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4:15 (토)
콧노래 찾아 부르기(CO-NO-RE search)
콧노래 찾아 부르기(CO-NO-RE search)
  • 정헌택 교수
  • 승인 2005.12.30 00: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연구실

 

▲1. 황경윤 2. 정영란 3. 권현아 4. 이춘실 5. 박영란 6. 최병민 7. 정헌택 교수 8. 채수천 9. 이복수 10. 정선오 11. 배현옥 12. 장미화 13. 오기수 14. 박성출 15. 신동근 16. 김용준 ©

정헌택 (원광대 · 의학과)

웬 콧노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리 교실은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 CO)와 일산화질소(nitric oxide; NO)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연구(RE search)하는 곳이다(CO-NO-RE search).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1980년대 후반기에 NO가 생체에서 만들어지며 내피세포에서 유래되는 혈관이완인자 (endothelium derived relaxing factor; EDRF)라고 보고되고, 뒤이어 NO는 면역계가 만드는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 중의 하나로 결핵균이나 나균 같은 병원성 균들을 사멸시키는데 필수적이라는 발표를 듣고는 NO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 1990년대 후반기에도 NO에 의하여 만들어지기도 하는 CO가 생체의 염증 반응을 잠재우고 균과 싸우느라 파괴된 조직의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이 밝혀질 때 면역계에 미치는 역할을 알고 싶어서 CO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현재는 콧노래를 어떻게 하던지 잘 부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 (NO news is good news)!

전술한 바와 같이 푸르치갓 박사가 발견한 EDRF가 다른 물질이 아닌 NO임을 이그나로 박사가 밝힘으로써 고혈압이나 뇌졸중을 해결할 수 있는 혈관학이 전성기를 맞이할 무렵, 면역계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가 NO를 생성하고 그 NO는 독성이 강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사멸시킬 수 있음이 1980년대 말에 보고됐다.

저자는 1976년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면역조절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었던 바 1970년대에 면역조절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던 면역억제세포가 뚜렷한 표현형이 발견되지 않아 쇠퇴기에 있어 자외선에 의한 면역억제 기전을 구명하고 있던 차에 NO가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하는 생각이 뚜렷이 떠올라 면역계에서의 NO의 생성, 면역조절 기전 등 면역계에서의 NO의 역할을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90년대 초기에 교실원이라야 2~3명의 연구원이 전부였지만 NO의 생성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등에 관한 작지만 중요한 발견들이 줄지어서 이루어지면서 국내 논문보다는 세상사람 모두가 볼 수 있는 국제 잡지에 실린 논문들이 쏟아짐과 동시에 연구비의 필요성과 많은 연구원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즈음 과학재단으로부터 지방우수연구소를 지정받을 수 있어서 연구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인적 및 물적 자원이 어느 정도 확보되기에 이르렀다.

밝혀진 생명현상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밝히는 연구는 필자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연구소를 운영할 수 있는 연구비를 수혜 받은 사건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연구원 수는 늘어 15명 정도가 되었으니 그들과의 대화를 나누는 데만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2000년대에 이르러 NO 연구가 10년이 넘게 되니 NO가 생체 내에서 수행하는 일에 큰 중요성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면역계에서 NO는 효과물질로도 작용하지만 조절물질로도 작용한다. 면역효과에 있어서도 NO는 독성이 강한 미생물을 사멸시키는 면역작용도 하지만 만성염증시 많이 생성된 NO는 면역병리작용도 한다. 또한 면역조절에서는 NO는 소량으로는 면역항진작용이 있는 반면 다량의 NO는 면역억제작용을 수행한다. 이뿐만 아니라 NO는 세포 고사(apoptosis)를 촉진시키기도 하지만 억제시키기도 해 세포를 살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NO가 다른 물질의 생성을 유도함으로서 이중성을 보이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무소식은 상쾌한 소식 (NO news is COol news)!

생체에서 NO는 조직속의 악명 높은 미생물을 사멸시킬 정도로 독성이 있기 때문에 세포를 고사에 빠지게도 하지만 또 다른 무색, 무취, 가스인 CO를 생성하여 세포를 살려내고 있음을 발견하고, 연구실의 모든 사람들은 10년에 걸친 NO 연구에 이은 CO의 연구에 큰 희망을 걸 수 있었다. 새천년 벽두에 교실원 모두는 NO만의 연구에서 NO와 CO를 같이 연구하게 되었다 (from NO-RE to CO-NO-RE). 이렇게 연구범위가 확장되면서 연구실의 분위기는 다시 살아나고 이는 NO 연구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실은 1998년에 NO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타고나서는 NO 연구가 약간 시들해지고 있었다. NO에 대한 연구가 CO로 확장되면서 NO의 연구도 더 깊어지고 연구원들 중 더 많은 사람이 연구에 대한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로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게 되어 지역우수연구소 수명인 9년이 끝나면서 2003년도에는 학술진흥재단의 중점연구소로 지정되기에 이르렀으니 이는 NO 연구가 가져다준 상큼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콧노래를?

