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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 새로운 창조성 없으면 무절제해진다
40대 남성, 새로운 창조성 없으면 무절제해진다
  • 유무수
  • 승인 2022.05.1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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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치유와 성장의 라이프 스토리』 구드룬 부르크하르트 지음 | 안재일 옮김 | 살림터 | 264쪽

9단계 생애로 돌아본 인생의 주기와 노화
내면을 향하며 자연과 연결로 외로움 극복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서 아버지(성동일)가 딸 덕선(혜리)의 열여덟 번째 생일축하 케이크를 건넬 때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처음이니 잘 알지 못했고 여러 모로 서툴렀으며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딸은 부드러운 배려심이 있는 아빠를 더욱 신뢰할 수 있었고 부녀 사이에 상호존중의 기류가 흘렀다.   

에릭슨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접하는 대인적·사회적·문화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결해야 할 심리사회적 이슈를 점검해볼 수 있도록 생애를 ‘9단계’로 구분했다. 드라마 속의 아버지는 에릭슨의 발달이론에서 7단계인 성인중기에 해당하며 ‘성숙이냐 침체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 이후 세월이 흐르며 또 처음 접하는 8단계의 성인후기와 9단계의 노년기에는 자아통합과 노년초월의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 책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anthroposophy)을 적용하여 생애주기를 크게 ‘신체-영혼-정신’의 단계로 구분하고 다시 각 단계를 7년 주기의 더 작은 세 개의 단계로 나누어 모든 개인이 처음 겪는 인생의 단계들을 조망했다. 

 

인지학을 수렴한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7의 6배수에서 9배수인 42세~63세에 해당하는 드라마 속의 아버지는 신체기관에 묶여 있던 자아가 서서히 쇠약해지는 하위 신체기관에서 풀려나오는 흐름에 접어들었다. 내면의 부드러운 여성성(아니마)을 발달시키며 새로운 생활리듬을 만들어가야 할 시기다. 아니마를 발달시키며 새로운 창조성을 개발하지 못한 남성은 쉽게 무절제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많은 이혼이 40세 이후에 발생한다. 56세~63세는 내면으로 향해야 할 직관적인 영혼의 시기이다. 이때 종교적인 영역 또는 자연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찾지 못하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브라질에서 인지학적 의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구드룬 부르크하르트 저자가 제안한 라이프 스토리 작업 중의 한 방법은 큰 종이를 가로세로 3등분으로 접어 9부분으로 나눈 다음, 7년 주기로 주요 사건과 감정을 적는다. 라이프 스토리를 전체적인 모습으로 개괄한 다음, “내 인생의 과제는 무엇인가? 내 삶에서 반복되는 주제(leitmotif)는 무엇인가? 이 상황을 반복하고 싶은가? 내 모습에서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은가?”라는 질문의 답을 의식적으로 파악한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자아(Ich)는 탄생 이전부터 지상에서 실현하기를 원하는 목적을 가지고 온다고 주장했다. 재능은 자아가 전생으로부터 가지고 온 것이며 지상에서의 삶을 통해 비교적 쉽게 능력으로 변화한다. 이 주장에 의하면 삶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쉽게 능력이 되어 현실적 힘을 발휘하고 인생을 관통하는 줄기로 나타나는 것은 전생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저자는 의식적인 스토리 작업은 치유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의식적으로 살펴보는 작업이 없으면 영혼의 힘이 신체의 퇴행하는 힘에 시달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교수(발달심리학)인 매캐덤스는 『이야기 심리학』(학지사)에서 “단순하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실행해보는 것이 치유와 성장의 경험이 될 수 있다.”라고 증언했다. 이야기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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