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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보석 디자이너'
행복한 '보석 디자이너'
  • 박용완 교수
  • 승인 2005.1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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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뒷줄 왼쪽부터 Akbarov Dilshod, Anvar Narzullaev, 이혜영, 함원주, 왕우상, 손주희 / 앞줄 왼쪽부터 김대용, 박용완 교수, 류관웅, 김기우


박용완/영남대•전자정보공학부

어느덧 경산 압량벌의 드넓은 영남대에서 살림을 꾸린지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곳에 부임한 첫 해에 이동통신연구실을 열고, 그 곳에서 많은 잠재력과 재능을 지닌 학생들을 만났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자신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2등’이란 콤플렉스와 자신감 부족으로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했다.


'희망은 꿈 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을 지닌 나에게 이런 상황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용납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연구실 구성원을 선발할 때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성적보다는 학생들의 의지를 선택했다. 반드시 이 분야에서 성공한 엔지니어가 되고야 말겠다는 의지, 그것이 현 시점에서의 정량화된 실력보다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인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격언을 몸소 실천해 보이고 싶었다.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서는 누구나 희망하는 연구소나 기업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나는, 학교보다 연구실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학생 개개인을 특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실을 이끌었다. 외국에서 돌아와 3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배운 업무프로세스기법을 활용해 학생들의 현재 상황과 장애요인, 성공요인 등을 분석하고, 최고가 되기 위한 목표점을 찾는 시간과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간의 활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프로들이 모인 회사도 아니고, 단지 아마추어들이 모인 대학 연구실에서 이런 방법이 가능할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문제에 뛰어들기 전에 먼저 그 원인과 효율적인 해결 방법부터 찾는 것은 연구의 기본이라는 생각에서 이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 결과 이제 우리 연구실의 연구원이라면 누구든지, 제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점을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우리 학생들이 저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특성화 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그 첫 번째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할 수 있게 하는 교육시스템의 도입이다. 석사과정 학생들은 중견 기업 및 벤처 업체와 공동으로 핵심 기술의 연구 및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개발과정에 학부 학생들도 참여시켜 개발결과를 졸업과제로 삼음으로써 대학원뿐만 아니라 학부 학생들도 첨단기술개발을 위한 기획 및 연구과제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제 기획 및 연구개발, 그리고 상품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봄으로써 자기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실무능력을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는 국내보다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실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전 직장에서 연구개발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일본 최고의 이동통신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결과 우리 연구원들은 일본의 이동통신사와 공동의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워크샵도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세계 일류회사의 연구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연구실적을 발표하고 이를 인정 받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점점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은 이제 우리 연구실 구성원 모두에게 지방대학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어 최고의 연구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요사이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국내 대학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내외 연구비 수주는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이제는 연구할 일손이 모자라 정작 많은 연구비를 따와도 감당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이 있는, 희망을 주는 대학원과 연구실에는 학생들의 지원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연구실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자부한다. 이를 증명하듯 해마다 꾸준히 대학원생들이 우리 연구실에 새로 들어온다. 그들은 수많은 시행 착오와 빡빡한 연구과제들로 힘들어 하지만,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졸업 후의 진로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 이미 우리 연구실이 배출한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통신분야 전문가로서, 학자로서, 교수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들은 더욱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도처럼 우리 연구실에도 세 가지가 특히 많다. 바로 여학생, 외국인 유학생, 그리고 연구실 소속 동아리의 학부생이 그것이다. IT 산업분야의 활성화와 이동통신분야의 발전으로 능력 있는 여학생들이 속속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의 취업률도 높아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특히 동아리 학생들을 교육, 연구기획 및 개발과정에 참여토록 하고,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지도를 맡김으로써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우리 학생들은 어느새 영어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토론을 하고 연구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세계화교육’이 아니겠는가.

지난 5월, 연구실10주년을 맞아 ‘홈 커밍 데이’ 행사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꼭 한번 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떡여 마련된 자리였지만, 정작 그 자리에 선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벅찬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자들로부터  지난 10년간의 연구성과를 정리한 논문집과 감사패를 받으며 홀을 가득 채운 그들의 눈을 보았을 때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마 당시 지켜보는 눈들이 많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그 자리에서 가슴 벅참을 주체하지 못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오늘 이 자리가 연구실 운영의 노하우를 전하는 곳이라고 들었다. 나의 노하우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지방대에 대한 편견, 대학원생 부족, 운영비 부족 등 등, 이런 현실적 장애보다 이미 우리가 가진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지금도 연구실에서 새벽까지 불을 밝히고 열정을 바치는 제자들이 우리의 미래를 밝힐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보석들이 더욱 더 아름다운 빛과 가치를 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보석디자이너’이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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