의과대학을 졸업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돌이켜보건대 너무나 긴 세월을 헛되이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의학을 비롯한 생명과학의 엄청난 발전을 주도해온 대 발견들이 눈앞에서 훌륭한 과학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졌건만 기초의학자로서 저자는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도하였지만 한 일 없이 덤벙대고 있었다고만 생각된다. 연구한다고 크게 노래 (NO-RE search)를 불러댔지만 조용히 콧노래 (CO-NO-RE search)를 부를 수밖에 없이 세월이 홀딱 지나버리고만 느낌이다.

노래든 콧노래든 혼자는 부르지 못하는 음치인지라 많은 연구원과 동료들이 언제나 내 주위에 함께하고 있었다. 30년간의 세월이 흐르면서 같이 동고동락했던 연구원들은 그 수에 있어서 1백 명이 넘지만 10년 이상을 같이 연구에 몰두했던, 네 사람은 교수로 독립되어 본인들의 일을 하고 있고 현재는 연구교수 3명과 연구원 18명이 나와 같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떤 콧노래?

이미 얘기한 대로 저자는 의과대학 다닐 때 꿈꾸어 오던 면역계의 조절기전을 알고 싶어서 면역학을 선택하였고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면역조절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밝히려고 면역억제세포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1980년대에 이르러 분자유전학 및 생화학적으로 면역억제 T 세포의 존재 근거가 없다고 보고되어 결국 그 연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자외선에 의한 면역억제 현상을 밝히는 실험을 하여 자외선은 피부에 존재하는 항원전달세포인 랑거한스씨 세포를 무력화하기도 하지만 프로스타그란딘을 분비를 통한 림프구의 이동을 억제하여 면역반응을 줄인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면역반응전체의 면역관용에 대한 의문을 풀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90년대에 본격적으로 NO의 면역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구명하던 중 2000년대에 이르러 CO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즉, 1995년 일본 도쿄대학 출신의 사카구치 박사 등이 CD4 뿐만 아니라 CD25도 가지고 있는 CD4+CD25+ T 세포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면역조절세포라고 보고 하였고, 이 사실이 미국 NIH에 근무하는 쉐박 박사 등에 의하여 확인되면서. 면역조절 T 세포에 대한 연구가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Treg 세포에 대한 수많은 연구 결과 보고가 2000년을 전후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Treg 세포가 반응 T 세포 (responder T cell; Tres 세포)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면역반응을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Tres 세포의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Treg 세포와 Tres 세포가 긴밀한 접촉을 해야만 면역반응의 억제가 이루어지지 Treg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로된 싸이토카인이 면역조절인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IL-10 이나 TGF-β 등 수많은 면역억제 싸이토카인이 Treg 세포가 Tres 세포의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조절물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 시점에서 저자는 CO가 바로 그 물질임을 주장하는 바, 그 첫째 이유는 Treg 세포만이 heme를 분해하여 CO를 유리하는 효소인 heme oxygenase-1 (HO-1)을 세포질에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CO는 Tres 세포가 자극을 받아 분열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CO는 림프구의 분열·증식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CO를 만들 수 있는 HO-1을 가지고 있는 항원전달세포는 면역반응 대신 면역 관용을 유발함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하여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CO는 효과세포인 대식세포 등이 분비하는 염증유발 싸이토카인인 TNF등의 분비를 억제하여 항염증작용이 있음도 밝혀지고 있다. 이상과 같이 콧노래단은 NO와 CO의 생체 내 작용 및 그 기전을 위하여 열심히 콧노래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르고 있다.

콧노래를 어떻게?

고성방가가 라디오나 TV를 통해서 흘러나와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화려한 무대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고 조용히 즐거움에 겨워서 어쩔 수 없이 흥얼거리고 마는 태도를 견지하고 싶다. 가장 즐거운 때는 CO나 NO의 생체 내 작용 및 그 기전을 우리 스스로 구명하여 낮은 목소리로 다른 연구자들에게 알려 그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받고 싶고 그렇지 못할 때는 다른 연구자들이 부른 콧노래의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 부를 수 있어도 여간 큰 재미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통일되게 연주되어야 하듯이 콧노래의 연주도 일관된 내용을 음정이나 박자가 정확하게 불러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연구실에는 윽박지르는 독재자도 없어야 하지만 고래고래 딴소리를 지르거나 전혀 아무소리도 안내게 되면 콧노래 연주는 망쳐질 것이기 때문에 20명 안팎의 연구자들을 어떤 때는 밀고 어떤 때는 당기면서 항상 즐거운 콧노래가 연주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신영 2006-01-07 11:26:10
정헌택 교수의 연구에 대한 정열과 끈기가 오늘의 결실을 가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축하드리고, 구성원들과 더불어 연주하는 멋진 콧노래 오케스트라가 2006년 병술년에도 큰 감동을 가져오시길 빕니다.

송천은 2006-01-06 16:57:21
면역학 연구실의 지휘자인 정헌택 교수님은 타고난 학자적 두뇌와 수월성, 몰두하는 열정과 부단한 탐구심으로 소속대학의 자긍심과 가치를 유감없이 솟구치게 하는 우리의 변함없는 희망입니다. 그 연구실에 더욱 큰 지원이 계속되어 세계적인 과학계의 큰 상이 수여될 날을 학수 고대하는 바입니다. 본인은 8년간 동대학의 총장을 하면서 정교수님이 세계적인 과학의 큰 상을 받기를 기대해 왔습니다. 꼭 성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