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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 심기일전하자
대학정론: 대학, 심기일전하자
  • 김사헌 논설위원
  • 승인 2005.1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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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헌 / 논설위원·경기대

지난 주 한 중앙 일간지에 게재된 ‘교수님, 오늘은 어디 계세요?’라는 특집 시리즈 기사가 대학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휴강이 ‘전공’이라는 교수, 연구에 태만하거나 남의 연구에 슬쩍 무임승차하는 교수, 강의실 밖만 기웃거리며 개인업무 대외활동에만 전념하는 교수 등 정도를 걷지 않는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소개하면서 대학교수 사회를 질타하고 있다. 아마 이 특집의 발단은 서울대 총장이 최근 기자들에게 “1주일에 하루 나오는 서울대 교수들이 있다. 창피를 좀 주라”며 불성실한 일부 교수를 비판한 것이 계기였던 것 같다.

사실은 교육자적 사명감으로 열심히 교육·연구하는 대학교수도 많지만 교수의 본분을 망각한 채 교수사회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집단도 적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강의는 부업이고 사회활동이 주업이던 간에 혹은 일주일에 하루 학교에 나오고 그 외의 날은 골프나 치며 노는 교수이던 간에 그리고 밤새 연구실 불을 밝히며 연구와 강의준비에 전념하는 교수이던 간에 모두가 비슷하거나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데서 모든 문제는 출발한다. 물론 과거 대학사회에서 논문 한편 안쓰고도 편히 승진하며 정년을 맞던 ‘철 밥통’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교육부의 대학 평가, 대학 자체의 평가 등 교수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거세지고 SCI급 논문이나 학술진흥재단 등재학술지급 논문을 기준으로 승급이나 승진의 기준을 삼는 대학이 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이런 기준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형식적 외형적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강의평가도 외부공개가 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연구평가도 질보다는 양에만 치중하는 것이 많은 대학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나누어 먹기’식 풍조가 너무나 만연해 있다. 노력하는 자나 노력하지 않는 자나 똑같이 의좋게 나누어먹자는 사회풍조가 대학사회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다. 현재와 같이 대학이 노력이나 생산성에 관계없이 똑같이 ‘파이 나누어먹기’식으로 운영되어서는 우리나라 대학에 미래한국의 희망을 걸 수 없다. 이런 풍토에 쐐기를 박는 방법은 구미 대학에서와 같이 교수시장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는 길밖에 없다. 강의나 연구업적에 대한 엄격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상벌을 결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와 같은 근속년수에 따른 기계적 호봉제는 무능하고 나태한 교수를 양산할 뿐이다. 2004년을 기준하여 우리나라 인구 1만명당 발표논문 편수나 인구비례기준 SCI급 논문발표 건수는 세계 28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에 비한다면 이 등위는 너무 낮지 않나 싶다. 또 세계 10대 무역강국, 세계경제규모 11위, 외환보유고 세계 3위인 우리 경제지표와 비교해보더러도 아직 우리 대학은 갈 길이 한참이나 멀어 보인다. 전 국민적 기대와 여망을 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그러하듯이, 대학구성원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대학이 이 나라의 명운을 짊어지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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