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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4] 태워도 연기가 나지 않고 비에도 안 젖는, 청미래덩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4] 태워도 연기가 나지 않고 비에도 안 젖는, 청미래덩굴
  • 권오길
  • 승인 2022.04.18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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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굴
망개떡. 시진=위키미디어
망개떡. 시진=위키미디어

강원일보(2022/2/18)의 주말 특집(‘미토’)에 난, 경남신문의 김명현 기자가 쓴 ’망개떡‘이야기를 짧게 추려보았다. 

망개떡은 경상남도 의령지역에서 5월 단오 때부터 한겨울까지 만들어 먹던 전통음식인데, 망개떡은 청미래덩굴(나무)의 방언인 망개나무에서 유래했고, 망개나무 잎으로 싸는 떡이라 해서 ‘망개떡'으로 부르게 됐다. 정부는 2011년 의령 망개떡을 ‘지리적표시제 등록 제74호'로 지정했고, 이때부터 의령이 ‘망개떡 1번지'로 인정받게 됐다. 망개떡은 멥쌀로 빚은 떡인데, 쫄깃쫄깃한 식감을 갖고 있으며, 방부제 등의 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전통적 떡 맛을 유지하고 있다.

망개떡은 멥쌀을 가루 내어 쪄낸 떡을 찰기가 있도록 반죽을 여러 번 치대고, 떡을 평평하고 얇게 만든 떡피(떡皮) 조각에 팥앙금을 넣고 망개나무 잎 2장으로 감싸 마무리한다. 망개떡은 한여름에 신선한 망개나무 잎을 따서 쓰는데, 특히 염장한 것은 잎의 불순물과 독성이 제거되고 쌉싸름한 맛도 사라지면서 향긋한 향까지 난다. 망개나무 잎으로 떡을 싸면 서로 달라붙지 않고, 수분이 유지되며, 부패를 방지하는 약효성분으로 여름철에도 쉽게 쉬지 않고, 향기가 배어있어 독특한 맛이 난다. 망개나무 잎은 단백질이 많고, 무기질과 식이섬유, 엽산이 풍부한 편이며, 각종 당질이 많아 특유의 단맛이 나며, 비타민C의 함량이 높고, 여러 종류의 스테로이드 사포닌(steroid saponin)을 함유하고 있다. 그리고 팥을 소로 넣는 떡은 오래 두지 못하는데, 망개떡은 잎의 즙이 떡 속에 깊이 배어서 자연 방부제 효과를 발휘하면서 특유의 맛과 영양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망개떡의 유래는 가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야 시대 의령에서는 강국인 백제에 처녀를 시집보내는 정략혼인을 장려했다고 한다. 이때 이바지 음식의 하나로 신랑집에 망개떡을 보냈다고 전해온다. 또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떡이 상하지 않도록 망개나무 잎으로 싸서 보관해 전시 식으로 이용했다 하고, 또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들이 산속으로 피신 다닐 때 오랫동안 보존해 간편하게 먹었다는 얘기도 있다.

청미래덩굴(Smilax china)은 외떡잎식물 백합과의 낙엽 덩굴식물로, 중부 이남의 산 1,600m 고지 이하의 양지바른 곳에 주로 서식하며, 이웃 나무에 감아 올라가거나 바위에 기대어 자란다. 줄기에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으며, 길이 3~12㎝ 정도의 잎이 가지에 어긋나게 달린다. 잎자루 밑에는 턱잎이 변해서 생긴 덩굴손이 있고, 잎은 초가을에 노랗다가 붉은색으로 물든다. 

청미래덩굴

굵고 딱딱한 뿌리줄기가 꾸불꾸불 옆으로 길게 벋어가고, 줄기는 마디마다 굽으면서 2m 내외로 자라며,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이며, 두껍고 윤기가 난다. 뿌리는 토복령(土茯笭)이라 하며 약재로 이용하니, 이뇨, 해독, 거풍, 관절염, 요통, 종기, 아토피, 소화불량, 수은 중독, 감기, 신경통 등에 사용한다. 한국·일본·중국·필리핀·인도차이나가 원산지로 그곳에 분포하고,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에서 흔히 나는 가시덩굴 나무이다.

새빨갛게 익은 열매를 명감 또는 망개라 하여 따먹기도 하고, 산새가 좋아한다. 부드러운 잎을 따서 소금에 절여 망개떡을 해 먹는데, 방부제 구실을 하는 성분이 있어 떡이 잘 쉬지 않고(이것은 솔잎에 얹고 찐 송편이 쉽게 부패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임), 향도 좋다. 연한 잎과 새순을 생으로 무쳐 먹거나, 데쳐서 쌈을 싸 먹기도 하며, 칼집(진집)을 내어 튀김을 해 먹는다.

5월에 잎 달린 자리에 연노랑, 연녹색 꽃이 피는데, 끝이 우산살처럼 갈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지름 1.5㎝ 정도의 꽃들이 달린다.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 피고, 암꽃은 암술이 1개이며, 수꽃은 수술이 6개가 있으면서 노란 꽃가루가 나온다. 꽃잎은 따로 없고, 꽃덮개(꽃덮이, 화피, 花被)가 6장으로 갈라져 나온다. 

가을에 먹음직한 과육이 들어있는, 지름 1㎝ 정도의 둥근 열매가 붉은색으로 여문다. 씨앗은 노란 갈색이고, 5개씩 들어있으며, 겨울에도 가지에 조롱조롱 매달린다. 산새들의 겨울 먹이가 되고, 우리가 어릴 때는 열매를 따 먹었으며, 요새는 꽃꽂이로 쓴다. 뿌리는 녹말이 많아서 식량 대신 먹을 수 있다 하고, 또 불을 때도 연기가 나지 않으며 비에도 젖지 않아서 도피하거나 은거할 때 땔감으로 썼다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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