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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과학기술 만남은 계속되고 있다…범부처 맞춤형 지원 필요
인문사회 과학기술 만남은 계속되고 있다…범부처 맞춤형 지원 필요
  • 김봉억
  • 승인 2022.04.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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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융합연구의 미래⑩ 좌담_ 인문사회가 묻고 융합이 답을 하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교수신문 공동기획

융합(Convergence)의 시대다. 장벽과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지식을 합쳐 새로운 유형의 지식을 창출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문사회가 뒷받침되지 않는 첨단 과학기술은 맹목적이고, 과학기술과 분리된 인문사회는 공허하다. 그렇다면 국내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융합연구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총 10회에 걸쳐 국내 융합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K-융합연구의 미래를 진단한다.

① 인문사회 과학기술 만나다
② 융합이 치유하다_사회문화 통합전염병
③ 융합이 만든 안식처_스마트쉘터
④ 융합이 쓰는 미래_新기후 시나리오
⑤ 융합이 만난 언어뿌리_문화+마이닝
⑥ 융합의 새로운 통찰_웰다잉
⑦ 융합의 빅데이터 분석_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⑧ 융합의 색다른 발상_환자 회복 패러다임
⑨ 융합의 연결고리_다문화 의사소통 앱
⑩ 좌담_인문사회가 묻고 융합이 답을 하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와 교수신문은 지난 15일 ‘인문사회기반 융합연구 활성화’를 주제로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교수신문은 ‘K-융합연구의 미래’ 기획을 9회에 걸쳐 연재하며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해결에 나선 인문사회기반 융합연구의 성과를 돌아보고,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융합연구의 방향성을 모색해 왔다. 인문사회기반 융합연구가 씨앗을 뿌리고 가치를 확산하는데 성공했지만, 현재의 지원규모와 형태로는 코로나19과 같은 지역 발(發) 전세계의 복잡도가 높은 사회문제 해결과 심화된 융합연구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날 좌담회는 융합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발전방안을 끌어내기 위해 각계 전문가가 함께 자리했다. 김미혜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장의 진행으로 이은석 가천대 교수(운동재활복지과), 박재민 건국대 교수(기술경영학과), 엄미정 STEPI 선임연구위원, 장종화 단국대 교수(치위생학과)가 패널로 참여해 융합연구의 현안과 인력양성,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인문사회기반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나누었다. 더불어 문화융복합단 책임전문위원 김남석 부경대 교수(국어국문학과)와 소위영 한국교통대 교수(스포츠학부), 권순복 부산대 교수(언어정보학과) 3명과 서지영 STEPI 선임연구위원이 배석해 융합연구의 방향 모색에 깊이를 더했다. 

참석자들은 사회를 통찰하고 인간중심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적 복잡도가 높아지고 다변화되는 시대적 특성과 융합연구 고유의 특징을 고려하여 △융합연구 성장주기에 맞추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부처연계형 지원 △복잡 다원화된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대형화된 융합연구 지원 △사회문제 해결형 융합연구의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체계성 정립 △단순 지식 창출형 교육이 아닌 전문지식 영역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융합인력양성 △단계별, 유형별 체계정립에 의한 범부처 차원의 맞춤형 예산 지원이 필요한 때”임을 강조하였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연구재단 책임전문위원인 소위영 한국교통대 교수와 김남석 부경대 교수, 엄미정 STEPI 선임연구위원, 권순복 한국연구재단 책임전문위원(부산대), 이강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김미혜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장, 박재민 건국대 교수, 이은석 가천대 교수, 서지영 STEPI 선임연구위원, 김봉억 교수신문 편집국장이다. 사진=한국연구재단

이은석 가천대 교수(운동재활복지과) “인문사회로 뿌린 씨앗, 열매 맺도록 지원 절실”

범부처 차원의 지속적인 성장연계형 지원이 
기술고도화 통한 융합연구 부가가치 극대화

이은석 교수

융합연구는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부의 삶과 비슷하다.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융합연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날 수도 있고, 우연히 만날 수도 있다. 야심차게 융합을 기획했어도, 연구가 현실이 되면 과제계획서에 담지 못했던 다양한 변수와 직면하기 일쑤다. 부부의 성격차이, 경제관념, 자녀 교육의 가치관 차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공부를 마친 자녀가 취준생이 되면 걱정도 커진다. 논문을 발표할 융합연구학과도, 융합학회도 없다. 정부의 지원제도도 단편적이다. 

