환 등을 중심으로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 민중가요 노래패들의 이야기와 주요 공간이었던 대학로를 다뤘다. 노찾사 2집은 약 70만 장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 앨범엔 안치환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1989)가 담겨 있다. 이 장을 쓴 신현준 교수와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는 “노찾사는 대학 노래패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졸업 후 활동을 이어 갈 기회를 제공하고, 상업적 연예를 거부하면서 ‘전업적 아마추어’로서의 정체성을 지속하고자 했다”라고 적었다.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는 문화연구의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녔다. 한국 팝을 중심으로 시대별 역사, 정치, 문화, 사회, 경제 등이 시공간을 두 축으로 해 분석됐다. 앞으로 이외에도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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