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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문제 해결, 가장 우선적인 국가 과제로…향후 30~50년 내다보는 중장기계획 고민해야
저출산문제 해결, 가장 우선적인 국가 과제로…향후 30~50년 내다보는 중장기계획 고민해야
  • 최익현
  • 승인 2022.04.12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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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나다_ 『인구위기국가 일본』 출간한 정현숙 방송대 교수(일본학과)

"일본이 인구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해 필요한 개혁을 미룸으로써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과감하고도 철저한 개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

정현숙 방송대 교수(일본학과)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란 부제를 단 『인구위기국가 일본』(방송대출판문화원 에피스테메, 2021)은 지난해 11월에 출간됐다. 인구위기와 지방소멸 문제를 그렇게나 떠들어대던 언론도 이 책을 깊이 살피지 못했다. 이웃나라 일본이 맞닥뜨린 심각한 사회문제인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우리사회가 인식의 전환과 함께 해법을 고민할 수 있게 한, 2021년의 문제적 저작이다.

일본 도쿄대에서 일본 사회계층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현숙 방송대 교수(일본학과·사진)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일본 인구문제 150년의 궤적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인구위기의 가장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산, 고령화와 사회보장제도, 사회보장비용의 팽창과 재정적자, 지방의 쇠퇴와 소멸을 추적했다. 1995년을 정점으로 생산연령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일본의 인구위기는 아직 초입 단계에 들어선 것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위기 상황은 향후 30~40년 동안 매우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성격, 격동의 근대 역사 등에서 본다면 일본이 겪고 있는 인구위기는 우리나라도 그대로 겪게 될 것이 뻔하다. 정 교수도 이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본이 매우 급격한 형태로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감소의 위기를 맞는 첫 번째 국가라면, 한국은 일본과 동일한 길을 가는 두 번째 국가가 될 것”이며, 더욱이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출산율은 극단적으로 낮아서 일본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게 인구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렇기에 이 책이 환기하는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일본이 겪고 있는, 또 향후 겪게 될 위기 상황의 총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인구문제에 대비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는 것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제안이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도 일본의 인구문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널리 소개되고 있지만, 단편적인 소개에 그치고 있어 위기의 전체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부분도 많아 일본의 실패한 대응책이 성공 사례로 소개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일본이 겪고 있는 인구위기의 근본 원인, 인구위기가 일본 사회의 주요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상, 나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사회의 대응은 적절한지 등을 검토하고 향후 전망을 제시한다.

지난 2월 24일 정현숙 교수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인구위기국가 일본』의 출간 의미와 시사점 등을 들었다. 

△일본처럼 한국 역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으며, ‘지방’과 마을 역시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점에서 선생님의 책 『인구위기국가 일본』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동원해 일본의 인구위기를 짚으셨는데, 먼저 집필 동기가 궁금하다. 
“제 전공이 현대 일본사회이고, 학부와 대학원 수업에서 다루는 과목도 현대일본사회 분야의 과목이다. 현대 일본사회를 논함에 있어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감소라는 인구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며, 일본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인구문제에 대해 정책을 수립한 것은 1980년대 후반에 와서다. 일본 정부는 1989년에 ‘고령자보건복지추진 10개년 전략’(골드플랜)을 책정했다. 그리고 1994년에 ‘금후 육아지원을 위한 시책의 기본방향’(엔젤플랜)을 책정했는데, 이는 1970년대 중반 이후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2.1을 하회하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 것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었던 시기였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대비해나가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다가 2008년을 정점으로 총인구가 감소하면서부터 인구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보다 현실감 있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때는 일본 국민도 점차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겪고 있는, 또 향후 겪게 될 위기 상황의 총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싶었던 게 책의 집필 동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겪게 될 상황이기에, 뭔가 대비책을 모색하고 싶었다.” 

