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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제주학회
[학회를 찾아서] 제주학회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7.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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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09 18:42:50

‘육지’사람들에게 상상의 공간, 스쳐가는 여행지로 여겨질 뿐인 제주를 연구하는 모임이 있다. 그곳을 현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제주학회’가 선택한 길은 실로 다양하고, 그 다양성이 바로 제주학회의 고민이기도 하다.

‘제주학회’는 1996년 창립됐다. 그러나 전신이었던 ‘제주도연구회’의 역사를 포함하면 1978년부터 20년이 넘은 중견학회다. 학회명 변경에도 이 중견학회의 고민이 담겨 있다. 단지 제주도를 연구하는 지역학의 구태를 벗고 ‘제주학’을 만들어 보자는 것.

12대 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경수 서울대 교수(인류학과)의 ‘제주학 추진방안’은 두 가지다. 먼저 자연과학 연구의 활성화. 현재 사회학, 인류학, 민속학의 세 분야에 집중된 연구방향을 농업, 관광, 축산, 해양산물로 확장시킬 생각이다. 둘째는 ‘제주도 종합학술조사’로, 학제적 연구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작업은 이미 3년 전 고유봉 제주대 교수(해양학과)가 회장직을 맡을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제주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실상, 제주에 대해 ‘관’이 확보한 자료는 부실하다. 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창기 영남대 교수(사회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 인구통계자료조차 잘못됐을 정도이며, 그만큼 제주는 소외와 왜곡 속에 방치된 섬이다.

제주학회가 근년까지 연구에 방점을 찍었던 부분도 바로 그 왜곡이다. 그간 학회는 ‘4?’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지난 6월 1일 서울대에서 개최된 제17회 전국학술대회의 주제 역시 ‘4?과 제주문학’이었다. 몇 해 전에는 문화인류학, 여성학, 종교학 관련전공자들에 의해 ‘4?’이 제주인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4?’을 지나간 역사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현재에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으로 이해한 것이다.

제주학회는 도쿄에 위치한 ‘탐라연구회’와 공동으로 재일한국인 문제에 관한 발표회를 갖기도 했고, 제주와 유사한 소외구조를 지닌 일본 오키나와와 제주를 비교하는 연구도 3년째 추진중이다.

최근 제주학회는 영어공용화라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국제자유도시추진단’에서 제주도를 영어공용화 실험대상으로 선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학회원 허남춘 제주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민족문화 죽이기라는 차원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역사 속에서 배제의 원리 속에 방치된 제주를 실험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제주학회의 불안감을 대변했다. 무엇보다 제주를 역사 속에 다시 등장시키기 위한 제주학회의 학문적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는 때다.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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