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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엔 시간이 켜켜이 쌓여간다
그 곳엔 시간이 켜켜이 쌓여간다
  • 동정근 인하대 건축학
  • 승인 2005.1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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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현대건축 7. 자연속의 건축 '선유도 공원'

지난 2003년 각종 건축·조경 관련 시상을 휩쓸었던 선유도 공원. 21세기 도시환경계획의 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시공간의 자연회복에 대한 희망과 상징성을 담고 있고 있는 이곳은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도시 산업화 시대의 기억을 품고 있다. 요즘은 도심속의 생태환경을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잦다.

선유도 공원은 한강의 역사와 서울의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 선유도는 원래 한강의 남쪽 강안에 서 있던 암석 봉우리로 조선조에는 선유봉 또는 선유산이라 불렀다. 웬만한 고지도에 이름이 적혀 있고, 정선의 그림에도 나타날 만큼 빼어난 한강의 경관 중 한 곳이었다. 20세기 초 도시개발에 필요한 골조를 채취하기 위해 언덕은 평평하게 잘려 나갔고, 지난 1978년에 도시 산업화에 따라 정수장 시설이 들어섰다. 선유정수장이 그 기능을 다하고 한강이 되살아날즈음 선유도의 공원화는 자연스럽게 한강과 환경 그리고 생태의 문제를 향해 방향을 잡는다.

선유도 공원은 정수장 시설을 재활용해 새로운 도시공원으로 바꾼 것이다. 건축설계를 맡은 건축가 조성룡은 선유도 공원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풍경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산업시설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테크노 풍경 혹은 폐허속에서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는 도시의 여백”으로 표현한다.

선유도 공원의 조경설계를 맡은 정영선씨(조경설계서안 사장)는 “선유정수장이 가지고 있는 유기적으로 구성된 시설물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과 땅의 모양을 이용해 선유도와 선유정수장이 간직한 기억과 환경, 자연,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은 선유도가 도시 내에서 가지는 지리적, 공간적 잠재력을 드러내는 것과 함께 공원설계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정영선은 선유도를 크게 4가지 성격으로 구분한다. △선유도를 둘러싼 옹벽하부의 둔치로 한강의 생태복원을 시도하는 공간 △옹벽 둘레의 언덕부분으로 숲과 조망이 있는 놀이와 휴식, 문화의 공간 △물의 흐름따라 전개되는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한 정원 △공원 환경과 생태교육의 기능을 지원·강화하는 정보, 전시, 관리 공간 등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건축비평] 동정근 / 인하대 건축학부

서울을 가로질러 굽이치는 한강은 서울의 젖줄이자 강남지역과 강북지역을 연결하는 생태 및 도시문화적인 매개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한강의 자락에 위치한 선유도는 침묵하고 있지만 도도히 흐르는 한강의 많은 추억과 한을 분출하고 있는 장소이기도하다. 신선이 놀았다는 선유도는 암석 봉오리였으나 1978년 정수장 시설이 들어서면서 콘크리트와 산업 폐기물로 덮여 잊혀져 있던 곳이었다.

  이런 선유도가 시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계획가의 새로운 계획개념과 의지가 담겨진 이후부터 이다. 복잡한 도시 아파트를 지나 이곳에 도착해서 휘어진 대나무위를 걷듯 가벼운 마음으로 선유교를 건너 선유도에 들어서면 속세를 벋어나 신선이 놀았다는 선경(仙境)의 세계로 들어온 듯하다. 선유도에 펼쳐지는 낮선 풍경들 그것은 우리의 모든 과거의 단편들을 모아 콜라주로 만든 땅의 조각 작품이다. 시간의 흔적과 과거의 기억이 드러나도록 보존하고 그 위에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도록 하여 오늘의 또 다른 시간의 켜를 만들고 있다. 땅의 리노베이션 작업에서 계획가는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볼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존 산업폐기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새로운 개념을 추가하여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은 깊은 마음의 생태계획에 대한 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인 것이다.

  깊은 마음의 생태계획은 자연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차원을 넘어 인문 환경계를 포함한 재생계획인 것이다. 제1의 자연을 자연 생태계로 본다면 제2의 자연은 인문환경 즉 역사와 문화 환경을 포함한 환경계를 의미한다. 무섭게 느꼈던 기계덩어리 증기 기관차가 이제는 우리에게 낭만의 열차로 친근하게 느끼듯이 콘크리트 더미나 산업폐기물도 계획가의 보는 시각에 따라 그 숨겨진 가치를 드러내게 된다. 숨겨진 가치가 지금은 과거의 아픈 기억일 지라도 시간의 켜들이 중첩되면서 새로운 오늘의 환경을 만들게 된다. 정치 혹은 경제적 논리만으로 기존환경을 부셔버리고 다시 세운다는 환경계획은 우리의 기억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다. 환경의 역사는 한 페이지씩 모여서 책을 만드는 작업인 것이다.

 

이곳 선유도에서는 건축과 조경을 구별할 수 없다. 기존 정수시설을 재활용하면서 서로 얽혀있는 구조물들이 서로를 묶어 하나의 통합된 풍경을 형성하고 있다. 모든 환경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듯이 환경계획도 전문영역 계획가들의 유기적이고 통합된 계획방법이 요구된다. 건축가 조성룡과 조경가 정영선의 종합디자인 기법은 토목을 포함한 모든 환경계획에서 도입되어야할 계획방법들을 채택한 것이다. 기존 여과지를 재생한 비지터센터, 한강 역사관, 취수펌프장을 재생한 선유정, 조정조를 재생한 환경 아뜰리에와 야외화장실의 건축은 전부터 이곳에 그 모습으로 있었던 듯 서있다. 그것은 건축가 조성룡이 추구해왔던 “풍경의 건축”이라는 것으로 ‘땅을 바로보고 거기에 건물을 제대로 앉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오브제로서의 건축보다는 주변환경에 스며드는 이곳의 건축은 정제되고 절제하고 있지만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구조물을 조정하여 새로운 생태를 조성한 수질정화정원, 지하저수조를 드러내 강한 힘을 분출하고 있는 녹색기둥의 정원, 구조물위에 생명의 원천인 물의 흐름을  이용한 수생식물원, 미로와 같은 구조물과 식물이 만나 먼 기억을 회상시키는 시간의정원 이외에도 많은 주제공원들이 모여 소우주를 만들고 있다. 특히 공원 하류에 퇴적층이 생기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여 야생초들이 모이도록 계획한 이 선유공원은 또 다른 시간의 켜를 만들어 가는 살아 숨쉬는 공원이다.

[동정근 약력소개]
1946년 生. 인하대 졸업. 중앙대 공학석사. 건축사사무소 장원 소장. 4 ․ 3그룹 「이시대 우리의 건축」(1992), 대한민국 건축대전·한국건축100년건축전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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