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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아랍에미리트, 미래의 주도권을 우주에서 찾다
[글로컬 오디세이] 아랍에미리트, 미래의 주도권을 우주에서 찾다
  • 정진한
  • 승인 2022.04.1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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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정진한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아랍에미리트는 2017년에 ‘화성 2117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같은 해 9월에 ‘화성 과학 도시’ 구상도(사진)를 공개했다. 사진=Dubai media office
아랍에미리트는 2017년에 ‘화성 2117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같은 해 9월에 ‘화성 과학 도시’ 구상도(사진)를 공개했다. 사진=Dubai media office

우주를 향한 백년대계

대한민국은 해마다 더는 근시안적 사고와 단기 성과 달성에 매몰되지 말고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세우자고 외친다. 하지만, 정권별로 추진한 5개년의 계획마저도 왕왕 틀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백년대계를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랍에미리트다.

아랍에미리트 정부 누리집은 국가의 정책 과제들을 기간별로 나눈 후, 년 단위의 단기과제, 10년까지의 중기과제, 무려 100년간의 장기과제를 일련의 비전 시리즈 형태로 공표 중이다. 장기 목표들은 다시 분야에 따라 20년, 30년, 50년, 100년까지 달성 계획을 나누고, 그 끝은 2117년에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갈무리한다.

자칫 허황돼 보일 수도 있는 이 장기안은 현재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100년 뒤 완성할 화성의 주거지를 위해 아랍에미리트는 2020년 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의 화성 궤도선 ‘아말’을 쏘아 올려 이듬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화성 궤도에 자국 우주선을 진입시킨 국가 반열에 올랐다. 불과 건국 50년 만에 첨단 제조업과 우주 기술 강국인 한국, 일본, 중국도 해내지 못한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이윽고 2028년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성과 목성 사이로 소행성대를 탐사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2006년 우주센터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한국으로 유학생을 파견하고, 2014년에야 우주청을 세울 정도로 후발 주자였던 아랍에미리트가, 2018년에는 자체 설계를 적용한 위성 발사를 성공시키고 3년 뒤 우주 강국에 등극한 현실을 볼 때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해양 탐험의 원조 강자, 우주 탐험전 통해 복귀 선언

이렇게 아랍에미리트가 우주에 미래의 사활을 건 배경에는 지난 세월 이슬람 세계가 겪은 경험적 교훈이 큰 몫을 했다. 본디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정해진 시각에 메카를 향해 기도를 드려야 하기에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하고 어디서든 메카 방향을 찾아야 한다. 또한, 평생 한 차례는 메카를 순례할 의무까지 있어 자연히 천문학과 지리학이 발달했다. 과거 모래의 망망대해인 사막을 넘나들던 아랍인들은 이윽고 이 막강한 천문과 지리를 기반으로 물의 바다, 즉 중세 인도양과 지중해를 석권했다. 오늘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해안은 이를 바탕으로 이슬람화되었다.
전통적 항로에서 경쟁에 밀린 유럽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동쪽으로는 아프리카 남안을 우회해 인도양에 진출했고, 서쪽으로는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에 도달 후 다시 태평양을 건너 지구 일주에 성공했다. 반면 인도양과 지중해 패권에 안분지족해서 새로운 대항해 시대 경쟁에서 뒤처진 이슬람 세계는 결국 후발주자인 유럽에 추월당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잊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가 국가의 명운을 걸고 개최한 엑스포 2020의 세 모토는 기회, 지속가능성, 이동성이다. 조직위는 엑스포 지도 상단에 이동성 섹터를 배치하고 그 메인 전시관을 아랍어 자모의 첫 글자인 알리프로 명명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팀이 거대하게 재현한 이슬람의 세계 진출 대업의 세 주역, 이븐 마지드와 이븐 바투타, 알-바크리와 마주한다. 그 너머에는 꿈을 이루려면 주도권을 쥐고 대담하게 앞서나가라는 두바이 통치자의 어록이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이는 자신들이 선조들의 탐험사를 계승해 향후 우주 진출을 이끌겠다는 선언이다.

 

지난 2017년 2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회의(World Government Summit)에서 아랍에미리트 우주계획 구상도를 VR 기기로 체험하는 모습이다. 사진=세계정부회의
지난 2017년 2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회의(World Government Summit)에서 아랍에미리트 우주계획 구상도를 VR 기기로 체험하는 모습이다. 사진=세계정부회의

틀을 깨는 상상력과 협력 위에 놓인 우주행로

우주로의 과감한 행보의 핵심 동력은 상상력과 공조다. 이제는 도전과 창의력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두바이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최고, 최대, 최초를 시도하고, 매 순간 기네스북과 해외 토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두바이 창의력의 결정체 ‘두바이 프레임’은 150m의 거대한 건물이 세계에서 가장 큰 액자가 되어 두바이의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 입구는 작지만 웅대한 구상을 실현해 나아간 두바이의 과거를 보여주고, 출구는 두바이의 미래 도시상과 우주를 향한 원대한 여정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최근 개장한 미래 박물관은 아예 우주관으로 시작한다.

두바이 프레임의 50층 긴 복도를 따라 두바이의 현재가 펼쳐진다. 복도 왼쪽 창 너머로는 야트막한 구시가가, 오른쪽으로는 최첨단 마천루들이 대비를 이루고 맨 끝에는 서로 협력관계이자 경쟁관계인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초대 통치자들 초상이 모셔져 있다. 오른쪽 창 아래로는 달, 지구, 화성, 토성, UFO의 다섯 돔으로 구성된 우주 에듀테인먼트 스타게이트가 보이고 그 상단의 거대한 그림 속에는 아부다비의 초대 통치자가 미소 짓고 있다. 두바이 통치자의 이름을 딴 우주센터에서 띄운 인공위성은 두바이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이 자리에서 두바이가 아닌 아부다비의 통치자와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아랍에미리트는 우주 진출에 있어 과거의 앙숙 이스라엘과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던 발상과 과감한 협력으로 아랍에미리트의 우주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정진한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요르단대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명교류사와 중동학을 전공했고 한국이슬람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이슬람 세계관 속 신라의 역사: 알 마스우디의 창세기부터 각 민족의 기원을 중심으로」 등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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