2013년 씨앗형 연구과제에서 도출한 아젠다로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에 지원해 5년간 ‘환자 중심 움직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밑거름으로 현재는 다부처사업을 통해 지역과 병원이 연결하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씨앗형 연구를 통해 ‘누워있는 환자도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가치를 확인했다. 회복 프로그램과 도구, 공간을 융합해 움직임을 촉진하자는 아젠다를 도출했고, 체육·의학·IT 분야의 융합을 추진한 결과 침상에서 병동, 병원, 가정으로 환자의 움직임 영역을 확장했다. 소통과 성과확산을 위한 융합연구총괄센터의 노력은 융합의 든든한 자산이 됐다. 아쉬움은 인문사회로 뿌린 씨를 이곳에서 수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문사회기반 융합연구는 연구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과제 기간이 짧다. 결국 연구를 지속하려면 타부처 과제를 지원해야 한다. 이 경우 연구책임자를 이공계 전문가로 바꿔야 하기도 한다. 융합연구에 대한 범부처형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기술경영학과) 인문사회 융합연구 체계적 디자인 방안은

대전환 시대 맞아 복잡 다변화된 문제해결 위한
체계화된 융합연구 지원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재민 교수

‘왜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이 융합된 연구를 해야 할까?’ 융합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 계속 질문해왔다. 최근에는 인문사회융합사업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기술 융합연구 신규사업 구상을 위해서는 기획방향과 목표를 먼저 살펴야 한다. 보다 발전된 형태의 융합연구사업은 △사회적 요구 및 정책적 기조에 부응하고 △융합연구 욕구를 촉진하며 △융합연구분야 인력 양성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과제유형도 융합연구 형태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특정 분야의 연구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타 분야 연구자(팀)와 협력하는 ‘교차학제적’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분야 연구자(팀)가 균등한 주도권을 가지고 교류·협력하는 ‘다학제적’ 연구이다. 마지막은 학문분야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지식 또는 분야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연구하는 ‘초학제적’ 연구이다. 

과제도 유형별 연구목표에 따라 △문제해결형 트랙과 △가치창출형 트랙으로 신청 가능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융합연구는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지식을 결합해 복잡·다변화된 사회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문제해결형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가치창출형은 인문사회-과학기술 융합을 통해 기존의 기술적·비기술적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수준의 목표달성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한편 과제 지원방식은 교차학제적·다학제적 연구유형의 경우 장려금(Grant) 지급방식으로, 초학제적 융합방식은 블록펀딩(Boock-funding) 방식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융합의 형태와 깊이, 구조화와 체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융합연구 지원의 목적은 확대에 있고, 지원의 형태는 차별화가 요구된다.

엄미정 STEPI 선임연구위원(과기인재정책팀) 융합 연구자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가

단순 결합형 융합체험에서 다원화된 사회환경에 맞는
융합인재 육성과 지원에 대한 현실적 고민 필요하다

엄미정 선임연구위원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양 끝을 제외한 중간 영역에 무한대의 색이 존재한다. 사회문제가 복잡해질수록 융합연구와 융합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융합적 지식은 어디서, 어떻게 획득하는가? 인재양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교과 커리큘럼을 짜는 것만이 아니다. 융합과정을 운영하고 갈등을 푸는 소프트 스킬, 즉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융합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회적, 지식적 장벽 중간지점은 매번 바뀌고 매번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전통적으로 첨단기술 내지 신기술에 접근하는 방식은 복합적이고 융합적이다. 일례로 공대에서는 학과를 신설할 때 기존에 있던 두 학과를 결합한 A+B학과의 형태로 만들곤 했다. 다학제 지식과 다학제적 인재는 다르다. 그 중간에 끼어있는 게 조직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 융합연구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그 지식을 전공한 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A에 대한 전공지식과 B라는 전공지식을 갖춘 인력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대부분 풀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A+B가 아닌 A*B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융합연구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문제 자체가 융합적이기 때문에 소프트스킬과 다른 학제에 대해 갖고 있는 두려움의 장벽을 낮추는 훈련이 필요하다. 출연연은 문제 중심의 연구를 하기에 기본적으로 다학제적이다.

하지만 대학은 학제기관으로 학제 내 문제를 다룬다. 학교 안에서 다학제적 훈련과 다학제적 연구조직 육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민의 목적은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융합에 대한 스킬에 두어야 한다.

또한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노출된 학생들의 역량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융합연구를 잘 하는 것은 복잡한 소통의 과정을 잘 풀어가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좋은 연구자에게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장애요인의 요소들을 개념화하는 인문사회적 요소가 반영돼야만 한국사회에서 융합연구에 대한 이해가 확산될 수 있다.

장종화 단국대 교수(치위생학과) 융합연구총괄센터가 나아갈 방향은

다양한 전문지식의 효용성 높일 수 있는 
융합 교육·인력양성·연구지원 중장기 정책 필요

장종화 교수

융합연구총괄센터는 인문사회 기반 융합연구팀과 연구자들의 소통을 도모하고 지원하는 허브로서 융합연구팀들의 성과 확산과 융합연구의 인식 개선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학술지 발간 및 등재, 우수사례 공모전, 기관 및 학회 간 네트워킹 구축을 비롯해 다양한 학문이 섞여 융합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세미나, 콘퍼런스, 포럼, 콜로키움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실제 많은 성과가 도출되고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융합연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문사회 기반 융합연구는 중장기 융합연구가 가능하도록 로드맵 구축이 필요하다. 초대형 융합연구를 위해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젠다를 도출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학에서도 융합교육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하고, 정부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융합연구총괄센터는 인문사회기반 중장기 융합연구 로드맵 구축을 위한 구심점이 되고자 한다. 

 

공동기획팀 editor@kyosu.net
김미혜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장, 김봉억 교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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