△인구감소는 결국 사회 정체와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펼쳤을텐데, 본문에 따르면 위기론의 목소리가 나온 이후 20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개혁(해결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일찍 서구 시스템을 도입한 일본이 이렇게 심각한 사회문제에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몇 가지로 나누어 이유를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책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해서 언급했듯이 일본은 변화에 느리고 개혁하는 데 소극적인 국가다. 이미 20년 전부터 인구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제기됐음에도 개혁에 나서지 못했다. 이는 일본의 독특한 정치문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질서나 권위를 중시하고 집단적 합의를 중시하는 일본적 정치문화 속에서 새로운 합의에 도달하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큰 틀의 변화보다는 미시적인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도의 큰 틀을 바꾸는 파격적인 조치가 행해지지 않는다. 특히 자민당의 일당 우위 지배체제라는 일본 특유의 정치체제도 개혁에 소극적이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선진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일본은 자민당이라는 한 정당이 60년간 장기집권하는 독특한 정치지형이다 보니 선거에서 정책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이 정권을 담당하는 정치의 역동성이 작동하지 않았다.

둘째, 인구문제가 지닌 고유한 특징에서 기인하는 면도 있다. 인구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문제로 자각했을 때는 이미 위기의 한 가운데 들어서 있게 된다. 그리고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시스템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정부도 어느 수준으로 재원을 투입해 정책을 시행해야 효과가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고, 당장 효과를 내기도 어렵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어려운 인구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기보다는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

셋째, 국민도 인구문제를 직접적인 자기 문제로 인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추상적인 차원에서는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먼 미래에나 일어날 일이라고 인식한다든지, 자기 삶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의 인구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나 동의를 표명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정부 정책으로 인해 나의 부담이 늘어나거나 내가 받을 사회보장급여가 줄어든다면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둘째와 셋째 이유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책의 2장에서 ‘고령화의 국제비교’를 진행, 유럽도 인구감소나 저출산을 겪고 있지만 어째서 일본이 유럽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는지 분석하셨다. 일본이나 한국이 유럽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 요인을 ‘고령화나 저출산 속도’로 보셨는데, 어떤 뜻인가?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친 국가에서 나타나는 인구변화의 패턴은 다산다사(多産多死)에서 다산소사(多産小死)를 거쳐 소산소사(小産小死)로 이행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를 인구전환(demographic transition)이라고 한다. 인구전환이 나타나는 원인은 산업화가 가져온 경제성장으로 인한 인구부양력 향상, 의학 및 공중위생 발달에 따른 영아사망률 감소,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자녀 가치의 변화(다자녀에서 소자녀로 선호가 바뀜) 등이다.

산업화를 먼저 경험한 유럽국가에서 이러한 인구전환이 가장 먼저 나타났으며, 그 전환의 속도도 완만하게 진행됐다.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합계출산율이 5.0 전후 수준에서 낮아지기 시작해 1930년대에 대략 2.0 전후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시기에 선진지역으로서 유럽은 다산다사에서 다산소사를 거쳐 소산소사에 이르는 인구전환을 끝내게 됐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러한 인구전환이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발생했다. 이때 경제발전이 거의 진행되지 않았던 개발도상국에서 사망률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인구폭발이 일어났다. 이렇게 된 데는 DDT 대량살포나 항생물질 보급 등으로 인한 사망률 급감이 작용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선진국의 경험을 훨씬 넘어서는 속도로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시기 개발도상국의 출생률 수준도 선진국에서 다산시대에 나타났던 출생률 수준보다 높았고 그 시기도 길었다. 그 결과가 선진국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인구증가율이었다.

