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8-15 09:58 (월)
대학원생의 소박한 기대
대학원생의 소박한 기대
  • 김주영
  • 승인 2022.05.18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주영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
김주영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

전문화된 학문 탐구와 역량 강화를 위한 대학원 모집 정원의 증가 추세라는 의미 있는 현상에도, 정작 대학원 혹은 대학원생의 연구환경에 관한 선행 연구나 학술적 논의는 매우 드문 편이다. 학문후속세대인 대학원생들의 교육 및 연구환경 개선, 공동체 문화, 안전 및 경제적 지원 등 다양한 차원의 복합적인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들조차 스스로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현실을 주변에서 꽤 익숙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인식 안에서도 이른바 ‘이공계’ 계열의 형편이 ‘인문사회’ 계열보다 낫고, 소위 말하는 ‘탑’ 학교의 형편이 그렇게 불리지 않는 학교들보다 낫다는 일종의 자체적인 ‘구분 값’들은 더욱이 전반 대학원생들의 비판적인 의식과 지속가능한 권리의 체제 혁신을 도모하는데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필자는,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실시한 연구환경 실태조사(이하 조사)를 총괄 분석한 연구위원으로서 전반 경험과 제언을 공유하고자 한다.

2021년도 조사를 전반 기획 및 설계하며 주요 중심으로 두었던 것은, 대학원생들의 ‘연구 성과’나 ‘연구 현황’ 등과 같은 객관적인 역량 검증이 아닌 대학원생 개인이 경험하고 느끼는 대학원생으로서의 ‘생활’과 개인이 가지고 있는 ‘꿈(진로)’ 등을 대답하는 통로로 이 조사가 활용되기를 바랐다. 대학원생의 연구환경은 게재하고자 하는 저널의 IF 지수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입학 목적과 일치한 연구환경 정도, 고민 끝에 입학한 대학원 생활에 대한 만족도 및 어려움, 연구실 문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학원생들에게 미치는 유의미한 영향을 파악해 보는 것이었다. 각종 연구와 내외부 프로젝트, 그리고 과제 등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는 대학원생들이 이러한 조사에 많은 시간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2021년도의 경우 총 1천648명의 학우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어 아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었다. 결국, 이렇게 대학원생으로서 경험한 여러 의견들과 현황을 기꺼이 공유하려던 그들의 노력들은 대학원생들의 일상과 관련된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도 있다.

2021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위 연구 방향에 대한 대학원생의 의견 존중’, ‘지도를 위한 충분한 시간 할애’,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적절한 조언’ 등이 대학원생의 연구환경 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결국 연구 자체에 대한 학문적인 역량이나 지식뿐만 아니라 지도교수와의 인문적인 상호작용, 즉, 존중과 조언 등 연구 주변에 대한 유익한 경험들도 대학원생들의 연구환경 구성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또한, 위 항목과 더불어 지도교수의 ‘학위 연구에 대한 이해’는 지도교수와의 관계 어려움 완화에도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반면 ‘학생에 따른 차별적인 지도’, ‘연구실 실적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무관심’, ‘연구 윤리 부족’은 지도교수와의 관계 어려움을 발전시키는 요인으로 보고되었다. 즉, 지도교수 개인의 일상 태도와 연구 윤리에 대한 가치관 등이 대학원생들과 지도교수와의 관계를 쌓아가는 데 어려움을 미치는 요인이 되었다.

연구실 조직문화에 대해 살펴보면, ‘친목 행사’가 대학원 생활 행복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반면 ‘수직적 자세/태도’, ‘지나친 무관심’, ‘일과 후 업무 연락’, 그리고 ‘주중 및 주말(공휴일 포함) 연구실 체류 시간’은 행복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나친 무관심’과 ‘수직적 자세·태도’, 그리고 ‘일과 후 업무 연락’은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자신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론적으로, 연구환경 개선에 대한 대학원생의 요구나 필요한 제도는 생각하는 것만큼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의견 존중’, ‘충분한 시간 할애’, ‘수직적 자세·태도’ 등과 같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며 충분히 요구할 수 있고, 주의해야 하는 아주 일반적인 자세와 태도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학계를 이끌 주역들인 오늘날의 많은 대학원생들이 바쁜 연구 현장 속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이와 같이 주변 환경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사소해 보이는 이러한 시간과 노력들이 우리의 연구환경을 보다 성숙하고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김주영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 전체 수석 석사(국제경영학과) 졸업 이후 현재 KAIST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5년 두바이에서 개최된 ICSB (International Council for Small Business) World Conference에서 “대중소 기업 간의 삼자 협력 네트워크에 의한 신제품 개발” 관련 연구로 Best Paper Award를 수상한 바 있으며, 이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및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에서 약 5년간 근무하며 11편의 국가 정책 연구 및 3편의 학술 논문을 게재하였다. 현재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의 장학 지원을 받아 MIS, 마케팅, 소비자 행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