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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시대, 유랑하는 타자들
냉전의 시대, 유랑하는 타자들
  • 최승우
  • 승인 2022.04.27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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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현 지음 | 소명출판 | 323쪽

사회 밖 소외된 이들을 감싸 안은 한국영화

이 글은 냉전 시대 반공주의와 근대화 논리가 타자성과 맺는 관계 및 한국영화 속 타자들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한국영화사 흐름을 따라가면서 각 시대를 구분한 뒤 영화 작품 분석을 중심으로 타자성의 의미를 추출해 내고자 했다. 특히 ‘가족’과 ‘공간’은 타자성의 의미를 추출하는 데 있어 주요하게 관심을 가진 분석 대상이었다.

반공의 논리와 경제 성장에 기반한 근대화 논리가 냉전 시대를 관통하는 통치 전략으로 위세를 떨치는 가운데 영화 속 가족과 구성원들의 일상적 공간은 시대가 요청한 바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듯하면서도 이면의 부작용들과 은폐된 부분을 재현하곤 했다.

요컨대 한국영화는 시각적 이미지의 복잡다기한 모호함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통치 권력의 칼날을 피하면서도 대중의 삶과 접속하는 길을 만들어 갔다.

이 글에서는 비록 냉전 시대로 일컬어지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한국영화 속 타자들의 모습을 다루었지만 이들의 존재 양상은 다양한 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에서 60년 이상을 차지하는 냉전 시대는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전쟁과 한민족의 적대 그리고 분단 시대 좌우의 첨예한 대립이 현재까지도 한국인의 삶을 곤혹스럽게 하는 근본적 요소로 작용하는 가운데 글로벌 자본주의의 위력은 점차 대중의 삶을 극한으로 내몰아 가는 중이다.

청산되지 못한 냉전과 분단의 역사적 문제를 떠안은 채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강력한 힘에 압살당하고 있는 현재 대중의 삶에 과연 어떻게 접속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그래 왔듯이 한국영화는 앞으로도 이러한 대중의 삶에 눈감지 않고 신랄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것을 영화 속 세계로 녹여 내 타자화된 존재들을 어루만질 것이다.

또한 누군가 냉전 대한민국의 대중이 직면한 이 아픈 현실을 파헤치는 데 관심을 갖고 논의를 시작한다면 이 책이 작은 위로와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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