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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인도 모디 총리의 교묘한 요가정치
[글로컬 오디세이] 인도 모디 총리의 교묘한 요가정치
  • 심준보
  • 승인 2022.05.1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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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심준보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국제 요가의 날'에 참석한 모디 총리. 사진=연합뉴스

2014년 12월 유엔총회는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75개국 찬성으로 매년 6월 21일을 세계 요가의 날로 제정했다. 당시의 유엔사무총장이자 한국인 최초의 유엔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은 “요가는 스트레스로 위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며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운동이며 세계 요가의 날 제정이 유엔의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의 전 세계적인 지지를 받은 점에서 요가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관점은 매우 우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현대요가의 모태가 된 인도 전통의 하타요가가 원래 형이상학적인 교설보다는 종교에 관계없이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실용성을 추구했던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배타성이 강한 일신교 전통에서도 현대요가는 받아들여져 기독교 요가, 이슬람 요가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경우 2008년도에 이슬람 신도의 요가수련을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 것으로 규정하였으며, 대표적 세속국가인 미국에서조차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위 바이블벨트의 대표지역인 앨라배마주 같은 경우는 1990년대 이래 최근 2021년도까지 공립학교의 요가지도를 법으로 금지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큰 개신교 교단 중의 하나인 예장통합이 2017년 9월 교단 내 신자들의 요가를 금지하는 요가에 관한 보고서를 받아들였다.

인도 전통요가는 힌두교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요가는 19세기 말 이후 인도와 서구를 중심으로 서구의 체육과 결합하면서 종교성은 거의 탈색되고 생리적, 과학적 기반을 가진 세계인의 대중적 건강법이 되었기 때문에 현대요가를 그 전통이 인도의 힌두교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유에서 교단 내의 사람들에게 금지시킨다는 것은 편협한 관점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2014년 유엔총회 이후 2015년 6월 21일 제1회 세계 요가의 날을 맞이하여 뉴델리의 라즈파트 광장에서 인디아게이트를 뒤로 수 만명의 군중들과 요가를 하는 인도 모디총리의 모습은 단지 정치가가 아니라 종교인, 그것도 편협하지 않는 종교인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현대요가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모디총리의 이런 모습은 자기 나라의 탐욕스런 정치가나 세속적이고 편협한 종교인들보다도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모디총리는 이전 인도 총리들인 네루나 바지파이처럼 평소 요가를 열심히 수행하는 인도정치인들 중의 하나이지만 그들과 다른 점은 그가 요가를 적극적으로 정치에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인도 극우민족주의단체인 국가자원봉사단(RSS)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서 RSS의 위성 정당이자 현재 인도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수장이다. 인도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의 하나인 2002년도 구자라트주 사태 당시 힌두들이 무슬림을 학살할 때 주총리로서 사태를 의도적으로 방관하여 국제사회의 많은 지탄을 받은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인도총리가 되자 평화와 관용을 내세우며 ‘인도의학 및 요가부(AYUSH)’를 인도 내각의 중요부서로 격상시키고 세계 요가의 날을 추진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평화와 관용을 상징하는 현대요가를 내세워 자신의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세탁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한 편으로 이런 정책은 힌두 극우세력의 전략이 강경한 자세에서 보다 부드러운 자세로 변환된 것을 보여 준다. 1992년 아요디야와 2002년의 구자라트의 폭력 사태를 경험하며 정치적 위기와 비난을 경험했던 힌두 극우세력은 2014 BJP 모디총리 집권 이후 힌디어의 강조와 요가의 부흥을 통해 극우적인 민족주의적 정책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순화된 형식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식민지 지배형태를 변화시킨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과거 영국제국주의자들의 인도 식민지통치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모디의 노력은 경제성장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기반으로 재선에 성공하며 2024년까지 임기연장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이 속에 인도 무슬림들에 대한 탄압은 묻혀 버렸다. 관용과 평화의 상징인 현대요가가 오히려 인도 무슬림들에 대한 교묘한 탄압의 장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모디정부의 새로운 외교기조로서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남방 정책은 한국-인도 사이의 정치경제적 협력의 새로운 계기로서 양국간 우애 증진의 소중한 기회이다. 인도학을 연구하는 한국의 학자로서 이런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준 인도정부의 정책과 수장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인도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관용과 평화를 상징하는 요가를 실제로 수련하는 연구자로서 인류문화의 소중한 자산인 현대요가가 종교의 편협함과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되고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심준보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동국대에서 인도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춘천 한림대에 출강하고 있다. 쉬바교, 현대요가의 철학과 수행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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