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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장마 속의 언론
[딸깍발이]장마 속의 언론
  • 교수신문
  • 승인 2001.07.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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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09 18:50:07
신광영`/`편집기획위원·중앙대

오랜 가뭄 끝에 온 것은 단비가 아니라 장마였다. 그 장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서 눅눅하고 지루한 낮과 밤이 반복되고 있다. 요즈음 날씨는 마치 한국사회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느낌을 주어서 더욱 짜증이 난다.

신문지면을 뒤덮고 있는 언론사 탈세와 사주 구속 기사들이 너무 호들갑스러워 무슨 큰 일이라도 난 듯한 느낌을 준다. 신문사는 기사를 상품으로 파는 기업이다.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뉴스를 찾아내고, 이를 보도하여 이익을 올리는 기업조직이다. 신문사들은 마치 기업이 아닌 양 행세해왔다.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에 영향을 주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기업이 아니라 권력조직으로 착각해왔다.

때로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지 않은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사람들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해왔다. 사기업체가 돈뿐만 아니라 권력까지도 갖게 되면서, 한국의 신문사들이 치외법권 조직으로 성장했다. 권위주의 정권은 신문사들을 활용하여 정권유지에 힘썼고, 이러한 정권의 요구에 부응하는 신문사들은 탈세를 묵인해준 정권 덕택에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시켰다. 오랜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권언유착이 이뤄지고 언론재벌이 발달했던 것이다.

사회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창하는 언론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로칼 스탠다드조차 지키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언론사들의 추악한 모습을 본다. 그리고 언론사들의 탈세행위를 지역감정과 반공이데올로기로 덧칠하려는 정당의 모습에서 수치심을 느낀다. 세무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현실에서 음습한 권위주의의 그림자를 본다.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내는 일반 국민은 무엇을 원하는가. 단순하다. 뉴스를 제공하면서 부를 축적해온 기업체로서의 신문사들은 당연히 일반 기업체와 같이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과거 오랜 동안 언론사들이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세무조사를 받았더라도 대통령 마음대로 세금을 깎아줬다는 사실이 그동안의 권언유착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이성적인 독자들은 사주가 언론을 장악하여 자신의 생각대로 뉴스를 선택하게 하고, 해설하게 하고, 논평하게 하는 것으로 가득찬 신문을 거부한다. 주필이나 편집인이 마치 사주의 친위부대처럼 행세하는 치졸한 모습을 더 이상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평범한 민초들은 원한다. “힘깨나 있다고 믿는 사람들, 단 한번 사는 짧은 인생인데 제발 우리를 짜증나게 하지 맙시다.” “장마 때문에 가뜩이나 짜증이 나는데, 좀 투명하게, 담백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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