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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천 명 사망 ‘산업재해’…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한다
해마다 1천 명 사망 ‘산업재해’…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한다
  • 권오성
  • 승인 2022.06.09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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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중대재해처벌법의 체계』 권오성 지음 | 도서출판 새빛 | 340쪽

근로자·시민의 안전권 확보하고 중대재헤 예방하기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모호

20세기 산업사회의 성장은 대규모 자본집적을 가능하게 한 주식회사 제도에 힘입은 바 크다. 주식회사가 담당한 순기능도 작지 않지만, 동시에 주식회사는 그 이윤은 회사의 주주에게 독점시키되 비용은 사회에 전가하는 경향도 보여왔다. 후자가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ESG 경영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는 이유이다.

 

종래 중대재해가 발생하여 근로자가 죽거나 다치면 그 사업주와 행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처벌하였고, 일반 시민이 죽거나 다치면 그 행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처벌하였다. 그러나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하여도 실제 처벌은 무겁지 않았다. 나아가, 경영구조가 중층적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기업의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처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업의 생산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로자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침해, 즉 중대재해의 예방 및 제재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강해져 왔다. 특히 세월호 참사나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건 등을 겪으면서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2019년에는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이나 도급인의 책임 강화 등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에도 불구하고 경영구조가 다층화된 대규모 기업의 경우에는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상위 경영진에게 묻는 것이 어렵다는 모순적 상황은 여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개인 사업주나 법인의 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함으로써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은 개인 사업주나 법인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종사자나 시민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개인 사업주나 법인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 과도하다고 헌법소원 제기를 예고

사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전체 조문 수가 16개에 불과한 매우 간단한 법률이다. 하지만 실제 동법의 해석 및 집행에 있어서는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수범자(受範者)가 누구인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위반이나 중대재해의 발생이라는 결과에 고의(故意)가 요구되는지, 양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요구되는지 등 다양한 쟁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계와 일부 법조 실무자를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영책임자등’의 개념이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모호하여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한다거나,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법정형(法定刑)이 너무 과도하여 책임원칙에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 향후 동법의 위헌(違憲)을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하였다.

필자도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다소 생소한 구조의 법률 제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찬반의 양론이 가능하며, 특히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체계적 정합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경청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년 1,000명 가까운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할 때, 기업의 안전관리 시스템의 기능부전으로 인하여 발생한 재해로 사람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으면 그러한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에 대하여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갖는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이를 통하여 중대재해의 발생을 예방하겠다는 동법의 입법취지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중대재해로 인하여 가족을 잃은 유족의 응보(應報) 감정을 고려할 때, 종래의 처벌이 터무니없이 가벼웠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상 이론적 정합성에 천착하여 동법의 위헌성을 주장하기에 보다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중대재해 발생의 예방이라는입법취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해석론을 모색하는 것이 법학자가 풀어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본적으로 범죄와 형벌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법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용하는 개념들은 다른 법률에서 빌려온 것들이 많다. 경영책임자등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사법 기타 단체에 관한 법률의 내용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주가 공법인이나 공공기관인 경우에는 행정조직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법정 부가배상과 관련해서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민법 이론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문의 수가 16개에 불과한, 일견 매우 간단해 보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을 두고 여러 가지 혼란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양한 법역에 대한 선행적인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체계적 이해라는 숙제에 대해 필자 나름의 답안(答案)을 작성하는 마음으로 집필한 책이다.

 

 

 

권오성
성신여자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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