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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의 기쁨·연구자금 안정성 없으면, 노벨과학상 없다”
“발견의 기쁨·연구자금 안정성 없으면, 노벨과학상 없다”
  • 김재호
  • 승인 2022.06.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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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카이스트 교수, 2일 ‘네이처’ 기고문에서 주장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연구자금을 늘려왔지만, 경직되고 시간 제한 있는 연구평가는 기초과학을 억누르고 있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 <네이처>에 기고한 글 「한국의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단지 예산이 아니라 가치를 보라」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에 대한 내재적 가치와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본질적인 동기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한, 기초과학에 대한 기금을 두 배 또는 세 배 늘리더라도 한국은 노벨상 수상국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소영 카이스트 교수가 2일 기고한 <네이처> 글 화면 캡처. 

김 교수는 “1980년대 후반까지,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과학계는 외국 기업을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워’에서 혁신적인 프런티어 연구로 전환하길 희망했다”라며 “1989년 기초과학진흥법은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에 예산을 지원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1990년부터 2020년 사이에 과학 부처는 기초과학 연구센터를 13개에서 122개로 확장했다. 연간 자금 지원은 2020년 달러 기준, 22만 달러에서 1억4700만 달러로 증가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기초연구비를 2배(약 10억7천만 달러에서 21억 달러)로 늘리는 걸 관할했다. 지난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전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기초과학이 번성해야 하는데, 노벨상을 받은 한국 과학자는 아직 없다. 

“한국이 기초과학 고도화 전략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과학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정치학자로서, 나는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혼란 및 기타 과학기술 관련 이슈들에 대해 새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다시 짤 것인기에 대해 조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합류했다.”  

 

연구평가·연구보조금 지원절차 및 문화적 관습 문제

김 교수는 기고글에서 “특히 한국은 화학 및 재료과학 분야에서 많은 혁신을 이뤄냈고, 세계적 수준의 여러 과학자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그렇게 생산적이지 않다”라며 “충분한 재정 자원이 있지만, 한국의 연구평가, 연구보조금 지원절차 및 문화적 관습은 혁신을 촉진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기술 정책은 발견보다 응용에 더욱 적합한데, 대담한 탐험보다 단기 성과를 선호한다”라며 이를 변경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바로 발견의 기쁨과 자금의 안정성이다. 

김 교수는 “첫째, 기초과학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건 연구자금 조달뿐만 아니라 발견의 기쁨인 재미”라며 “하지만 한국의 연구지원 및 평가구조는 예측할 수 없는 탐험이 아니라 정기적인 산출물에 대해 보상을 제공한다”라고 적었다. 그는 “한국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학자는 연구검토 기간 동안 그들이 생산한 논문 수로 평가된다. 요구사항은 엄격하다”라며 “논문출판은 집계되어 점수로 변환되며, 승진을 위해 특정 점수가 필요하다. (평가)근거는 공정성을 촉진하고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 학자들은 연구의 해당 기간에 충분한 논문을 생산할 수 있는 저위험, 단기 프로젝트만 추구한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둘째, 기초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연구지원금의 규모뿐만 아니라 자금의 안정성”이라며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지원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국의 개별 연구자들을 위한 대부분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은 1∼3년 동안만 운영된다. 이 시간은 결실을 맺게 될 위험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학들이 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허용하기 위해 평가를 전환하기를 원하더라도, 매년 기관을 평가하고 경쟁적으로 수여된 계약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 의해 요건이 고정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문재인 정부에서 기초연구 자금을 두 배로 늘린 것에 대해 연구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기초과학자 대부분은 “적지만 안정적인 연구자금이 많지만 덜 안정적인 자금보다 낫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김소영 카이스트 교수는 발견의 기쁨과 연구자금에 대한 안정성이 없으면, 한국에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지=픽사베이

김 교수는 “한국의 연구 인프라는 응용연구를 육성하기 위해 구축됐다”라면서 “기존의 연구 전략은 더 크고 훨씬 위험한 프로젝트보다 소규모 파일럿 프로젝트를 선호한다. 가능성을 극대화 하는 것보다 수익을 확보하고 손실을 최소화 하는데 더 중점을 둔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 교수는 연구자금에 대한 과학자들의 책임성도 언급했다. 그는 “기초과학은 납세자에 의해 연구자금이 조달된다”라며 “즉, 연구 커뮤니티는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프로젝트에는 장기적으로 투자에 대한 재정적·문화적 보상(수익)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명확하고, 일관되며, 예측 가능한 이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되면 기초과학은 어려움에 봉착한다”라고 우려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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