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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도 불구하고'란 질문
'무엇에도 불구하고'란 질문
  • 김상애
  • 승인 2022.06.0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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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상애 제주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연구 현장과의 거리는 좀 어떠세요? 너무 가까워서 어렵지는 않으세요?”

지난달 한 교수님과의 면담 중 이런 질문을 들었다. 교수님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지만, 이 질문을 통해 ‘지역 연구자’가 된다는 것을 둘러싼 다른 차원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서 ‘지역을’ 연구하는 젠더 연구자였던 내가 ‘지역에서’ 젠더를 연구하겠다고 지역으로 위치를 이동했을 때 받던 질문은 대부분 ‘무엇에도 불구하고’ 지역으로 이동했는지 그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지역으로 소속 대학을 옮기는 과정은 그간 “도대체 왜?”라는 눈길에 응답하며, ‘지역’이라는 (열악한) 연구 조건과 나의 상황이 무엇이 같고 다른지를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누군가는 서울의 경쟁적인 연구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지역에서 연구하는 것에 관해 얘기할 기회가 있을 때 ‘무엇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에 내가 제주를 연구 현장으로 삼고 연구를 시작하기로 했을 때, 목표는 제주 내에서 작동하는 특정한 권력 관계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연구를 통해 지역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가려지는 지역 토착 권력과 지역 가부장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지역 내부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시작한 연구는 진행되면 될수록 비판지점을 제주 바깥으로 옮기고 있었다. 제주 바깥에서 제주를 바라보는 특정한 시선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나의 생애사적 맥락과는 별개로, ‘그 시선’은 내게도 내재되어 있었다. 제주에서 수집한 자료를 서울로 가져가 분석하면서 나는 종종 제주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곤 했고, 그럴 때마다 연구는 더 진행되지 못했다. 나는 내 안의 ‘그 시선’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시선’과 경합하면서 아주 힘들게 연구를 마무리했다. 

내가 제주 출신이라는 점은 한편으로 제주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큰 자원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연구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빚과 책임을 남기기도 했다. 책임 있는 연구에 대해 고민하며 연구 현장을 내 멋대로 전유하거나 착취하지 않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나 역시 연구 현장의 일부가 되는 것, 그리고 지역의 학문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내가 지역에서 연구하는 ‘지역 연구자’가 되기로 한 과정은 다른 여러 맥락과 고민을 거쳐 나온 복잡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역 연구자 되기’의 고민은 진행 중이다.

지역의 한계를 그 자체로 전제하는 ‘무엇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지역에서 연구하는 것’의 의미는 한 차원에 고정될 수밖에 없다. ‘지역 연구자 되기’의 의미가 다르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가령 이런 질문들, “연구 현장이 ‘현장’일 뿐 아니라 연구자가 소속된 곳이기도 하다면, 연구 대상과의 거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나 자신이 포함된 사회를 연구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방법론은 어떠해야 하는가?”, “연구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역 연구자는 무엇을 연구할 수 있는가? 속한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혹은 한국 사회를 연구할 수 있는가?”, “서울은 지역이 아닌가?”

바로 여기에서부터 ‘지역 연구자 되기’의 고민을 나누고 싶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연구 커리어를 쌓는 것의 어려움을 나열하자면 ‘더’ 열악하다는 점이 강조될 수는 있겠으나, 그 내용 자체는 소위 서울의 명문대학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맞닥뜨리는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역에서 연구하는 사람에게 제기되는 일반적인 의문이나 낭만적인 투사, 즉 ‘무엇에도 불구하고’ 프레임과 관련이 없는 다른 차원의 질문을 받고 싶다. 그리고 이 ‘다른 질문들’을 중심으로 대화와 토론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

 

김상애 제주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에서 「변화하는 제주도 개발 담론과 마을, 땅을 둘러싼 성원권의 젠더정치학」이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했다. 석사논문의 관심사를 이어나가 현재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지역과 젠더가 교차되는 방식을 연구한다. 석사과정에서 만난 동료들과 함께 대중과 학술 사이 페미니즘 담론 공간,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fwdfeminist.com)’를 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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