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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비밀…‘반공정·불확실성’ 다룬 콘텐츠
한류의 비밀…‘반공정·불확실성’ 다룬 콘텐츠
  • 유무수
  • 승인 2022.06.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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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한류 신화에 관한 10가지 논쟁』 진달용 지음 | 한울엠플러스 | 272쪽

지역·종교 초월한 초국가적 근접성으로 한류 확산
한류에 대한 잘못된 정보 재인용 되는 건 경계해야

한류는 “비서구 국가 중 가장 성공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 전 세계 문화 시장에서 함께 즐기는 독특한 문화 현상”이 되었다. 한류 콘텐츠를 접한 후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28명 정원의 한국학과는 2015년 83명에서 2021년 163명 지원으로 경쟁률이 높아졌다. 한류 콘텐츠 수출은 1998년 1억8890만 달러에서 2018년 89억 3690달러로 47.3배 증가했다.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한류 연구는 예외적인 분야였다. 20년 이상 한류를 연구하고 강의해온 진달용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부)에 의하면,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학술논문과 저서, 그리고 미디어들이 잘못된 분석, 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짜 맞추기 결과물을 내놓고 있으며, 이들 잘못된 정보가 지속적으로 재인용” 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류와 관련하여 되짚어 볼 10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기존의 논의를 재평가하고 재해석했다.

한류를 연구하는 외국의 학자들이나 해외 미디어들은 한류가 20여 년 이상 급성장한 배경을 두고 김영삼 정부가 추진한 문화정책이 주도적이었다고 확신하는 경향을 자주 나타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정부가 문화산업을 한국 경제의 축으로 보고 발전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OECD 국가들과 예산을 비교했을 때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할 수 없다. 민간 부분에서는 정부의 대중문화 산업화 구상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대중문화의 수출 제제와 전략을 마련하고 있었다. 

많은 학자와 미디어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가 중국에서 1997년에 상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시점을 한류의 시초로 여기지만 「사랑이 뭐길래」가 수출된 때는 1994년이었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공식적으로 설립한 이후 TV 드라마 「질투」(1992)가 1993년 하얼빈TV에서 방영하여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던 시점을 한류의 기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990년대 초반 가수 김완선은 홍콩(1993)과 대만(1994)에 큰 인기를 끌었다. 트로트와 발라드 분야에서 김연자, 계은숙, 조용필 등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가수였다. 정부 정책 이전에 한국문화산업이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 한류의 세계적 성공을 이끌어낸 원동력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한류의 확산 배경과 관련하여 자주 인용되고 주장된 이론은 “문화적 근접성이나 친밀성”이었다. 한국과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 한류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한류가 아시아에 퍼져나간 초기국면의 설명에서는 유효할 수 있어도 글로벌화 되어가는 국면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미와 남미, 중동지역의 국가와 한국은 문화적으로 공유할 것이 많지 않으며 종교적으로도 차이점이 많다. 저자의 주장은 ‘초국가적 근접성’이다. 많은 글로벌 수용자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인 사회적 반공정성,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투쟁, 그리고 사회경제적 불확실성 등을 수반하는 매우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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