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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 운용의 역사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 운용의 역사
  • 최승우
  • 승인 2022.05.20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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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노 후지오 지음 | 윤소영 옮김 | 496쪽 | 역사공간

독립운동 탄압의 최대 무기로 쓰인 치안유지법
법제사적 관점을 넘어 그 운용 실태를 파헤치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 무소불위로 휘둘러졌던 치안유지법은 오늘날 ‘악법’이라 평가받는다. 이러한 인식은 현재 젊은 세대를 포함해서 일본인의 공통인식으로 정착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단, 어떤 의미로 ‘악법이었는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애매하다. 왜냐하면 빈번한 고문이 자행되고 치안유지법의 경계 없는 확장 해석이 이루어졌다는 정도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치안유지법의 악법성에 대한 인식이 불분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치안유지법에 대한 연구가 법률과 제도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졌을 뿐, 관련 사건이 어떻게 재판되었는지, 그 운용 실태에 대한 질문이 부족했던 데에 까닭이 있다.
근현대 일본의 치안체제 연구 권위자인 저자 오기노 후지오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치안유지법 위반사건이 일본에서 어떻게 재판되었는지, 그 운용의 실제를 경찰, 검찰, 재판 등 일련의 사법처분 ‘현장’에 입각하여 고찰했다. 오기노 교수는 그간 『특고경찰체제사』, 『사상검사』, 『특고경찰』 등의 각종 자료를 발굴, 자료집을 간행하여 일제침탈사 연구의 편의를 도모함으로써 한국의 역사학계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이번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 운용의 역사』는 국내에 처음 번역·소개되는 오기노 교수의 저서이다.

저자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공개된 경찰, 검찰, 예심의 신문조서, 공판기록 등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치안유지법 위반사건이 실제로 어떻게 재판되었는지를 샅샅이 드러내어 일제 식민통치가 치안유지법을 무기로 어떻게 한국의 독립운동과 사회운동을 탄압했으며 그 과정이 시기별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치안유지법 도입과 운용의 통사적 정리를 강조하며, 조선에서의 치안유지법 20년간의 운용의 역사를 네 시기로 구분한다. 저자는 치안유지법이 악법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그 각각의 단계에서 치안유지법이 무엇을 대상으로 하여 어떻게 억압해 갔는가의 추이를 구체적·실증적으로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치안유지법의 악법성은 경찰에 의한 검거와 잔인한 취조, 그리고 탄압 장면으로 상상되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치안유지법 위반사건의 판결을 중심으로 그에 수반되는 사법처분 상황을 검토하여,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치안유지법이 어떻게 인민을 고통에 빠뜨렸는가를 보여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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