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23:10 (금)
저출산고령화·사회통합·4차산업혁명의 시대
저출산고령화·사회통합·4차산업혁명의 시대
  • 윤정민
  • 승인 2022.04.12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 30주년 특집 설문조사
향후 10년간 지배할 한국 사회 키워드

‘0.81’, 한국 야구의 전설인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방어율이 아니다. 3연속 학사 경고를 받은 한 대학생의 학점도 아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20년 만에 출생아 수가 반토막이 난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 재앙’을 겪고 있다.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최하위를 기록한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예견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다. 한국 사회도 알고 있었고, 교수도 알고 있었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9년 당시 창간 17주년을 맞아 ‘향후 1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할 키워드’를 교수 72명에게 물었는데, 이때 1위가 ‘저출산·고령화’(23.6%)였다.

13년이 지난 지금, 교수들의 예지력은 정확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지배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517명에게 ‘향후 1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할 키워드’를 물었다. 그 결과, ‘저출산·고령화’(63.2%,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직위별로 분석하더라도 인구 문제는 다른 키워드들을 압도했다.

▶ 관련 기사_ [창간 17주년 특집 ‘한국사회 키워드’ 설문조사] ‘저출산·고령화’ ‘통일’ ‘多문화’가 미래 좌우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멸종할 국가”

교수들은 인구 문제가 ‘국가 존폐’에 달린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실종한 상황”(경북 사립 일반대 ㄱ 명예교수), “세계에서 가장 먼저 멸종할 국가라는 말이 이제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경기 사립 일반대 ㄴ 정교수) 등 날카로운 답변도 서슴지 않았다.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의 생존과 연결돼 인구 문제를 꼽은 교수도 있었다. 대구 사립 전문대 ㄷ 부교수(사회계열)는 저출산·고령화가 “대학교육을 포함한 전반적인 교육환경의 중요 변수”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목소리는 ‘차기 정부 최우선 국정 과제’를 묻는 설문에도 드러났다. 차기 정부 국정 과제 14가지 중 ‘저출산·고령화 대응’이 40.4%(복수응답)로 1위를 차지했다.

일부 교수들은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전북 국공립 일반대 ㄹ 정교수(사회계열)는 “외국인 유학생 등 전문인력에게 시민권 부여 방안과 외국인 이주 정책 장려 등 인구 규모 유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초고령 사회 대응을 위한 정년 연장, 연금개혁 등을 주장하는 교수들도 있었다. 

▶ 관련 기사 저자를 만나다_ 『인구위기국가 일본』 출간한 정현숙 방송대 교수(일본학과)

 

“심리적 내전 상태인 한국 사회 치유할 때”

향후 10년간 지배할 키워드 2위는 ‘사회통합’(41%)이었다. 2012년 같은 조사에서 44.9%로 2위를 차지한 것과 같다. 교수들이 지목한 ‘사회통합’ 키워드도 차기 정부 주요 국정 과제로 이어졌다. ‘차기 정부 최우선 국정 과제’를 묻는 설문에서 ‘국민통합’이 39.5%로 ‘저출산·고령화’의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와 60대 교수들이 가장 많이 뽑은 최우선 국정 과제였다. 각각 42.5%, 43.9%의 득표율을 보였다.

▶ 관련 기사_ [창간 20주년 특집 ‘한국사회 키워드’ 설문조사] 앞으로 10년 풀어야할 핵심 과제는?

충남 국공립 일반대 ㅁ 정교수(자연계열)는 사회분열 원인에 대해 “중도가 두터운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데, 중도에게 좌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며 “다른 진영의 이야기는 듣지를 않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걸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각한 사회분열이 고등교육의 한계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북 사립 일반대 ㅂ 정교수(인문계열)는 “지역별, 계층별, 학연, 지연, 계파가 극심해 고등교육을 시켜도 미래사회의 투명성, 공정성, 형평성,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이번에 사회통합이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건 지난 대선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년 동안 좌우, 노사, 젠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양쪽이 갈라서는 상황이 심각해졌고, 그 영향이 이번 대선에서 드러났다. 서울 국공립 일반대 ㅅ 정교수(자연계열)는 지난 대선이 증오와 갈등이 심각했던 ‘심리적 내전 상태’였다며 “서로 끌어안고 치유하며 아픈 상처를 보듬을 때”라고 키워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지역균형발전·양극화 해결도 주요 국정 과제 

‘4차 산업혁명’은 향후 10년간 지배할 키워드 3위로 선정됐다. 이 키워드는 2009년, 2012년에는 없던 항목이었으나 시대 변화를 고려해 추가·반영했다. 인공지능과 함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목받은 가상증강현실, 메타버스 등 4차 산업기술은 미래 대표 먹거리산업으로 불린다.

이에 4차 산업혁명을 주요 키워드로 꼽은 교수들은 다양한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 사립 일반대 ㅇ 부교수(인문계열)는 “기술 발전과 인간 윤리의식이 두 축이 되고 융합기술 기반의 융합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짐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적합한 키워드”라고 답했다.

4차 산업혁명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교수도 있었다. 서울 사립 일반대 ㅈ 정교수(인문계열)는 모든 대학이 인공지능과 융합을 얘기하는 만큼 대학교육도 이 방향으로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기술만 얘기하는 것(대학교육)은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2012년에 향후 10년간 지배할 키워드 3위로 꼽힌 ‘양극화’는 이번에 32.7%로 4위를 기록했다. 다만, 30·40대와 50대에서는 3위에 차지했다. 각각 38.5%, 33.3%의 득표율을 보였다. 부산 사립 일반대 ㅊ 부교수(인문계열·50대)는 이 키워드를 꼽은 이유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 상호불신, 신뢰 추락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사회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씨앗”이라고 밝혔다.

2012년에 47.9%로 1위를 차지했던 ‘복지’는 이번에 15.5%를 차지하며 8위를 기록했다. 한편,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국정 과제 3위는 ‘지역균형발전’이었다. 특히 30·40대 교수들은 저출산·고령화(53.8%) 다음으로 이 과제(43.6%)를 많이 꼽았다.

 


① [교수들이 말하는 ‘대학의 미래’] ‘학생 성장’이 우선이다

[교수들이 뽑은 혁신대학·차기 정부 고등교육 과제] 미네르바 스쿨보다 ‘평생교육’을 혁신모델로 꼽아

③ [교수들이 뽑은 향후 10년간 지배할 한국 사회 키워드] 저출산고령화·사회통합·4차산업혁명의 시대

[교수들이 뽑은 대통령의 덕목]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 ‘공정성·소통·정직·통찰력’

[교수들이 말하는 ‘교수의 미래’] “나는 교육자, 시대에 뒤쳐졌다”

[교수들이 말하는 ‘교수 정체성’] 교수 52.8% “교수 미래 어두워”…조교수는 ‘신분 불안’ 이직 고민

[교수들이 말하는 ‘교수 스스로 혁신해야 할 과제’] 정교수들 “나태했다” 자성의 목소리··· “교수, 학생의 ‘스승’ 아닌 ‘동반자’”

[‘교수 정체성’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_서혁 이화여대 교수] 흔들리는 ‘교수 정체성’과 대학의 위기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