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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상업화가 大學에 미치는 영향…한국, "국가가 상업화 주도"
과학의 상업화가 大學에 미치는 영향…한국, "국가가 상업화 주도"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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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경희대 교수 사회학회서 발표

과학의 상업화란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전적으로 풀어보면 "과학적 연구결과를 경제적 재화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황우석 논란은 그렇게 보면 과학의 상업화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닐 것이다. 과학을 재화로 바꾸는 과정이 아니라, 연구과정과 그것의 논문화하는 과정에 논란이 집중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황 교수 논란이 과학의 상업화와 무관하다고 한다면 이 또한 현실을 간과한 처사다. 우리는 국가에 의해 과학의 상업화가 무서운 힘으로 주도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황우석은 그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서구 선진국들의 정부가 과학에 대한 투자를 정체상태로 두었던 반면, 한국은 갈수록 과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2단계 BK21 사업에서는 산학협력에 전체 평점의 25%를 할애해, 산학협력이 1단계의 5%보다 무려 5배 많은 비중으로 떠올랐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산업체 하나쯤은 무슨 수를 써서든 '물어야' 하는 게 대학의 현실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체의 개발요구에 대학이 매우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게 바로 BK21의 본질이다.

박희제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최근 열린 한국사회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과학의 상업화와 공공부문연구의 변화'를 발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과학이 상업화되는 원인과 과학의 상업화가 공공부문 특히 대학의 연구에 주는 함의들을 고찰"하고 있다.

먼저 박 교수는 미국의 상황을 소개한다. 현재 미국대학의 과학연구에서 기업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8%다. 일부 논자는 10% 미만이라는 데 주목해 아직 과학상업화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명문 사학 중 하나인 듀크대의 경우 최근 대학연구비에서 기업지원 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하고 있다. 산학연계가 가장 활발한 생명공학 분야의 경우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 중반 그 비중이 1/3을 넘어섰고 약 25%의 생명공학분야의 교수들이 기업으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지원의 형태도 변화하여 1980년대 이후 기업들이 대학과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장기적으로 핵심적인 분야의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형태의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

박희제 교수는 기업-대학간의 연계보다 더욱 직접적인 방식의 '과학의 상업화' 사례를 대학의 특허출원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0개의 연구대학들이 확보한 특허의 수는 1965년 96개에서 1974년 177개, 1984년 408개, 1994년 1,486개, 2000년 3,200개로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은 특허사용료와 인가수수료로 매년 10억 불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학 연구자들이나 대학이 기업설립이나 합작회사를 통해 연구결과를 상용화하는 경향도 증대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보스톤 대학(Boston University)은 학내 교수에 의해 설립된 생명공학회사에 8천만 달러가 넘는 투자를 했다.

그렇다면 어떤 원인들이 와서 부딪혔기에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일까. 박 교수는 첫째 기초과학과 그 결과의 산업적 응용간의 간격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어 대부분의 이론적·경험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제 원하는 목표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지를 인도할 안정적인 지식을 갖게 되었고, 완결단계(a phase of finalization)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둘째,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과학연구가 거대화되어가면서 과학적 연구에 소요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셋째, 국가가 정책을 통해 과학의 발전을 보다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는 노력이 크게 증대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베이-돌 법(Bayh-Dole Act)은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의 지적재산권을 대학이 소유하며 개별 연구자도 여기에서 나오는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향유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대학과 대학의 연구자들이 과학적 연구의 상업적 가치에 주목하도록 이끌었다. 크림스키와 같은 학자들은 이러한 정책적 지도에 주목하면서 과학의 상업화라는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국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급증하는 기업과 대학연구소의 결합, 대학 교수의 임금체제 변화, 대학조직의 변화, 특허에 대한 강조, 대학 커리큘럼의 변화 등의 형태로 나타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정부가 BK21 같은 사업에서 지원할 대학을 정할 때 산학협력에 25%의 비중을 두는가하면, 특허와 연구논문을 이중으로 실적화함으로써 상업화를 유도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연구의 자유로움을 축소시킨다는 게 박 교수의 첫번째 지적이다. 대학 교수간의 임금차별화가 심화되고, 교수의 임용 및 승진제도가 부패하며,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를 사제관계에서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로 변질되는 것도 점점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식의 유통 측면에서 볼 때도 과학의 상업화는 과학적 정보·자료·발견의 교류를 제한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이러한 경향은 그동안 신속하고 자유로운 정보의 교환을 바탕으로 급성장해왔던 과학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다른 점은 정부의 지원금이 축소되기는 커녕, 점점 늘어나 국가가 과학상업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사실 핵심경쟁력 분야 과학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사실이며, 국가의 대학-기업의 연계만들기는 이런 기업들의 위험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점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이 간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정부지원금 중 기초과학 분야에 투자된 돈이 1987년 전체 77%를 차지해 최고점에 이른후 점점 감소해 현재는 30%를 왔다갔다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기초과학이 탄탄한 상태는 아닐 것인데, 정부의 지원 70%가 응용과학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기초과학의 부실화 및 과학의 토대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게도 한다.

최근 황우석 교수의 연구와 관련해 "새튼 교수가 핵심 고급기술을 빌려줬다"는 지적이나, "손기술의 비교우위를 통해 과학경쟁력을 말할 수 없다"는 지적들은 사실 이런 기초과학의 기반약화에 대한 풍자에 다름 아닌 것.

전세계가 비슷한 추세이긴 하지만, 과학의 상업화가 과학의 학문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과 길항하는 결과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업이 과학의 상업화를 이끄는 서구와는 달리 국가가 과학의 상업화를 이끌어 두마리의 토끼를 잡고, 그럼으로써 박정희식의 고속성장을 과학에서 다시한번 구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민적 기반 위에서 진행된 산업화와, 이공계 위기를 안고 시작하는 과학입국은 그 성격이 달라 보인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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