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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교수 정체성’과 대학의 위기
흔들리는 ‘교수 정체성’과 대학의 위기
  • 서혁
  • 승인 2022.04.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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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정체성'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_서혁 이화여대 교수
교육·연구 생태계 회복을 위한 사회·국가 차원의 노력 필요
서혁 이화여대 교수·국어교육학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517명을 대상으로 ‘교수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공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높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수의 미래 전망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52.8%에 달한다. 이는 최근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수치이다.

교수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낮은 편이다. 학교와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는 하나, 연구·교육 환경, 업무 부담, 급여 수준 등에서 대체로 낮은 만족도와 불만율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서 최근 수년간 지속되어온 대학 구조조정과 열악한 교육 및 연구 환경은 교수 신분에 대한 불안감을 높여주고 있다. 교수의 위상에 대한 미래 전망이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교육·연구 집중할 수 있게 국가적 차원의 고등교육 지원 강화해야

실로 한국 대학교육 생태계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대학의 위기는 단지 교수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의 위기가 아니라, 곧 우리 사회와 국가 미래의 위기다.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갈 것인가. 교육 생태계의 문제는 단지 개인들의 문제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사회적·국가적 노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대학 시스템 변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OECD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국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10여 년 이상 대학에만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강요하면서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교수의 변혁적 역량 제고와 자기 성찰의 책무성 보여줘야

교수들의 노력과 자기 성찰도 필요하다.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전문가, 연구자, 교육자,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개인적 책무성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부분의 교수와 연구자들이 그러하듯이, 연구실의 불은 늦게까지 켜져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려는 자기 혁신 노력도 중요하다. 새로운 교수법의 변화에 스스로 성찰하고 도전하는 자세는 물론이고, 학문 담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교류와 소통도 필수적이다. 교수학습 장면에서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겸허한 자세로 교육 및 연구를 통해 후학 양성에 대한 책무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OECD 교육 2030에서 강조하는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참여하고 영향을 끼치려는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교수들부터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연구 생태계의 회복과 지원 시스템 구축해야

교육은 과거, 현재, 미래와의 대화이다. 동시에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건강하면서도 안정적인 교육 생태계를 회복해 나가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교수자, 학습자 모두 교수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의 회복과 이를 위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학 차원에서는 승진이나 연구 업적 평가와 관련하여 양적 평가 중심의 접근법도 보완이 필요하다. 예컨대 1년 단위의 평가를 지양하고, 최소한 2~3년 단위의 긴 호흡의 연구 지원과 평가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교육 생태계는 개인, 학교, 사회, 국가가 모두 함께 만들어나갈 때만 가능하다. 대학교육과 연구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국가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서혁 이화여대 교수·국어교육학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어교육학과 사고』, 『독서심리학』, 『독서교육론』 등의 저·역서가 있다. 국어교육학회장, 한국독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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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교수들이 뽑은 향후 10년간 지배할 한국 사회 키워드] 저출산고령화·사회통합·4차산업혁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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