이처럼 세계인구가 폭발 수준에 이르자 1960년대에 미국 정부가 주도해 개발도상국의 인구증가억제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협력을 시작했다. 1969년에 개발도상국의 인구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유엔인구활동기금(UNFPA)도 설립했다. 이후 개도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산아제한정책을 펼치면서 출산율이 빠르게 저하했다. 이런 역사적 경위로 인해 선진국에 비해 후발국이 고령화의 속도, 저출산의 속도, 인구감소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일본의 저출산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들면서 저출산 문제 해결의 기본원칙도 언급하셨는데, 국가의 인구정책에 관한 기본 이념을 국민에게 제시할 것, 육아의 사회화를 위한 국민부담을 설득할 것, 젊은이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도록 할 것, 여성의 관점에서 생각할 것 등이다. 이는 우리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해결책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여성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를 해결책의 하나로 든 것은 의미심장하다.
“기본원칙을 제시한 이유는 문제의 근본 해결책에 대한 고민 없이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인구 담론이 단편적이고, 위기의식만 앞세울 뿐 문제의 전체상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저출산 문제 해결의 기본원칙을 세우고 이에 대한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 그 토대 위에서 향후 30~5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국민이 인구문제의 전체를 보는 사회과학적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국민 모두가 저출산 문제 해결의 기본원칙으로 공유해야 할 내용은 이렇다. 어떤 국가공동체도 인구재생산이 되지 않으면 반드시 쇠퇴와 소멸로 간다는 인식을 우리 모두 공유하고, 개인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상관없이 차세대육성에 대한 부담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지금 시대는 재생산권이 여성의 기본권이 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즉, 출산의 최종 결정권자는 여성이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올라가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세계 발전국가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선진국도 동일한 길을 걸어왔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여성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확고하게 만들고, 남녀가 동등한 입장에서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성평등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책(124쪽)에서도 제시한 바와 같이 스웨덴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늘어나면서 1970년대 말까지는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후 스웨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면서 출산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이나 한국은 이러한 지원책이 충분하지 않아 출산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는 여성이 아내로서, 엄마로서만이 아니라 전문적 능력을 갖춘 직업인으로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시대라는 것을 전제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나아가 개인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코스가 가능하도록 뒷받침하고,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나 자유롭게 자신의 커리어를 추구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직업능력개발제도,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어갈 필요가 있다.”

△인구감소는 사회보장비용의 팽창과 재정적자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흥미로운 내용이다. 말씀하신 맥락은 일본의 특수한 사례로 한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 역시 ‘재정적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만일 이것이 일본적 현상이라면, 이러한 재정적자를 결과하게 한 일본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은 무엇인가?
“대다수 국가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할 때 부담보다 혜택이 많은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한다. 연금의 경우, 세대간 연대라는 가치를 내세워 본인이 내는 부담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인구증가시대에 보험료를 부담하는 현역 세대는 많고, 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령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현역 세대의 부양 부담은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평균수명이 빠르게 연장되면서 제도적으로 더는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일본은 연금과 의료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국가의 부담을 제도 안에 포함했고, 이후 그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국가의 부담분을 늘려나가는 식으로 대응했다. 따라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보장비용에 대한 국가재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 역시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은 저부담-고급여 체계의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고령화와 더불어 국가의 재정부담은 커지게 된다. 또한 고령화와 더불어 의료비용 부담도 빠르게 증가한다. 더욱이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와 인구감소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회보장비용의 팽창 속도 역시 더욱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부담 수준을 늘려야 하지만 국민저항을 두려워해서 부담을 늘리는 방식의 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일본처럼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래세대에게 그 부담을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인구위기와 동전의 양면이 바로 지방쇠퇴, 즉 지역간 격차 심화다. 심각하게는 지방소멸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인데, 이 사안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혹 공유한다 해도 피상적인 듯하다. 선생님께서는 특히 도쿄의 승자 독식과 이에 따른 지방의 쇠퇴를 눈여겨보셨는데.
“일본에서 농산어촌의 과소문제가 제기된 것은 고도성장이 정점에 달한 1960년대 후반에 와서다. 195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도쿄권과 오사카권, 나고야권의 3대 도시권으로 젊은이들이 대규모로 유입됐기 때문에 농산어촌은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의 재생산기반을 상실하면서 고령화도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이처럼 과소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는 1970년부터 과소대책법을 제정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110조 엔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지만,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은 더욱 극단적으로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돼 지역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한 곳이 많다.

