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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핵심연구 ‘평균 37.9세’ 시작…신진연구자 지원 시급
노벨상 수상자, 핵심연구 ‘평균 37.9세’ 시작…신진연구자 지원 시급
  • 김재호
  • 승인 2022.04.1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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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핵심연구와 노벨상

노벨상 수상까지 총 소요기간은 평균 31.9년

“신진연구자 지원시스템이 중요…노벨상 연결고리”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은 슈쿠로 마나베 프린스턴대 선임연구원이었다. 현재 91세인 그는 30대인 1960년대부터 수치모델을 이용해 기후변화를 예측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지구과학에서 쓰이는 기후모델을 고안한 연구자인 셈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구온난화 문제는 거시적인 담론에서 이제 통계에 기반 한 과학으로 자리잡았다. 마나베 선임연구원의 탁월한 연구 아이디어와 성과는 30대부터 시작됐다. 

 

신진연구자 지원시스템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연결고리다. 국내에 아직 과학 관련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미지=위키피디아

한국연구재단은 「노벨과학상의 핵심연구와 수상연령」(R&D 브리프, 이성민, 이하 보고서)을 지난해 5월 공개한 바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7.9세에 핵심연구를 시작해 55.6세에 완성하고, 69.1세에 수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2011∼2020) 노벨상 수상자 79명(물리학상 27명, 화학상 26명, 생리의학상 26명)의 핵심연구 시기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노벨상 수상자의 핵심연구 시작 최저연령 사례는 20대에도 핵심연구에 돌입이 가능하므로 신진연구자 지원시스템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벨상 수상자의 전체 평균연령이 69.1세이기에 중견연구자에게도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핵심연구 산출기간은 평균 19.1년이었다. 화학, 생리의학, 물리학 순으로 길었다. 핵심연구 산출기간은 핵심연구 시작단계에서 완숙단계까지의 햇수다. 화학·생리의학은 실험을 통해 이론을 입증해야 핵심연구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핵심연구 산출기간이 긴 것으로 추정된다. 물리학은 이론연구 업적을 중심으로 수상하는 사례가 많아 핵심연구 산출기간이 짧은 것으로 분석됐다. 

핵심연구와 노벨상 간의 시간차는 평균 12.7년이었다. 이 역시 화학, 생리의학, 물리학 순이었다. 물리학은 이론연구 업적이 실험·관측을 통해 입증이 되어야만 수상으로 이어지기에 핵심연구와 노벨상 간의 시간차가 긴 것으로 파악됐다. 화학·생리의학은 과학적 입증이 핵심연구 기간에 포함되는 경향이 있어 핵심연구와 노벨상 간의 시간차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핵심연구 시작에서 노벨상 수상까지 걸린 총 기간, 즉 노벨상 수상까지 총 소요기간은 평균 31.9년이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게 핵심연구 시작

그렇다고 모든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30대에 핵심연구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기간이 분포돼 있다. 201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스라엘의 연구소에서 수학하며 22세 때 발표논문이 핵심연구의 시작이었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는 71세에 핵심연구를 시작했다.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율레스 호프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는 51세에 핵심연구에 돌입했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은 데이비드 줄리어스 캘리포니아대(샌프란시스코) 교수였다. 현재 67세인 줄리어스 교수는 1997년, 당시 42세에 「캡사이신 수용체를 발견했다」라는 논문을 <네이처>에 게재했다. 그후 줄리어스 교수는 계속 해서 온도감각 수용체 등 통증분야에서 연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진연구자에 대한 지원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분명하다. 각 분야마다 특성이 다양하겠지만, 젊은 시절 핵심연구가 완숙기를 거치며 노벨상 수상이라는 영예로 탄생하는 셈이다. 한국 대학과 지식사회에서 노벨상 수상이 없다는 점은 분명 창의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노벨상 씨앗은 20·30대에 뿌려졌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한국 대학들이 대학원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벨상을 바라는 건 역설일지도 모른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원생, 신진 교수와 같은 젊은 연구자들이 일찍부터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 연구를 경험하고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매일경제>, 「노벨상 ‘씨앗’은 2030때 연구인데…한국 이공계대학원 정원도 못채워」, 2021년 10월 15일자).  

 

하버드대가 노벨상 수상자 가장 많이 배출

그동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하버드대다. 뒤이어 막스플랑크연구소,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공대, 캠브리지대, MIT, 컬럼비아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들이 노벨상 수상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대학이 아니더라도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경우도 많다. 어느 곳이든 신진연구자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인 한국이 첫 노벨과학상을 수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진연구자들을 위한 국내 대학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연구재단의 「2021년도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전임교원이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최근 10년간 이어졌다. 특히 20·30대 교원의 1인당 평균연구비는 전체평균의 5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임교원의 1인당 연구비는 평균 9천537만 원이었다. 그러나 20·30대 전임교원의 1인당 연구비는 평균 5천611만 원이었다. 

올해도 10월이면 어김없이 노벨상 발표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선진국 대한민국은 과연 언제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20·30대 신진연구자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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