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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함께 하는 시간, 스승도 성장
제자와 함께 하는 시간, 스승도 성장
  • 안인수
  • 승인 2022.05.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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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스승의 날을 생각하며
안인수 경인여대 영상방송과 교수

 

안인수 경인여대 교수

막연히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지 어느덧 20년이다. 교수로서의 덕목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지식만 가지고 학생들과 생활하기 시작했다. 내가 받아왔던 교육과 내가 해야 할 교육에서 오는 가치관의 변화, 이것 또한 제자들을 접하면서 변화되는 나의 모습이었다.

나와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제자들을 보면 때론 걱정스럽기도 하고, 때론 복잡하지 않은 그들의 생각이 좋아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스승은 분명 제자들의 앞날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제자들의 진로에 대해 강압적으로 훈계한 적은 없다. 그러나 딱 한 번 강제적으로 휴학하지 못하게 한 제자가 있었다. 한부모 가정의 무남독녀로 학생회 활동은 열심히 했지만 전공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래도 학생회 친구들과 잘 생활하기에 휴학을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갑자기 휴학을 하겠다고 찾아왔다. 그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학생의 가정환경과 현재 어떤 마음 상태인지 알게 됐다. 그러면서 이 제자에게는 그냥 ‘휴학을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계획 없이 전공 공부에 등한시하다 보니 학업에 회의가 들었던 거였고, 마냥 철부지같이 응석 부리는 거 같았다. 제자의 유일한 방패막이자 샌드백인 어머니는 제자의 휴학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단호하게 휴학을 못하게 했다. 다행히 고집부리지 않고 휴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음 고쳐먹고 열심히 공부하는 건 아니었다. 그럭저럭해서 학교생활을 마치고 졸업했다. 

그런데 졸업 후 제자의 모습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도 전공 학위가 있다 보니 어찌어찌해서 메이저급 여행사 말단 직원으로 입사한 것이다. 근무하면서 대학 때 생각도 안 했던 자격증을 따고, 그러더니 경력을 쌓아서 또 다른 중견기업에 많은 연봉을 받고 이직해 인정을 받고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다음 단계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향후 진로를 계획하고 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유일한 가족이었던 그 제자는 어머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는 아픔을 겪었다. 큰 아픔을 겪은 제자를 위로하면서도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걸 알기에 잘 견뎌 낼 거라 믿었다. 꿋꿋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그저 대견스러웠다. 가끔 만나면 나는 “내가 널 휴학 못 하게 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얘기한다. 제자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때 당시 얘기를 하면서 웃곤 한다. 

제자들은 나를 ‘스승 완전체’로 만들어 주는 거 같다. 그들의 생각을 듣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들을 기다리기도 하고, 때로는 단호하게 반응도 하면서 어쨌든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스승’으로 나를 키운 것은 ‘제자’들인 것이다.

제자들이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스승으로서 나름 인도했다면, 제자는 내가 그들을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지혜를 만들 수 있도록 인도한다. 그들로 인해 세상의 변화를 느끼고, 변화하도록 해준다. 또 그렇게 서로가 성장해가는 것 같다.

가끔 제자들이 소식을 전해온다. 개명했다고 소식을 전해 오고, 때론 아픈 가정사로 울면서 전화 오고, 그냥 학교 앞을 지나가다 교수님 생각난다고, 결혼한다고 등등 그런 걸 보면서 나름 나는 제자들이 기억해주는 스승이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 

우리는 공생관계이다. 서로에게 공감하고,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키워나가는 그런 공생관계 말이다. 점점 커지는 세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무엇을 알아야 할지 생각하면서 앞으로 10년, 제자들이 희망찬 앞날을 활기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고민할 것이다. 

안인수 경인여대 영상방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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