한편 인구 10만 명 규모 또는 20∼50만 명 규모의 중소도시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된 곳이 많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쇠퇴의 구체적인 모습은 도심 상권의 침체와 축소, 빈집과 방치된 토지의 증가, 의료시설과 복지시설의 감소, 대중교통의 노선 축소, 도시인프라의 노후화 등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는 활기를 잃어 가면서 쇠퇴해간다. 이런 모습들은 현재 일본의 중소도시 또는 대도시의 일부 구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인구감소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정책의 방향으로 콤팩트화와 네트워크화를 제시했다. 콤팩트화란 도시가 기능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능을 한 곳에 집약시켜 도심을 활성화하고 인구밀도를 유지함으로써 도시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을 말한다. 네크워크화는 인접하는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도시권을 형성하도록 함으로써 인구감소의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상에도 불구하고 콤팩트화와는 반대로 도시는 교외지역으로 무분별하게 확장되고 있으며, 핵심 도시와 그 주변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협력체제를 만들려는 협력중추도시권 구상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지방의 대도시는 여전히 도쿄권으로 인재를 공급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이 도쿄권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산업적, 문화적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이를 위해 도도부현의 광역자치체 차원에서, 그리고 시정촌의 기초자치체 차원에서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일이 필요하다. 광역자치체 차원에서는 여러 광역자치체가 뭉쳐서 경제규모를 키워 산업진흥을 꾀한다든지, 광역적 시점에서 보다 스케일이 큰 발전정책을 추진한다든지, 유능한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기초자치체 차원에서도 행정통합 내지는 이에 준하는 강력한 행정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풀세트행정을 극복하고 행정의 비효율과 낭비를 없앨 필요가 있다.”

△일본의 인구위기가 말해주는 것은, 선생님 말씀대로 결국 국민 부담의 증가, 공평한 부담의 원칙을 지키는 제도와 시스템 구축으로 보인다. 새삼 국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대목인데, 만일 지금 말씀하신 정책적 제안들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면, 향후 20~30년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일본이 인구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해 필요한 개혁을 미룸으로써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과감하고도 철저한 개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사회보장제도, 교육제도, 직업능력개발, 노동시장, 가족제도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친 과감한 개혁).

둘째, 저출산문제 해결을 가장 우선적인 국가 과제로 설정해 과감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일본의 저출산 정책은 너무 늦었고 지원액도 너무 적었다(Too little, Too late). 젊은이가 안정된 일자리를 얻어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도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 흔들림 없이 충분한 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일본은 국민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누적시킴으로써 쇠퇴의 길로 가고 있는 경우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은 앞으로 팽창하게 될 사회보장비용에 대한 공평한 부담원칙을 확립하고 국민부담 수준을 높여야 한다. 

넷째, 위기극복을 정부에만 떠넘기지 말고 기업이나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문제에 있어서 기업은 여성 친화적 고용환경이나 근무방식, 인사시스템 도입, 기업문화 개선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시민사회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제안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단체가 나서서 남녀간 격차 해소,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와 시스템, 양성평등 문화 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매스미디어도 이런 활동을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간 『현대일본사회론』, 『일본 사회문화의 이해』 등을 쓰셨고, 『일본의 사회계층』, 『일본의 평화주의를 묻는다』(공역) 등을 번역하셨다. 이번 출간하신 책 『인구위기국가 일본』에 이어 구상하고 계신 작업은? 
“젊은이 문제에 주목해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가정을 이루어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연구를 할 생각이다. 이번 학기 「일본사회문화세미나」라는 대학원 수업에서는 일본과 스웨덴의 젊은이가 처한 상황과 이들을 위한 정책을 다룬 일본어 원서 3권을 공부하고 있다.

유럽은 이미 1990년대부터 젊은이의 자립에 초점을 둔 젊은이 정책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참고할 사항이 많다. 특히 스웨덴은 유럽의 젊은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이가 공적인 영역에 참여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러 분야의 정책에 젊은이의 관점을 포함시킨다든지, 정당 차원에서도 인구비례에 맞게 젊은이가 자기 세대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젊은 세대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젊은이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의 능동적 형성자로서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가장 도전정신이 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창의성도 넘치는 시기에 있는 젊은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우리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저처럼 나이든 세대는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 젊은 세대를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성장의 열매를 함께 누리도록 하자는 것이 제 주장이다.” 

정현숙 교수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에서 사회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日本の自營業層』, 『日本の階層システム』(공저), 『일본만화의 사회학』, 『현대일본사회론』, 『일본 사회문화의 이해』, 『일본학개론』(공저), 『사진으로 보고 가장 쉽게 읽는 일본문화』(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과학과 행복』, 『일본의 사회계층』, 『미야자키 하야오의 숨은 그림 찾기』, 『일본은 사죄하고 싶다』, 『일본의 평화주의를 묻는다』(공역), 『죽음과 장례의 의미를 묻는다』(공역) 등이 있다.

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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