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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심판 대신 깨달음 강조한 ‘도마복음’
재림·심판 대신 깨달음 강조한 ‘도마복음’
  • 유무수
  • 승인 2022.05.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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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살아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 오강남 지음 | 김영사 | 560쪽

그리스도교에 대한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꾼 도마복음
깨침 긍정하는 불교처럼 참나 깨달아 의식의 변화 시도

1945년 12월, 이집트의 한 농부가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의 산기슭에서 땅을 파다가 발견한 항아리 안에는 열세뭉치의 파피루스 문서가 들어 있었다. 모두 이집트 고대어 중 하나인 콥트어로 기록된 이 문서들 중에서 『도마복음』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고학자들은 아타나시우스 추기경 당시 이집트의 수도원 파코미우스의 수도승들이 도서관에서 몰래 빼내 땅속에 숨겨놓은 책들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종교학)는 도덕경, 장자, 불교, 다석 류영모의 사상 등과 비교하면서 『도마복음』의 메시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리스도교에 대한 생각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는다”라고 분석했다.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으로 이루어진 성경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완성본의 형태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성경은 거의 1천여 년에 걸쳐 서로 다른 수십 명의 저자가 쓴 것이며, 로마 제국을 통치할 종교적 이데올로기로서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의 신조와 성서를 하나로 통일할 것을 요청한 후 니케아 공의회의 정경화 작업을 통해 편집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기경 아타나시우스(293?~373)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367년, 자신의 신학적 판단 기준에 따라 이단적이라고 여겨지는 책들을 모두 파기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이후 어떤 것을 넣고 뺄 것인지의 논쟁은 계속됐으며 최종적인 정경의 목록은 기원후 397년 아우구스티누스가 주도한 카르타고 회의에서 결정됐다.

114절로 이루어진 『도마복음』에서 약 50%는 공관복음(마태, 마가, 누가 복음)에 나오는 내용과 겹치며, 전체 내용은 예수의 말씀만 적고 있다. 오강남 저자에 의하면, 『도마복음』의 가장 큰 특징은 “공관복음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 심판, 대속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그 대신 내 속에 빛으로 계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 이것을 깨닫는 ‘깨달음’을 통해 내가 새 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라는 점이다.

 

믿음의 구원이 아니라 참나가 중요

니케아 공의회가 전승시키려 한 기독교와 『도마복음』이 전하는 기독교를 불교에 비추어 본다면 교종과 선종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불교는 ‘깨침’을 긍정했고 기독교는 ‘깨침’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불교와 기독교는 다르다. 불교에서는 아미타불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불자들이 ‘깨침’을 강조하는 불자들을 정죄하거나 박해하지 않았다. 반면, 기독교에서는 오직 예수 십자가의 공로를 ‘믿기만’ 하면 죄사함을 받고 구원받는다는 교리의 ‘믿음’을 강조하는 자들이 경건한 수행을 통해 신성한 참나를 깨달아야 한다는 『도마복음』식 ‘의식의 변화’를 증언하는 자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배척했다. 중세시대에는 이단판정을 내린 후 불에 태워죽이기까지 했다.

 

도마복음(토마스의 복음서)는 예술의 어록을 주로 다루고 있다. 핵심은 참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미지=위키백과

니케아 공의회에 모인 종교 권력자들이 “내면의 빛, 하느님의 불꽃, 참나, 신성한 자아”를 증언하는 『도마복음』식 깨달음을 포괄했으면 기독교의 역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믿는다고 외치면서도 신성한 자아에 역행했던 중세의 마녀사냥 학살이 공식적으로 추진될 수 있었을까? 아타나시우스는 오직 진실을 추구하며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 서로 사랑하라(레 11:45, 요 13:34, 살전 3:11-13)”는 성경의 가르침을 투철하게 실천함으로써 충분히 정화된 의식에 이르렀기에 자신의 신학적 판단을 절대화했던 것일까? 미국인 리처드 베이커는 젊은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선사 밑에서 선수행을 하고 샌프란시스코 선원의 주지가 되었다. 그는 “『도마복음』을 미리 알았더라면 구태여 불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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