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6:50 (토)
2005년, 기억에 남는 사람들
2005년, 기억에 남는 사람들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12.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씁쓸한 '실천가', 황우석 교수

늘 부정적으로 정리되는 한 해이지만 2005년 한국 사회에서 소리 없이 의미 깊은 실천을 해나가는 사람은 누굴까.

교수들은 단연 황우석 교수(23.0%)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줄기세포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2005년 최고의 실천가=황우석 교수’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황 교수가 의도하지 않게 연구실적주의의 부작용, 생명과학 및 과학자 윤리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서의 실천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용한 저항’으로 깨달음을 던져준 지율 스님(9.5%)은 2005년의 진정한 실천가다. 김풍기 강원대 교수(국문학)는 “나의 생명이 다른 종류의 생명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일깨워줬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또, 이재희 경성대 교수(경제학)는 “천성산과 도롱뇽을 지키기 위해 여론이 관심을 가질 때나 갖지 않을 때나 한결같은 몸가짐으로 헌신하는 태도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청계천 복원 의도로 인해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9.0%)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교수들은 그의 높은 실행력에 점수를 주는 것으로 보였다. 황희숙 대진대 교수(철학)는 “청계천 복원이 박정희 식 독재개발을 따랐다는 비판도 있으나 한국의 정치, 행정가 중에 단연 돋보이는 실행력을 보여주었다”라고 평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소리 없이 실천해가는 박원순 변호사(6.0%) 역시 교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해 사랑의 1% 나누기 운동을 펼치는 등 화해와 상생의 사회를 열어가는 대표적인 양심적 실천 지식인이라는 것. 유초하 충북대 교수(철학)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집단이 목소리를 높이는 남한 사회에서 그늘진 곳을 치유하는 지식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익명의 사람들’(5.5%)이야말로 최고의 실천가라는 의견은 눈길을 끌었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살아가는 서민들, 익명으로 자신의 제자를 도와준 스승, 이름 없이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의미 깊은 실천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 정용하 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어려운 경제사정과 짜증스러운 정치판 싸움에 새우등 터지고도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다하고 있는 서민가 노동자들이야말로 최고의 실천가”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