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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신학: 지금 있음에서 존재로
신비한 신학: 지금 있음에서 존재로
  • 최승우
  • 승인 2022.04.21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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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혜 지음 | 242쪽 | 도서출판 동인

미국 시인 월러스 스티븐스의 시와 “현실”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는 철학이나 문학이론들과의 관련 속에서 이루어져 그의 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난해하다고 알려진 1947년 이후 스티븐스 작품들이 “현실”을 어떻게 다루고 규명해 가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이론들을 잠시 접어두고 스티븐스 후기시를 발표된 순서를 고려하면서 읽어, “현실”에 관한 그의 생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귀납적으로 도출해본다. 

스티븐스가 후기시들에서 탐구하였던 “지금 있음”은 기존의 종교와 당대의 인본주의 모두에 대한 대안으로, 사람들이 “허구인 줄 알면서도 믿고 삶의 충족을 기약할 수 있는” “최고의 허구”의 일부였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븐스의 “지금 있음”은 사람의 마음 작용을 통해 드러나면서도, 사물들과 세계가 지닌 법칙과 가능성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탄생하기에, 인간 중심주의나 하나의 가치로 굳어지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채, 있는 대로의 현실 속으로 믿으며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 있는” 현실의 구조와 근원을 밝히고, 그 너머 보이지 않는 존재의 확신에 이르는 전 여정은 노년의 스티븐스에게 있어, 세계에 대한 믿음을 되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고, 삶에 있어 시와 상상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믿음이 깨진 세계에서 시와 예술이 잃어버린 것을 대신해야 한다는 스티븐스의 신념은, 말년에 “신과 상상력은 하나”라는 고백 속에서, 세계의 “지금 있음”과 “상상력(시)”이, 결국은 “존재”로서의 세계와 하나라는 삼위일체의 확신에 이르고 있다.

노년의 스티븐스는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심미적 상상력으로 관심을 확대하였으며, 사람 마음과 감각이 사물과 세계로부터 읽어내는 “지금 있음”을 통해 “존재”로서의 무한한 세계의 인식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을 저자는 꾸준한 연구로 밝히고 있다. 또한 인용한 시에 한글 번역을 함께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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