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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결정을 철회하라"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결정을 철회하라"
  • 민교협
  • 승인 200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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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긴급성명서 발표

 

보도에 따르면, 동국대는 26일 홍기삼 총장과 보직 교수단이 참석한 정책회의를 열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정구 교수를 직위해제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교원 직위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한다. ‘6·25 전쟁은 통일전쟁’이며 ‘미국에 의해 한반도 분단과 전쟁이 강요됐다’는 강 교수의 주장과 이로 인한 사회적 파문이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먼저 동국대 당국의 이 결정이 징계위원회가 아니라, 총장과 보직 교수단이 참석한 정책회의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징계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강정구 교수에게 어떠한 소명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상 중대한 하자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임용권자인 이사회가 정책회의의 결정을 승인한다고 할지라도 그 결정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라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강정구 교수는 자신이 발표한 몇몇 글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 그러나 학자적 양심에 따라 자신이 연구할 결과를 발표한 이유로 기소된 것 자체가 학문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서 강정구 교수사건은 현행 국가보안법 하에서도 무죄판결이 내려져야 마땅한 사안이다. 때문에 동국대 당국의 결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마땅히 무죄가 되어야 할 사항을 먼저 유죄로 간주하는 것과 같은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국가보안법 중 고무찬양죄는 인권탄압의 소지가 있다고 하여 보수 야당까지도 폐지에 합의했던 부분이다. 보수 야당까지도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법 조항을 가지고 대학 당국이 앞장서서 자기 대학 교수의 교권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중대한 교권 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든 문제를 넘어, 학문-사상-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대학 본연의 보편적 책무임을 우리는 강조하고 싶다. 대학은 다양한 학문적 조류가 어울리는 자유로운 지성의 전당이어야 하지, 특정의 이데올로기만을 일반적으로 주입시키는 세뇌기구이거나 도구적 지식만을 가르치는 기업연수원과 같은 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아무리 외풍이 불어 닥칠지라도 대학은 학문-사상-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에 비춰볼 때, 강정구 교수에 대한 징계 결정은 ‘강정구 처단’을 외치는 극우세력의 강압에 굴복, 대학이 자신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한 처사로 규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동국대는 강정구 교수가 2001년 8월 이른바 ‘만경대 방명록사건’으로 구속됐을 당시 이사회의 징계 심의에서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보류’를 결정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점에 비춰 우리는 동국대 이사회가 대학 본연의 임무에 따라 강정구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결정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와는 달리 동국대가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선 강정구 교수에게 불이익을 안겨준다면, 수구세력의 환호를 받을지는 몰라도 자유의 신장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의 세찬 비판에 직면할 것을 우리는 경고해 마지않는다.


2005.12.27.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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